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Oct 30. 2022

랫풀다운에서 울어봤나요

 그날도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헬스장에 헐레벌떡 도착했다. 간단한 저녁 도시락을 먹는둥마는둥 입에 욱여넣고 앱을 열어 오늘 해야할 운동 루틴을 확인했다. 이제는 각 기구에 앉으면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는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익숙해졌다고 힘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등 운동, 랫풀다운* 기구에 앉았다. 


익숙한 중량으로 조절 후,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기합을 넣듯 짧게 숨을 내뱉었다. 무게가 실린 바를 내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손을 어깨 위로 길게 뻗었다가 내리는 동작을 몇 번이나 했을까. 어느 순간 피로가 쌓인 내 어깨 위로 중량의 무게가 원래 무게보다 몇 배로 쏟아져 내리는 듯 했다. 그 무게에 짓눌려 ‘내가 왜 지금 이렇게 힘든 걸 하고 있을까.’ 생각이 들자, 순간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벤치 위에 앉아 손에는 바를 든 채로 눈물이 나오다니. 누가 볼까 얼른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뒤에서 내가 몇 세트 하는지 보면서 기구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지 신경이 쓰였다. 당장의 내 감정보다도 기구에 오래 앉아있는게 민폐가 될까 걱정이 앞섰다. 


운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누가 협박한 것도 아니고 내 손으로 신청한 대회다. 징징댄다고 대회 날짜가 미뤄지는 일도 아니고, 당장 오늘 마쳐야 할 운동이 밀려 있다. 수건으로 쓱 눈물을 닦고 천장을 한 번 쳐다보며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울면 근손실 온다는 농담을 내 자신에게 되뇌여 본다. 


‘‘다 울었니? 그러면 이제 운동을 하자.’


그렇게 헬스장에서 그날의 운동을 다 마치고 강남으로 넘어가 포징 레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늦은 밤이었다. 도시락 통을 씻고, 샤워를 하니 바로 잘 시간. 핸드폰을 보며 수다 떨 시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말 힘드니 투정 부릴 힘도 없고, 눈물 흘릴 시간도 없었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했다. 이 과정을 알았다면 과연 이것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등 광배근 운동

작가의 이전글 헬린이에게 프리 웨이트 존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