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벗 나민이에게
나민아. 우리 매일 유튜브 보면서
홈트 100일 목표 달성하기로 했었잖아,
그런데 오늘 나는 운동을 못했어.
왜냐하면 오늘 대차게 부부싸움을 했기 때문이야.
부부싸움을 하게 된 이유가 더 어이가 없어.
저녁을 같이 먹을 때만 해도 분위기 좋았거든?
마지막에 일본 컵라멘 하나를 사이좋게 먹었는데,
그 라면 국물을 남편이 끝도 없이 먹더라구.
그래서 내가 그만 좀 먹으라 했지.
나는 굳이 왜 그만 먹으라고 했냐 하면
사실 남편 건강이 걱정되는 이유보다는
남편이 평소에 아이들에게 “국물 먹지 마라! “라는
잔소리를 엄청 자주 하는데
그걸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
역지사지 너도 그 잔소리당해봐라! 그런 거지.
그랬더니 먹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한다고
남편이 엄청 기분 나빠하면서 짜증을 내는 거야.
나는 남편의 짜증에 더 큰 짜증으로 호되게 돌려주었고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 ‘너’라는 호칭까지
내가 친히 불러주었지.
내가 그랬더니
남편이 핸드폰 녹음 기능을 켜면서
'증거수집'을 위해서 녹음을 하겠다고 하는 거야.
갑자기 내 머리는 핑 도는 것 같더니
우지끈 심지가 끊어지며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어.
나도 뭐 때문에 그런 건지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까 나에게 있어서
‘증거’는 ‘소송’을 할 때 쓰는 것이고
증거수집 하겠다는 말이 곧
이혼소송을 하자는 말처럼
내 귀에는 자동화되어서 박혀버린 거지.
너무 슬프고 서운했어.
인스타그램 속에 꽁냥꽁냥 귀여운 커플들을 보면
남인 내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워 미소 짓는데,
나도 옛날엔 내 사랑이 그렇게 좋아 죽었는데.
지금은 왜 이리도 못마땅하고 재미가 없을까?
남편은 그냥 이기고 인정받길 좋아하니
우리의 다툼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자기가 맞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뿐일 거야
소송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생각은 없었고.
그런데 나는 우리의 일을
왜 다른 사람에게서 해결을 바라는 건지 모르겠어.
우리 일은 우리만이 알 수가 있는 거잖아.
우리의 역사와 감정과 상황이 점철된 것들이니까.
아마 남편은 답답하니까 그런 거겠지?
6살 어린 여자사람에게 맨날 혼나면서 살려니.
연애시절 3년 내내 날 미쳐있게 한 그 콩깍지
어디 떨어졌을까? 어딘지만 알면 빨리 가서
잽싸게 주워오고 싶어. 다시 내 눈에 끼워주게.
어제 뉴뉴를 재우는데 내가 뉴뉴에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니까,
‘피. 엄마 뉴뉴한테는 이렇게 말하지만
서뉴한테는 서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하고
아빠한테는 주녀리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할 거 다 알아!!‘ 그러더라?
다행스러웠어.
뉴뉴의 질투를 현실로 어서 만들고 싶어.
나민아.
원래 이렇게 남편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일이
어려울 일이니?
분명 내가 남편 그 녀석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서
내가 꼬셔서 결혼한 건데.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여전히 사랑하긴 하는데 사랑 스타일이 연애할 때와 다르게 변한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구차한 변명도 구구절절 너에게 덧붙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