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벗 나민이에게
나민아. 나는 어젯밤에 내 눈가와 입가와 이마에
주름을 확! 실! 하게 없애준다는 크림을
듬뿍 바르고 잠에 들었어.
막 40이 되는 우리 나이라 그런지 요즘 들어
주름이 너무 신경쓰이더라구.
내일이면 주름이 조금 없어져 있겠지?
희망찬 꿈을 품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봤는데
정말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어.
얼굴에 눈 코 입을 빼고는 정말 빨갛고 딱딱하고
고름들이 줄줄 날 정도로 심한 여드름 피부가
온 얼굴을 뒤덮어 버린 거야....
나는 정말 허무했어.
미세한 주름들이 신경이 쓰여서
크림을 바르고 잠이 들었는데
걱정하던 부위에 빨갛고 농익은 여드름이
빽빽이 들어서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거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지.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여드름맨은 꿈속의 나였고
일어나 보니 내 얼굴에는 주름도 그대로고,
다행스럽게도 여드름은 하나도 없었어.
여드름 없이 살색의 평범한 내 피부가 너무 고마웠어.
주름? 이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네 싶었지.
오늘부터 주름 걱정은 그냥 덜 할 것 같아.
우리 10대 20대 때 함께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때
너무나 싱그럽고 예뻤던 너희들의 얼굴이 생각나.
내 얼굴은 스스로 길게 볼 일이 없으니
너희들 얼굴을 대부분 봤을 시간에
찍었던 사진 속 우리들을 보면 너무 예뻐서
그 시절이 참 좋았다 생각이 들어.
그땐 예뻤는데 지금은 그때 얼굴이 아니라서
아쉽기도 하고.
누구나 그렇겠지?
젊은 시절의 자기 모습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면
돌아갈 거냐고 누가 묻는다면
사실 난 그렇진 않을 것 같아.
지금까지 살아온 내 시간에 나는 만족하고
똑같이 그 과정을 다시 해낼 자신이 없거든.
우리 다 같이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
얼굴은 조금 늙어지고 머리는 좀 흰머리가 나기는 해도
지난 시간들을 엮어오고 경험했던 지금의 내가 좋아.
대체 20대의 나는 어떻게 그렇게 사방팔방 누비면서
하고 싶은 건 미친 듯이 다하면서 살았을까?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 속에
잔잔하게 늘 함께 할 수 있었던 친구가 있었다는 게
정말 너무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