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링크3 : 감정의 예술 #6

진실의 댓가

by 디자이너 야니

일주일 후, 민우는 김지혜와 함께 작은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감정전'이라는 제목이었다.


하지만 예술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윤민우 작가, 완전히 끝났네."

"김지혜도 마찬가지고. 요즘 작품들 보면 C등급도 못 받을 수준이야."

"장현우 작가 같은 사람이 진짜 예술가지. 극한의 감정을 다루면서도 안전하게 작업하잖아."


갤러리들도 전시를 거부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갤러리는 표준화 지수 A등급 이상만 전시해요."

"요즘 관객들이 장현우 작가 같은 강렬한 작품을 원해서요."


그러나 민우에게는 더 현실적인 문제가 닥쳤다.

스마트폰으로 온 메시지들이었다.


[네오아트 플랫폼] 계정 비활성화 안내: 시스템 호환성 부족
[갤러리 보험조합] 전시 보험 적용 불가 통보
[아티스트 뱅크] 대출 심사 재검토 요청


모든 곳에서 그를 배제하고 있었다.

정화 프로그램을 거부한 대가였다.


결국 민우와 김지혜는 작은 카페에서 전시를 열기로 했다.




전시 당일, 관람객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대부분 호기심에 온 사람들이었다.


"이게 전부예요? 헤드셋도 없고..."

"장현우 작가 작품에 비하면 너무 밋밋한데요."

"감동이 별로 없네요."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한 중년 여성이 김지혜의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작품 제목은 '퇴근길의 작은 기쁨'이었다.

홀로그램이 아닌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었다.


"이 그림... 참 좋네요."

"어떤 점이요?"

김지혜가 물었다.


"진짜 사람이 느낄 법한 감정 같아요.

너무 극적이지도,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냥 일상적인 기쁨인데 마음을 따뜻하게 해요."

여성이 계속 말했다.


"요즘 다른 작품들은... 너무 무서워서 볼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게 진짜 누군가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김지혜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요? 이런 평범한 감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연하죠. 오히려 이게 더 진짜 같아요."


그때 갑자기 갤러리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30대 초반의 세련된 외모, 값비싼 정장을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장현우입니다."

민우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감정을 구매해서 작품을 만드는 작가.


"뭐 하러 오셨어요?"

"궁금해서 왔어요. 요즘 화제의 '순수 예술가' 윤민우의 작품이 어떤지."

장현우는 작품들을 둘러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이게... 예술이라고 하는 거예요?"

"뭐가 문제인가요?"

"너무 약해요. 감정의 강도도, 몰입도도. 사람들을 진짜로 흔들 수 있는 힘이 없어요."


장현우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최근 작품을 보여줬다.

"이걸 보세요. 제 최신작 '구매한 살인 충동'이에요."


화면에는 무시무시한 감정 체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이건 실제 연쇄살인범의 감정이에요. 고작 500만 원에 샀죠.

이 정도 푼돈이면 누구든 이런 경험을 살 수 있어요. 이게 진짜 예술 아닙니까?"


"그게 예술이라고요?" 민우가 분노했다.

"그럼요. 예술은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가야 해요. 안전한 감정으로는 아무도 감동시킬 수 없어요."


장현우가 계속했다.

"게다가 저는 직접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아요.

이미 누군가 경험한 것을 사서 쓰는 거니까. 효율적이고 안전하죠."


"그럼 그 감정의 원래 주인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지혜가 물었다.

"그건 제 문제가 아니에요. 시장에서 사고파는 거니까."


장현우의 태도가 너무 냉정했다.

"민우씨,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이제는 제 방식이 대세예요.

시대착오적 순수예술로는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아요."




장현우가 떠난 후, 민우는 충격에 빠졌다.

"저런 사람이... 지금 예술계를 주도하고 있다니."

김지혜도 의기소침해 있었다.


"선배님, 우리가 틀린 걸까요?"

"아니에요." 민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옳아요."


그때 전시장에 민서가 들어왔다.


"민우야, 큰일이야."

"무슨 일이야?"

"장현우가 네 이름을 거론하면서 공개 도전장을 냈어."


민서가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윤민우 작가에게 묻는다. 당신의 안전한 예술로 내 작품과 경쟁할 자신이 있는가?"
"진짜 예술이 무엇인지 대중들이 직접 판단하게 하자."
"1:1 대결전시 - 한달 뒤, 센트럴 갤러리에서"


민우는 분노가 치밀었다.

"이 사람이..."

"어떻게 할 거야?" 민서가 물었다.


민우는 잠시 생각했다.

도전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무시해야 할까?


"받아들이자."

"정말?"

"응. 진짜 예술이 뭔지 보여줘야겠어."




그날 밤, 민우는 유나와 통화했다.

"유나야, 나쁜 아저씨가 나타났어."

"나쁜 아저씨요?"

"응. 다른 사람의 아픔을 사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야."

유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럼 그 아저씨 그림에는 그 아저씨 마음이 없겠네요."

"그렇지."

"그럼 가짜 그림이에요. 진짜 그 아저씨가 그린 게 아니니까."

민우는 유나의 말에서 힘을 얻었다.


"유나야, 나쁜 아저씨랑 그림 대결을 하게 됐어."

"진짜요? 그럼 이길 수 있어요?"

"모르겠어. 하지만 최선을 다해볼 거야."

"아저씨는 진짜로 그리니까 이길 수 있을 거예요!"


유나의 목소리는 가볍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민우의 가슴 깊은 곳에 머물며, 흔들리던 손끝을 천천히 단단하게 잡아 주었다.


그날 밤, 민우는 스케치북을 펼쳤다.

아이의 웃음이 남긴 울림이, 어둡던 마음 한켠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이전 07화네오링크3 : 감정의 예술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