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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27. 2024

루틴 :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힘 (2)

갭먼스를 건강하게 보내는 첫 번째 방법

갭먼스의 일상을 관리하는 루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총 두 편으로, 이번 글은 전반부 루틴 :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힘 (1)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굿나잇 챙기기


앞선 글에서 하루의 시작인 오전 루틴을 길게 나눈 바 있다. 이번에는 마무리하는 루틴을 강조하고 싶다. 잠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마주한 자극과 생각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고, 다음날 컨디션과 상관관계가 있음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특히 수면의 질, 즉 숙면 여부는 거의 결정적이다. 수면이 끝난 뒤 찌뿌둥하게 아침을 맞이할지, 감사와 평온으로 하루의 첫 호흡을 내뱉을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숏폼 콘텐츠를 보다가 새벽 시간이 흘러가고, '이젠 진짜 자야지' 하고 잠들었다가 아침부터 피곤하게 시작한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은가? 특히 내 경우 다음날 출근 부담이 없어 밤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진 것은 숙면에 위험한 요인이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면 관리가 꼭 필요하다 생각했고 자기 전 루틴을 아래와 같이 유지 중이다.


1. 하루 5분 저녁일기

- 오늘 일어난 멋진 일 3가지는?
- 무엇을 했더라면 오늘 하루가 더 만족스러웠을까?

2. 수면 가이드 영상


저녁일기는 아침일기와 동일한 페이지에 하루를 돌아보며 적도록 되어 있다. 짧게나마 적고 나면 감사한 에너지가 가득하게 된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더라도, 스트레스가 가득했더라도 멋진 일 3가지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이 친절하게 인사해 주셨다든지, 무심코 들어간 카페의 음료가 너무 맛있었다든지. 적다 보면 3가지가 넘어갈 때도 많다. 여기에 마음 안정을 위해 아로마 오일 향도 더하면 한껏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 루틴 글 전반부에서 잠시 언급한 습관기록모임을 통해 자리 잡은 습관 중 하나.

저녁일기를 씀으로써 완성되는 <5 minutes journal>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서 수면 가이드 영상을 자주 활용한다. 4년 전 알게 된 브레이너 제이님 유튜브 채널에 숙면을 위한 영상이 아주 많은데, 시간대별 혹은 주제별로 고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주로 6시간, 7시간 가이드를 즐겨 듣는 편이다. 나른한 채널 주인장님 목소리와 배경에 깔린 수면 유도 음악을 들으면 5분도 안 되어 꿀잠에 빠지고, 다음날 알람을 듣지 않아도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뜰 수 있다.


사소하지만 숙면과 상쾌한 아침을 위한 약간의 팁이 있다. 바로 핸드폰 '수면 모드' 설정. 아이폰에서는 기본 집중 모드의 일부로 있고, 안드로이드도 방해 금지 모드에서 수면 시간을 설정 가능하다. 수면 모드의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한 알람이 뜨지 않는다는 것. 푸시는 물론이고 앱 알람 배지, 잠금화면 알람까지 가려서 기상 직후 예상치 못한 자극으로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다. 정말 유용한 기능인데 나도 지금까지 잘 활용하지 않았고, 주변에도 많지는 않은 듯했다. 작은 습관이 컨디션을 달라지게 하고, 진정한 '굿나잇'을 가져올 수 있으니 참고해 보자. Have a good night!




일상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


루틴이라고 해서 꼭 매일 반복될 필요는 없다. 데일리 루틴이 일 단위라면,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반복되는 나와의 약속들을 만들면 된다. 주기적으로 이벤트가 예정되면 예측 가능한 일상을 통한 안정감이 생기고, 내 삶의 다른 영역들도 건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 갭먼스를 가지면 강제적인, 고정된 일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루와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이 달라진다.


나의 경우 우선 주 단위로 운동 루틴이 있다. 여행 등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주 3~4회 요가, 2회 댄스를 꼭 간다. 수업 시간이 정해진 운동 루틴은 어떻게든 집에서 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개인적으로 갭먼스를 보낼 때 집에만 머무는 상황을 가장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 일정도 없는 날 마음먹고 밖에 나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면 자유에서 오는 이유모를 불안과 우울을 예방하기 좋다.


주말에는 습관기록 주간회고, 종교생활, 가계부 정리 세 가지를 꼭 하려고 한다. 습관기록 주간회고는 평일에 작성한 습관기록을 돌아보며 좋았던 점, 아쉬운 점 및 해결 방법을 적어보는 것이다. 모임에서 자율적으로 올리기로 한 규칙이지만, 따로 별다른 주간회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습관을 중심으로라도 한 주를 정리하니 환기에 아주 효과적이었다.

습관기록모임에 올린 주간회고 예시


그 외에도 일요일이면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뱅크샐러드 앱으로 지출을 정리한다. 가계부는 웬만하면 매일 정리하는 게 좋겠지만, 여러 이유로 놓치는 날이 많고 굳이 매일 확인할 필요성은 못 느껴서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밀린 내용을 확인한다.


월 단위로는 '카드값 정산데이'를 지정했다. 직장 다닐 땐 월급날이 정해져 있으므로 카드값이 알아서 빠져나가는데, 고정적 수입이 없으니 카드값 나가는 날을 미리 챙겨야 한다. 이미 모든 정산 날짜가 전 직장 월급 날짜에 맞춰져 있었으므로 해당 날짜를 나만의 '카드값 정산데이'로 정해서 선결제를 하기로 했다. 선결제를 해버리니 통장에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지난달에 얼마나 썼는지 직접 보며 반성하기도 한다. 가계부, 선결제 모두 데일리 루틴은 아니지만 재정 영역에서 무너지지 않는 최소한의 장치 역할을 한다. 재정 관리 영역에선 아직 초보지만 더 늦기 전에 배워가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작은 성취가 쌓이면


글을 시작하며 루틴은 '반복'과 '약속'이라고 정의 내렸다. 섣부른 규정이 아닐까 다소 걱정했는데 글을 마쳐가는 지금, 두 키워드에 더욱 확신이 생겼다. 무언가를 꾸준히 반복하는 것은 일상의 리듬과 규칙을 만들고, 무한한 자유가 주어지는 갭먼스 기간을 불규칙으로부터 지켜준다. 마치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같다. 운동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동작 자체가 힘들고 오래 지속하기 어렵지만, 어느새 익숙해지고 근육과 힘이 생겨나게 된다. 일상에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걸 숱한 무너짐과 흔들림 끝에 깨달았고, 루틴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근육이 생겨나는 즐거움을 순간순간 느끼게 해 주었다.


반복이 과정이라면, 약속은 결과다. 나 자신과의 크고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 하나하나 성취가 된다.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성취감은 더욱 중요하다. 세상 모든 일은 서로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자연스레 타인과의 약속과 기대를 충족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퇴사를 하면 그 기회가 저절로 생기지 않기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높은 자율성이 주어진 만큼 책임도 커지므로, 내가 만든 약속을 하나씩 지키는 것만으로도 삶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가는 셈이다. (조금 막막하긴 하지만, 설레지 않는가?)


갭먼스를 보내고 있다면, 혹은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면, 나만의 아주 작은 루틴부터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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