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쓰기 연습용 글
나는 사실 취향에 있어 섬세하지가 못한 편이다. 그 대신 나는 이십대 중반에 자아가 비대해지는 경험을 잠깐 했다. 그시절에 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이 허술한 편에 비해, 야심만 컸던 셈이다. 서른살이 되자 쪼그라든 풍선 처럼 자아는 빈약해졌고, 퇴근 후 치킨과 맥주가 내 심심함을 달래주던 만병통치약이었다. 아무튼간에 자아와 취향과의 특별한 논리적 상관관계는 찾지 못했다. 자아와 취향은 서로 비례관계일 수도 있고 별개의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요즘 자아도 취향도 없는 인간인데, 그리하여 유일한 취미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람에게 반하고, 그 사람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중독에 걸린 셈이다. 그런 내가 요즘 짝사랑 중이다. 산뜻하게 사랑하고 싶으나 나는 활활 타오르는 (짝사랑남의 정신건강을 재로 만들어버릴수도 있어 내가봐도 위험해보인다) 것 만 같다.
짝사랑남의 세계는 단단해보인다. 그는 직업인이고, 책을 많이 읽고, 가구와 요리에 관심이 많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쟁겨두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에게 호기심이 인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으면 안된다고 수많은 연애코치의 달인들이 말한다. 자존감을 챙겨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내 일상에 생기가, 활력이 돈다. 내게 없었던 빛깔이 스며드는 기분. 어설프게 하던 요리를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인다. 맞아, 내게도 짱아찌반찬을 만들기 위해 보석같은 자색양파를 다듬던 시간이 있었지 하면서. 그를 좋아하는 마음에 다시 시작한 요리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팟타이다.
나는 이상하게 동남아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 피자와 치킨도 물론 좋아하지만, 동남아 음식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데 동남아 음식이 너무 맛있게 느껴진다. 남국의 향신료가 주는 향과 달콤한 맛이란! 아무튼 집에서 하는 팟타이는 요리 공정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청정원 팟타이 소스와 숙주, 깐새우와 에그스크램블 그리고 팟타이 면이 있으면 된다. 면을 물에 불리고, 기름에 에그 스크램블을 한 후 깐새우와 면을 투하한다. 그 다음 면이 익으면 소스와 숙주를 넣어 다시 볶는다. 시간을 재는게 관건인데, 면이 너무 불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과물이 맛있다보니 요리의 수고로움보다 재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맛없는 음식을 먹고 기분나빠지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내 몸도 마음도 안쓰러워지는 식사는 이제 그만 하고 싶은 것 같다. 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 깨달으면 내 자신의 기분과 나아가 일상을 꾸리는데 효과적인 것 같다. 팟타이는 내게 그런 음식이다. 온 가족이 나누어 먹어 기분이 좋은 건 덤이다.
사실 너무 취향을 강조하는 사람에겐 아직도 거부감이 일지만, 자연스럽게 퍼지는 향기나 온기처럼 취향을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팟타이를 만들면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보이니 자존감이 생기고, 뭔가 기분 좋은 행복감이 들었다. 알맹이 없는 커뮤니케이션 욕구가 생길때, 팟타이를 매개체로 자리를 만들고 대화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하야 팟타이 파티. 팟타이 좋아하는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가 부제이다. 나로서 온전하기 위하여 팟타이를 만들었는데, 그러고 나니까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이 있게 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맞다, 이거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영향 받은 거지. 그러니까 내 말은... 어디서부터 시작됬는 지 모를 이 인생을 사랑하고싶은 마음이, 팟타이라는 맛좋고 보기 좋은 음식을 통해 형상화 되는 것 같다구. 난 어쩌면 혼자서도 타인과 함께라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짝사랑이라는 기회로 우연찮게 발견 한 것 같다. 해피투게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