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이유로 태어나 어디론가 떠난다.
티브이에서 본 90세 노부부는
서로가 없는 세상을
생각도 해본 적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이 없는 세상을 살다가 홀로 죽는다.
병든 사람과 늙은 사람은
유독 추운 겨울에 많이 떠나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봄은 온다.
어느 봄엔가 할머니는
봄꽃이 피는 게 무섭다고 하셨다.
우리는 정말 무언가를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사랑을 나누다 떠나면 사랑이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