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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Oct 01. 2022

역시나 기다림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삶의 자세!

발리에 다시 온 유일한 목표는 요가수련이었다. 2달동안 고기도 안먹고 설탕, 얼음, 밀가루도 줄이고 절제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요가수련에 있어 음식을 조절하겠다는건 철저한 아사나(요가자세)욕심이다.

아사나를 잘하고 싶은 욕심.


발리에 다시 돌아와서 사실 계속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첫 주는 더운 발리에서 호주의 겨울로, 그리고 또 다시 발리로 왔으니 급변하는 날씨에 적응하느라 맥을 못추렸다. 한 주가 지나고 이제 적응하나 싶더니 월경이 예정일보다 2주나 미뤄지는 바람에 월경전증후군으로 꽤나 고생했다. 다음 한 주는 미뤄진 생리 덕에 올해 중 가장 심한 생리통으로 고생을 했고, 다 지나갔나 했더니 심한 몸살이 찾아왔다. 코로나 증상처럼 속이 메스껍고 오한과 기침, 가래로 2주 가까이 고생을 했지만 코로나 자가키트는 음성이었고, 감기몸살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증상에 답답할 뿐이었다.



발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아침6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아침에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부러웠다. 나의 우붓에서의 아침은 항상 부담감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제시간에 아침요가를 가야한다, 90분의 요가수련을 마쳐야한다, 아사나 실력을 키워야한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요가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될 줄 알았는데 매일아침 매트 위에서는 몸살과 더불어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과 싸워야했다.


서울에서 아쉬탕가를 그만둘 때즘도 똑같았다. 아침에 눈뜨기 싫어 수련을 미뤘고, 몸이 극도로 무기력했다. 나는 발리에서 똑같은 증상을 느끼면서 또 다시 아쉬탕가를 그만둬야하나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속되는 원인 모를 육체적 피곤과 정신적 무기력에 한달 내내 앓다가 2주전 쯤 선생님한테 울면서 아쉬탕가는 내 길이 아닌거같고 요즘은 매트 위에서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는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아쉬탕가를 정말 그만 둘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가볍게 웃으며 영적 수련의 길에서 당연한 현상이고, 수련의 양의 기준을 수련 후 기분이 좋을 만큼만 수련하고 가라고 하셨다. 10분 15분만 수련해도 되니 매트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성취인지 기억하라는 따뜻한 조언과 함께.


그 이후로 멍하게 수련장에 가서 정말 하고싶은 만큼만하고 매트를 접는다. 다른 학생들보다 30분에서 1시간 먼저 마칠 때는 매우 민망하지만 그럴때마다 더 평소보다 방긋 웃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루는 요가수트라를 읽다가 “육체적 피로-정신적 무기력-의심-무관심-게으름”의 악순환 속에 있었다는걸 깨닫고 수련의 과정 중 흔한 것이라는 선생님의 조언은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애정어린 조언이었음을 상기시키며 다시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다.



오후에 참여한 한 명상수업에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꽃봉오리가 만개하기위해 억지로 피려하지 말자고, 물을 주고 햇빛을 쐬며 기다리면 되는거라고.


나는 두 달 우붓에서 요가만 하면 극적인 아사나실력 향상이 있을거라고 기대했는데, 요즘의 상태를 돌아볼 때면 그런 기대가 욕심과 압박이 되어 나를 더 아프게 만든건 아닌지 생각한다.

분명 아는 얘긴데, 머리로 아는 것과 실천하는건 얼마나 다른지 새삼 깨닫는다.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말로 쉽게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던 나는 그걸 세상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가보다.



머리로 이해한 순간에 과거부터 쌓인 깊은 습관을 없앨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아침에도 요가수련을 하면서 2주가 지났는데도 컨디션 회복을 못하고 제 진도까지 못하는 상황에 죄책감과 답답함이 올라왔다.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겼다. 수련을 마치고 선생님한테 가서 또 물어봤다.


어떻게 중도를 찾아요? 저는 짧게 수련하는 날은
제가 게으른건지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고있는건지 구별하기 어려워요.


선생님은 또 한번, 수련 후의 컨디션을 잘 지켜보라 하시곤, 나보고 수련 중 자세 사이사이 쉬는 시간이 너무 긴 것 같다고 하셨다. 자기가 생각하는 중도는 수련하는 동안 매트 위에서 만큼은 호흡과 움직임에 멈춤이 없으면서 올라오는 감정과 감각을 알아차리는데서 시작한다며. 나는 속내를 들킨 마음에 너무 민망해서 크게 웃어버렸다.


“선생님, 저 사실 오래 쉬는 이유는 하기싫은 마음이 너무 크게 올라와서 그만두고싶어서 그런거에요.”


선생님은 그 마음까지도 다 알고 계셨다. 남은 기간동안 매트 위에서 수련하는 동안은 얼마나 수련하는지보다 빈야사의 정의대로 호흡과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연습을 해보자고 다짐하며 수련장을 나왔다.


오늘 선생님의 대답 속에서 아쉬탕가요가의 야마yama 중 “삿뜨야”가 생각났다.


삿띠야 Satya 진실성

진실한 것만 말하고, 유쾌한 것만 말합니다. 그리고 만일 내용이 진실하나 유쾌한 것이 아니면 말하지 말고, 유쾌하다고 해도 거짓이라면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정직하게 됨에 의해서 우리는 고통, 어려움 혹은 누군가를 해롭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침묵을 유지해야 합니다.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이 선생님과 우붓에서 3개월 넘는 기간동안 수련하고 있지만, 선생님은 단 한번도 자세 중간에 오래 쉰다고 지적한 적이 없다. 나의 부족한 면을 알아챘지만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셨고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전달할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신 것이다.


서울에서 3년동안 배웠던 선생님은 함께 3년을 수련하면서 떠나기 마지막 즘, 나랑 단둘이 대화를 나누던 날, 우리선생님도 대화의 흐름 중 기회가 왔다는듯 “너는… 너는 정말 포기의 아이콘이야! 가끔은 너 수련장 들어와서 팔 들 때부터 ‘오늘은 포기에요’라고 써있는거 알아?” 라고 말씀하셔서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우리선생님도 나의 성향을 파악했음에도 3년동안  한번도 지적하지 않고, 언제나 스스로를 믿으라는 메시지로 격려하셨던걸 보면 똑같이 사뜨야를 실천하는 분이셨다는걸 회상한다.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정신수련의 범주에 들어가며 요가의 정의는 마음작용의 조절이다.

아쉬탕가요가는 이런 마음작용을 조절하기 위하여 8가지의 수련법을 실천하는 시스템이다. 8가지 중 첫번째, 두번째는 야마, 니야마로 앞에서 언급한 사뜨야처럼 도덕적인 실천에 대한 내용이고 세번째가 아사나, 즉 요가자세이다.

오늘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잠시 요가의 정의를 잊고 있었다는걸 알아차렸다. 아사나는 8가지 수련법 중 하나일 뿐인데, 운동하듯 자세에만 집착하며 널뛰는 마음에 휩쓸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사나를 비롯해 도덕적 실천, 명상 등을 통해 요가의 정의대로 마음작용을 조절하는걸 목표로 재정비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떤 수련이든 꽃이 만개하기위해선 오직 기다림이 필요하다는걸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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