방학맞이 가정 독서 진흥 사업
한정된 자원으로 셋을 교육시키려니 고민이 이만저만 되는 게 아니다. 12월에는 집 앞 영어학원에 상담을 갔었다.
그냥 혼나고 영어공부 안할랍니다 하는 열한살이와
피아노를 가느니 차라리 영어학원 갈랍니다 하는 여덟살이와 함께 했다.
간단한 레벨테스트를 해보니 그동안 집에서 해 온 엄마주도 영어 공부가 아주 삐꾸는 아니더라.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될 노릇이었다.
열한살이는 모르는 단어가 천진데 책 읽기 짬밥으로 아주 잘 때려 맞추고, 여덟살이는 다 아는 단어를 두고도 맥락을 읽지 못해 어이없이 틀리는 게 너무나 잘 보였다.
학원 원장 겸 상담 선생님으로부터 각자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다 생략하고.
집에 오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열한살이는 영어책 읽기가 필요하고!
여덟살이는 한글책 읽기가 필요하다!
유튜브에서 알게 된 <1등급 집공부 학습법> 저자 유선화 선생님의 방법을 참고하기로 했다.
일명 책탑 쌓기.
읽은 책을 차곡차곡 쌓으면 읽은 페이지 수가 높이로 환산되어 시각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정말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우리 집에 맞지 않았다.
책탑을 쌓을 공간도 마땅찮고,
허물어지다 누가 다치면 어쩔 것이며(쌓였다는 전제하에)
누가 누가 높이 쌓나 경쟁이 될 것이 우려됐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다 읽은 책을 꽂는다.
(안 읽고 꽂아도 엄마는 알 길 없음. 양심 책장임)
>삼 남매가 함께 채운다.
>다 채우면 국내 가족여행 1회!
열한살이는 되도록 영어책을,
여덟살이는 되도록 한글책을 읽으라 하고 싶지만
나의 의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전략을 썼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구구절절했을지도)
이래라저래라 말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지고, 자발성도 떨어지니까.
잔소리는 은은하게 해야 한다. 유머처럼 던져야 한다.
(그렇다고 잔소리가 먹힌다는 말은 아니다. 뭘 어찌해도 잔소리는 '원래 안 먹히는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6칸만 채우면 된다.
둘이서 채워도 되고, 막내가 가세해도 모른 척할 것이다.
한 달 만에 다 채우면 2월에 여행 갈 것이고,
2월이나 3월 안에 채우면 5월 연휴에 여행 갈 것이다.
가족여행은 사실 우리 부부가 늘 계획 중인 바였으나,
열한살이가 여행을 미션에 대한 보상으로 제안했을 때,
"아 그것 참 좋은 생각이로구나!" 한 것은
절대 사기가 아니다. 암. 아니지.
오히려 부모로서 아주 훌륭했고말고.
그날 저녁에 벌써 한 권이 채워졌다.
부디 영어책이 많이 꽂히길, 한글책도 많이 꽂히길.
무엇보다 학원 안 가도 될 만큼 효과 있길.
(한 달 영어학원비 각 31만 원, 합해서 62만 원,
중등 학원비는 생각만 해도 벌써 무섭다, 무서워ㅜ)
다음 편은 중간 점검 결과를 내용으로 발행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