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미지 몇컷으로 기억되는 하노이 여행이다. 올해 삼월, 초봄에 적금을 깨서 감행하게 된 하노이 여행. 까페 알바 도중에 까페 동료 알바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노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총 삼박 사일의 여행이었다. 나는 혼자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였다. 캐리어 한개와 배낭 한개를 들쳐 메고 공항으로 씩씩하게 향했다. 베트남은 이미 여자들이 혼자 여행하기에 좋은 성지 인 것 같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본 베트남은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현지인들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나는 지난해 패키지 여행으로 엄마랑 다낭을 여행한 적이 있었고, 마침 거기서 맞춘 아오자이가 있었다. 고운 노랑색 아오자이도 물론 내 짐 속에 있었다. 아쉽게도 좁은 비엣젯 항공기 안에서 나는 설렐 수가 없었다. 베트남을 사랑하지만 몸이 너무 피곤하였다. 비행시간이 끝난 후 도착한 하노이에서 마주한 습기와 열대 나무들은, 아, 정말 남국의 그것이었다. 첫째날은 숙소를 찾아 헤메이며 짐을 낑낑대며 들고 걸어갔던 것 같다. "신 - 짜오!(베트남식 인사, 안녕하세요라는 뜻)" 를 외치는 다정하고 친절한 호텔 직원들 덕분에 나는 조금 안심하였다.
내가 베트남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앞서 쓴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와 결연을 맺고 있는 치치 때문이기도 하다. 치치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 나라가 더 특별하고 다정스레 느껴졌다.
옷을 간편하게 갈아입고 분보남보에 갔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그렇게 맛있는 비빔국수는 또 오랜만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다고 해서 맛이 변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음식이 입에 맞는다니, 나는 축복받은 여행자였다!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 수단이어서, 거리가 무법천지다. 신호등이 없는 대로를 오토바이를 피해 샤샤샥 날렵하게 질주하였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마침내 호안끼엠 호수. 거북이에게 칼을 하사받은 장군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 여행서적에서 읽은 적이 있어 큰 기대를 갖고 찾아간 곳이었다. 그리고 호안끼엠 호수는... 정말 아름다웠다. 신선들이 나올 법한 곳이었다. 큰 동남아의 나무들이 초록색 잎을 게으르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호수의 물은 녹조가 껴 푸르스름 하였지만 신비로웠다. 강렬한 빨강이 주가 되는 사당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하노이 시민들, 관광객들이 어울려 생동감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조깅을 하고, 누군가들은 데이트를 하고, 누군가들은 음식을 사먹고... 무엇보다 내가 혼자 환상속의 나라, 환상속의 도시의 중심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이 내 눈앞의 호안끼엠의 아름다운 풍경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호안끼엠 호수는 정말 꿈같았다. 바람이 불었고 나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하노이 여행을 돌이켜 보면, 유명한 고적지도 많이 돌아 다녔고, 관광 스팟도 많이 가봤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맛집도 다 들려서 쌀국수와 반미와 에그커피와 코코넛스무디도 다 먹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건 숙소 바로 앞에 있는 Tranquil 이라는 작은 까페였다. 비틀즈의 존 레논 사진이 걸려 있는 북까페 였다. 나는 일부러 하루에 한번씩 그 까페에 들렸다. 커피맛은 보통이었지만, 매일 발걸음을 하는 곳이 있다는게 왠지 이 도시와 더 친해진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특히 '미'라는 여자 바리스타와 친해졌다. 간단하게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나도 까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고 나를 어필 했다. 왜냐면 로컬 프렌드를 사귀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미는 친절했고, 맛집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나는 충분히 기뻤다. 하노이 사람들의 열린 마음이 너무 좋았다. 사실 존 레논은 어렸을 적 만큼 좋아하진 않지만, 밝은 웃음의 바리스타 미가 좋았다. 그래서 트랜퀼 까페에서 하는 피아노 연주회에도 참석했다. 그랬더니 왠걸, 베트남 피아노 연주자가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국땅에서 그 노래를 듣는 것이 너무 신기해, 페이스북에 질문을 남겼다. '하노이에서 백만송이 장미를 듣고 있는데, 혹시 이 곡 리메이크 곡인가요?' 그랬더니 달린 답글- '리메이크곡이며 라트비아 노래가 원곡입니다' 아하! 어쩐지 구슬프더라니 동유럽 노래였구나. 어쩐지, 어쩐지...
나는 하노이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탔고, 그래서 오토바이 뒷자석에 타본 경험을 가지게 되었으며, 길거리 음식들을 섭렵하였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고, 아오자이를 입고 사진을 찍었고, 야시장의 꼬치구이를 먹고, 여성 박물관을 방문하고, 유명한 로컬 까페들은 다 방문하였고...
여행 마지막 날이 되자 더이상 할 것이 없어진 나는 이 사랑스러운 도시에서 성남의 내 작은 방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가게 되면 분명히 다시 가고 싶어질게 뻔한데도, 얼른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더 여유를 갖고 이방인으로서 낯선 풍경과 현지인들과 어울릴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멍청한 나는 대한민국 성남에 돌아와 나는 한동안 하노이 상사병에 걸려서, 하노이 까페에 바리스타로 취직하기 위해 원서를 써 내고는 했다. 하노이 건축물들의 고운 색깔, 식물들, 음식들이 그리워지곤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내가 베트남과 하노이에 열광했던 몇가지 들을 떠올려 보며 웃음을 짓고 있다. 하노이 취업은 실패했지만, 나는 마음속 깊이 그 곳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