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예쁜 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는 조금 슬퍼진다.
너라는 존재의 위대함에 나는 주눅이 들고, 동시에 여리고 약한 네가 가여워 애가 닳는다.
벅차게도 사랑스러운 너와 네가 살아갈 세상의 지독한 대비가, 나를 두렵게 만든다.
너의 보호자도, 양육자도, 선생님도 아닌 나는, 네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그러나 나의 무기력했던 일상에는 너로 인해 생기가 돋았다.
네가 끝이 발갛고 말랑한 손가락으로 처음 나를 가리킨 순간이, 조그만 입을 오므려 처음 나를 부른 순간이, 내게는 전에 없던 환희의 기억이다.
순수해서 더 치명적인 너의 다정한 말들은 매번 내 인생의 명언으로 기록된다.
너는 내 삶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런 너를 위해 나는,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늘 생각한다.
너의 보호자도, 양육자도, 선생님도 아닌 나는, 주제넘은 책임감에 경도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되고, 그래서는 좋을 일도 없을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저, 네게 오래도록 좀 이상하고 나이 많은 친구가 돼주는 것이다.
네가 좀 더 자라서, 내가 그랬듯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성에 부조화를 느낄 그 틈에, 나는 가져본 적 없는 좀 이상하고 나이 많은 친구를 떠올리게 된다면.
네가 그 친구의 존재로 위로를 얻는다면.
‘저렇게 살아도 되나 봐!’ 안도한다면.
그러면 됐다.
그러기 위해 나는 잘 살 것이다.
행복할 것이다.
하루하루 더 행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나를 사랑함으로써, 너를 사랑할 것이다.
네 살배기 조카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