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곧장 길을 나섰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카페를 가는 길이었는데 센트럴마켓 지나가는데 내 최애 메뉴 세피아보카디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어차피 카페 가서 애매한 샐러드 샌드위치에 10유로 쓰느니 센트럴바 잠깐 들러서 보카디요 먹고 갈까?’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재빨리 마켓으로 들어갔다. 평소엔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유명포인트지만, 역시 평일 아침이라 대기가 없었고 무려 자리를 골라 앉는 호사를 누렸다.
해외생활을 통해 발달한 영역이라면 눈치를 넘은 직감! 비언어적인 정보를 통해 상황과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크게 늘었다.
바에 들어가서 자리를 선택할 때부터 어디 자리가 마음이 편한 자리인지 탐색하기 시작했고, 종업원에게 주문하거나 음식을 받을 때 눈을 마주치고 웃어 보여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면서 분위기를 읽었다…
음식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뜨거워서 포크를 요청하려고 다른 종업원에게 주문했더니 내 발음을 못 알아듣고는 계속 귀 기울여 들으려 하더라. 몇 번의 시도 끝에 알아듣고는 활짝 웃으며 센스 있게 포크랑 나이프를 같이 챙겨주는 걸 보면서 이 여자다! 싶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계산을 요청하려는 순간 내 오른쪽 여자가 먼저 계산을 요청하더라. ‘아 내가 먼저 하려 했는데…’ 생각하면서 종업원들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아까 포크 건네준 직원이 여유로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 직원이 식기류 정리를 하러 내 앞에 온 순간 계산서 달라고 살짝 요청하니, 바로 정리하던 식기류를 내려놓고 계산서를 준비해 줬다.
그런 내 상황을 보면서 다른 직원에 먼저 요청했던 옆사람은 다른 남자직원에게 또 요청했지만 그 남자도 손으로 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라.
난 일사천리로 거스름돈을 받고 서로 좋은 하루 보내라는 인사를 나누곤 유유히 마켓을 빠져나왔다.
재밌는 건 먼저 계산서를 요청했던 손님도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혼자 온 아시아여자였다. 내가 스페인사람이었다면 인종차별로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겠지만, 너무 똑같은 조건이라 그저 내가 운이 좋고 자기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난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철저한 계산 속에서 나온 전략이었는데 말이다.
‘나’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고 그 안에 보이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분석해 쌓은 빅데이터 같은 직감을 따를 수 있다면 행운도 우연이 아닌 필연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짜릿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