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에 낸 글)
언젠가부터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 되었다. 이십대 초중반 때는 눈부신 젊음 같은 여름에 반했었고, 이십대 후반부터는 계속 서정적인 가을을 좋아해 왔다. 삼십대 중반이 된 지금 나는 봄과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내가 봄을 좋아하는 이유? 봄에는 겨울과 작별을 고하는 따뜻한 볕이 담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까. 그건 마음에 새 살이 돋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다시 봄이 찾아온다는 거, 계절은 돌고 돌아 또 다른 찬란한 순간이 찾아온다는 게 너무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렇게 봄의 다정한 요소들은 한이 없다. 따뜻한 온도의 공기가 내 살갗을 간지럽히는 게, 흡사 장난꾸러기 요정이 나를 반기는 것 같다. 봄은 산뜻하게 사람들을 치유한다. 봄은 숲 속의 솜사탕 장수같다. 먼지들도 봄볕을 맞으면 반짝이는 것처럼, 일상속에 환상적인 기운이 스며든다.
올 봄에는 꼭 친구들과 혹은 지인들과 피크닉을 가고 싶다. 아주 예쁜 옷을 입고서. 내가 상상한 옷은, 나풀나풀 거리는 노랑색 원피스다. 스커트 부분은 품이 넉넉해서 바람에 아름답게 날려야 한다. 그리고 빨강 플랫슈즈. 그렇게 초록색 풀밭을 뛰고 싶다. 피크닉엔 맛있는 것들이 빠질 수 없고, 나는 애프터눈티세트를 상상한다. 커다란 밀짚 바구니 가방엔, 영화 [화양연화]에 나오는 에메랄드 빛 찻잔을 넣어 가고 싶다. 이름은 파이어킹 제다이트 제인레이 컵&소서. 1950년대 빈티지 밀크글래스이다. 바삭하게 구운 스콘에 향긋한 치즈와 달콤한 꿀을 한 스푼 얹어 한 입 먹으면, 행복의 맛이 아닐까. 사람들과 나, 우리들은 날씨 이야기 음식 이야기로만으로도 따뜻한 봄을 닮아갈 것 이다. 봄은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지나가버릴 순간이라도 그 순간을 환하게 살고 싶다. 사람들과 함께. 우정에도 시절이 있다지만, 그 시절도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다.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 하며 간지럼 타듯이 웃음을 터뜨리고 싶어!
봄에는 엄마와 함께 여수를 여행하고 싶다. 노래 “여수 밤바다”로 유명한 여수. 바다에 아름다운 불빛이 물드는 항구도시. 단조로운 일상의 집을 떠나 엄마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다. 우리 엄마 영희씨는 아직까지 새로운 것에 탐구심이 강하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이불을 개는 엄마는, 새로운 세상이 궁금해서 매일 신문을 읽고 유튜브를 본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살갗으로 느끼는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먹어보지 못하면 영원히 알지 못하는 맛, 그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엄마가 신문으로 유튜브로 접하는 세상 말고, 직접 코로 들이쉬는 여수 바다의 짠내와... 입맛을 돋우는 향토음식, 그리고 구수한 지역 사투리를 쓰시는 여수 분들과의 정감어린 대화. 그렇게 새로운 장소와 시간 속에, 영희씌를 쏘옥 넣어 두고 엄마의 경험치를 랩업! 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일상생활을 하는 엄마도 신문의 한 글귀 한 글귀를 더 다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하고 무의식중에 우리가 갈구해왔던 것을 충족시켜줄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에너지 할당량이 있다면, 백퍼센트 충전에 보조 배터리까지 얻어갈 수 있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활기찬 아침과 아늑한 밤을 얻기 위한, 여행.
봄을 잘 즐길수 있는 세 번째 방법. 그건 내 생각에, 강아지와 산책하기다. 강아지란 동물은 매번 처음 태어난 것처럼 모든 세상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 같다. 산책을 나가면 풀 냄새도 맡아야 하고, 영역표시도 해야하고, 바쁘다 바뻐. 강아지만큼 무해하고 귀여운 생명체를 본적이 없는 것이다. 귀여움은 인류 최상의 가치이고 그 귀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강아지와 봄나들이를 하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에 하나 라고 자신한다. 강아지의 변을 치워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지만... 보들보들한 강아지를 꼭 껴안고 나면, 그 꼬숩은 냄새를 맡으면, 강아지라는 존재감이 나를 온몸으로 반기는 것 같다. 친애하는 인간이여, 나를 사랑해달라고 궁뎅이를 흔들며 뒹구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마음이 구겨진 사람이라도 보조개가 패일 정도로 얼굴을 활짝 피며 웃을 수밖에 없을 거야. 강아지라는 동반자와 함께하는 따사로운 날의 산책. 선선한 봄바람을 맞을 수 있는 최고의 친구는 바로 우리를 아무 평가 없이 사랑해주는 강아지란 것을 잊지 말자.
이렇게 봄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써보았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니, 봄을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왜냐면... 아무 생각없이 봄을 흘려보내기엔 봄을 더 온 몸으로 좋아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에도 더 좋은 길이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명하고 사려 깊게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대상의 좋은 면들을 더 잘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충분 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좋아함’의 과정을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써본 것은 내게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