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세이 쓰기 연습글*
이년전 가을, 나는 점성술사 수잔밀러의 별자리운세를 읽다가 무릎을 탁쳤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고 우정을 되살리세요". 그래, 내게 부족했던 건 우정이었어.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 회사에서 일을하고 나면 (칼퇴였다지만) 무릎 아래가 시린 듯이 힘들던 나날에, 이 별자리 운세는 내게 묘한 기운을 줬다. 나는 남자친구가 없는 헤테로 싱글이었는데, 사랑도 하고 싶었지만 우정에도 목말랐던 여자사람이었다.
그래서 십년만에 고등학교 친구였던 혜란이에게 연락을 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십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지만, 혜란이와 있으면 편했다. 나는 이상하게 무해한 인상을 지닌 사람들과 곧잘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십년간의 소식 업데이트를 했고, 추억을 곱씹기도 하고, 오늘날의 우리에 대해 쉴새없이 쫑알쫑알 떠들었다. 혜란이는 십년차 직장인이고, 혼자사는 미혼여성이며, 고양이를 기르고, 본인의 귀여운 차로 출퇴근 하며, 북클럽을 하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세월이 지나 이렇게 멋진 어른이 되어 있는 혜란이가 무척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이젠 하라도 '오래된 친구' 축에 낀다. 싸이월드 모 동호회에서 만난 하라. 우리는 대학시절 "뭐 해먹고 사니"를 입에 붙이고 살았다. 하라와 내가 친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서로를 아픔속에 빠트렸던 연애 상대자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또 우리가 지금까지 친한 건 사회에서 만난 인연이 아니라, 마음의 경계를 세우지 않고 허물없이 친해질 수 있었던 -보송보송했던- 청년기에 만났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이 글을 왜 쓰기 시작했더라... 아, 그냥, 새로운 친구도 좋지만 오래된 친구가 가진 그 넉넉함, 뭐 그런 것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SNS 에서 우연찮게 만났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서 우연찮게 친구를 만났건 ... 서로 간에 주파수가 맞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시간을 주고 같이 케익을 먹고 여름볕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함께 새로 연애 시작하자고 발을 동동 구르고 했던 것이 아닐까. 우연이 인연이 되는 이 신비를 잘 모르겠지만, 난 아직도 점성술사 수잔이 점지해줬던 운세를 기억하면 무척이나 신기하다. 고마워요, 수잔 밀러! 고마워,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