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있는 거 너도 좀 알았으면…
나는 겨울이면 매일 굴을 먹을 수 있어서 좋은데
이런 나와 달리 우리 아들들은 굴을 싫어한다.
굴 냄새만 나도 코를 막고 입을 막고
호들갑을 떨며 역겹다는 포즈를 취한다.
그렇지만 나는 호시탐탐
이 맛있는 걸 얘들도 알았으면 싶다.
그런 취지로 어제는 따끈한 굴국밥을 끓여봤다.
브런치 작가님 중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는
몬스테라 작가님의 글에서
맛있게 국을 끓이려면 멸치와 다시마를
아낌없이 팍팍 넣어주면 된다는 부분이 떠올랐다.
혼자 피식 웃고는
평소 같으면 두 마리나 세 마리 넣었을 멸치를
부호의 느낌으로 한주먹 과감히 집었다.
다시마도 한 장 말고 과감하게 세 장 넣었다.
(그리고 천연재료 코인육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는 한입 크기로 자박자박 썰어둔 무, 대파
다진 마늘 한 스푼, 국간장 세 스푼 넣고
보글보글 끓이며 중간중간 거품을 걷어냈다.
마지막에 굴과 두부를 휘리릭 넣어주고
마지막에 고추와 새우젓도 조금 넣어주었는데
넣기 전도 충분히 맛있어서 생략가능이다.
휘리릭 끓여낸 시원한 굴무국 완성!!
우리 엄마가 맛있게 끓여주던
이런 시원한 국을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이토록 맛있게 끓여낼 수 있다니.
자가효능감과 어깨가 하늘로 승천한다.
평소에 불족발 같은 걸 시켜 먹을 때는
매우 맛있지만 뭔가 아들이 먹을 때 죄책감이 들었는데
오늘 예쁘게 내 손으로 굴무국 끓여서
아들을 식탁으로 부르니
왜인지 뿌듯해서 내 입꼬리가 살살 올라간다.
평소에는 굴이라면 질색하던 초등학생이
따뜻하고 푸근한 국 냄새에 코를 벌름거린다.
이거 뭐야~? 하길래 일단 인식을 친근하게 해 주려고
응~ 무국 이라고 대답해준다.
그리고 감칠맛이 폭발하는 따뜻한 국물을
조금 간보라며 입에 흘려넣어주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뭐야? 맛있다! 좋아한다.
오예 걸려들었어.
분위기 타는거다.
근데 이거 무국에 굴도 좀 들어가.
엄청 시원하고 맛있어. 한입 하쉴?
생굴은 절대 안 먹겠던 녀석이
분위기 타서 ‘무국’속에 있는 굴을 호로록
먹어본다.
오~ 굴이 맛있네?
오예. 됐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좋아하는 걸 나눌 수 있다는 게
왜 이리 신나는 일인지 모르겠다.
드디어 이제 우리 집에 나 말고도
굴이라면 침 흘려줄 동료를 만드는데
한 발짝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쁘다.
다음 주에는 굴보쌈 공격이다.
굴보쌈 못 참겠지.
보나마다 성공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