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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Aug 23. 2023

Family CHO

번외: Where comes from my blue eyes?

몇 년 만에 작은오빠가 캐나다에서 들어왔다.

코로나 기간 동안 소원했던 가족모임을 위해 우리는 모두 고향에서 모였고, 오랜만에 짧은 시간을 함께 했다.


나는 오빠만 둘 있는데,

큰오빠는 7살, 작은오빠는 4살 차이가 난다.

어렸을 때 큰오빠는 거의 삼촌 같은 느낌이어서 함께한 추억이 적다.

하지만, 작은오빠와는 결혼하기 전까지 함께 살았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캐나다에 따라갔을지 모르겠다.

작은오빠는 처음으로 나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말해준 인물이다.

우리는 전혀 다른 외형을 지녔지만, 유일하게 '그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는데, 바다는 변함없이 푸르고 아름답다.

오랜만에 바닷가에 가니, 어렸을 때 둘을 찍은 사진이 떠올랐다.

성게 한 마리를 잡아 알을 파먹는 상황인데, 나는 작은오빠 옆에서 쪼그리고 있고, 수경을 머리에 쓴 작은오빠는 열심히 성게를 해부한다.

순간, 아빠가 찰칵~하고 사진을 찍는다.

(아쉽게 고향집에 있어, 사진을 첨부할 수 없네.)

저 멀리 사진 속에 조카가 나를 대신한다.

역시 나와 닮지 않은 작은오빠딸이다.


작은오빠는 밴쿠버에서 집을 짓는 일을 한다.

사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른다.

집을 짓기도 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조소를 전공했고  housing으로 유학을 가서 정착했다.

손재주가 있고, 근면성실할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아빠처럼 점점 굵어지는 작은오빠손을 보니,

살짝 마음이 아프긴 하더라.


자, 이제 큰오빠 차례다.

십여 년 전부터 태양광 사업을 하고 취미로 흑염소를 기른다.

나는 한 번도 그 산에 구경을 간 적이 없다. 산도 태양광도 흑염소도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오빠는 달랐다.

둘 역시 서로 다른 외형을 지녔지만, 음, 흑염소라는 공통점이 있달까.


굽이굽이 시골길을 올라 너른 산등성이에 도착한다.

올라가는 길에 우리 nana 옆구리가 다 긁혀서 마음이 쓰였다.

큰오빠는 어째서 이런 시골 산을 샀을까?


저 멀리 대관령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은 파랗고 주변은 고요하며 풀벌레소리만 가득하다.

흑염소 대 가족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부러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나와 피를 나눈 세 사람과 정을 나눈 한 사람이 사진 속에 있다

마지막은 남편이다.

남편과 나는 6살 차이가 난다.

27살에 결혼을 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하자, 그 이듬해 나를 대학원에 보내줬다.

동기들은 내가 '남편'이 아니라, '보호자'와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사실 나는 오빠들이 있어서 그런지 상황이 어색하지 않았다.


남편은 반듯한 사람이다.

나와 다른 외형을 지녔고,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지만, 성향은 비슷하다.

하지만, 가끔 엄격하다.

대학원 논문을 쓸 때, 기졸업자 논문을 보더니,

"이렇게 쓸 거면 학교 다니지 마."

아주 냉정한 사람이다.

덕분에 나는 몇 년 만에 괜찮은 논문이 나왔다며 동문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언젠가 지인 선생님께서

'조 선생은 자존감이 참 높은 사람이에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의 자존감은 어디서 왔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우리에게 성분이 같은 알을 나누어줬다. 엄마는 저마다의 기질에 맞춰 보듬어줬다.

아마 오빠들은 넓고 나는 좀 좁았을 것 같다. 큰 불만은 없다.

어느 날 나는 나만의 둥지를 찾아서 떠났고, 나의 기질을 최고로 인정해 주는 남편을 만났다.

그러니까 my blue eyes는 오랫동안 감춰져 있다가, 남편을 만나고 그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한여름의 짧은 가족모임 뒤, 우리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어디서든 나름의 빛을 발하기 위해 다시금 노력하겠지.

그렇게 점점 더 큰 Family CHO가 되어간다.

사실 가족들은 크게 감동하지 않더라ㅎㅎ난 즐거웠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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