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나는 양치류?

열대 우림의 시점

by 익소라




집 근처에 있는 숲을 한 번씩 걷는다. 어제는 양치류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저런 모습은 아닌지… 남편이라는 든든한 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데 나무가 낙엽을 툭툭 떨구는 모습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나는 양치류 같다. 양치류는 잎사귀 뒤편으로 포자를 낳고 키운다. 이제는 서서히 포자를 떠나보낼 시기가 왔다는 사실을 안다. 푸른빛으로 웃고 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 나의 꽃은 없는 것일까. 여기서 중년을 맞아들이고 있다. 가끔은 열대 우림의 짙은 녹색이 중후해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15년을 지냈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온 이곳에서 우리 가족은 줄곧 외국인 신분이었고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은 다음 달 귀국하여 논산 훈련소로 입대를 할 예정이다. 남자의 중년을 감지하기 시작할 즈음부터 남편은 한국으로 자리를 알아보았다. 지인의 조언을 구했지만 여기서 은퇴를 하는 게 나을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국내에서도 중년들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주부이다.


떠난다는 말은 뒤를 돌아보게 하는 습성을 지녔다. 귀국을 할 것이다. 다만 몇 달 후가 될지 몇 년 후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가족을 보따리처럼 싸안고 다니던 남편 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외국어로 일을 하며 일 년씩 버텨주는 남편이 안쓰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해 코로나가 터진 후 싱가포르 내 특히 외국인의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친하게 지내던 몇 가정도 귀국행 편도 비행기로 떠났다. 우리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이 즈음에야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을 뒤돌아 본다. 지금은 꽃을 피우는 일보다 큰 나무 사이로 내리는 빛을 받으며 품 안에서 떠나갈 포자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