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링크3 : 감정의 예술 #7

조용한 반란

by 디자이너 야니

2주 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장현우와의 대결을 앞두고, 민우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갤러리들은 아예 문을 닫았고, 언론들도 그를 "시대착오적 작가"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민우에게는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민우야, 이거 봐."

민서가 급하게 들어와 노트북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감정 거래소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감정 거래소 이용자 급증... 하지만 후유증 호소도 늘어"
"'내 고통을 팔았더니 마음이 텅 비었어요'"


"무슨 일이야?"

"감정을 판 사람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어. 자신의 진짜 감정을 잃어버리는 거야."


화면에 인터뷰가 나왔다.

"저는... 저는 제 슬픔을 팔았어요.

그런데 이제 정말 슬픈 일이 생겨도 슬프지 않아요. 마음이 메말라버린 것 같아요."


민서가 계속 설명했다.

"한수연씨가 조사한 결과야. 감정을 상품화해서 추출하는 과정에서, 그 감정 자체가 손상되는 거래."

"그럼..."

"응. 결국 진짜 피해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야.

돈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팔았다가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는 거지."

더 충격적인 건 다른 소식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봐."

새로운 기사가 떠올랐다.


"정화 프로그램 수료자들, 일상 감정 인식 능력 90% 이상 상실"
"기계 없이는 기쁨, 슬픔 구별 못해... '감정적 장애인' 양산 우려"


민우는 소름이 돋았다.

"테라콘에서 정화 프로그램을 받은 작가들 말이야?"

"응. 그들이 이제 일상에서는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해.

오직 작품 제작 시에만, 그것도 AVA가 제공하는 패턴 안에서만 감정을 재현할 수 있어."


"완전히... 기계가 된 거네."

"맞아. 그리고 이들은 더 이상 새로운 감정을 창조하지 못해. 기존에 입력된 감정만 반복 재생할 뿐이지."

민우는 분노가 치밀었다. 만약 자신이 정화 프로그램을 받았다면...


"그런데도 장현우 같은 작가들은 계속 그 감정들을 구매해서 돈을 벌고 있고."

"맞아. 이건 단순한 예술의 문제가 아니야. 사회 구조의 문제야."




그날 오후, 민우는 직접 감정 거래소 근처를 돌아다녀 봤다.

한 뒷골목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봤다. 모두 초라한 차림의 사람들이었다.


"오늘은 뭐가 필요한가요?"

브로커가 물었다.


"극도의 공포감을 찾고 있어요. 예술가가 의뢰했거든요."

"아, 그럼 이분이 좋을 것 같네요."

브로커가 한 중년 남성을 가리켰다.


"이분은 전쟁 경험이 있으셔서 트라우마가 심해요.

아주 진짜 같은 공포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얼마에요?"

"300만 원."


민우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전쟁 트라우마까지 상품이 되고 있었다.




저녁, 민우는 유나를 만났다.

"아저씨, 왜 그렇게 슬퍼 보여요?"

"유나야... 나쁜 일들이 너무 많아."

"어떤 나쁜 일들이요?"

민우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돈에 바꾸고 있어.

그런데 그렇게 하면 진짜 마음을 잃어버리게 돼."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가 꾼 꿈이랑 똑같네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


유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저씨, 우리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뭘?"

"진짜 마음이 뭔지 보여주는 거요. 저처럼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더 있을 거예요."

민우는 유나의 말에서 희망을 봤다.


"그렇네. 너 같은 아이들이 더 있을 거야."

"네! 우리가 함께하면 더 힘이 세질 거예요."




그날 밤, 긴급 회의가 열렸다.

민서, 한수연, 김도윤, 그리고 박지원까지 모였다.


"장현우와의 대결까지 시간이 별로 없어요." 민서가 말했다.

"그전에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한수연이 아이디어를 냈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해요.

정화 프로그램이 단순한 감정 개선이 아니라 완전한 감정 박탈이라는 걸."


"하지만 누가 믿을까요?" 김도윤이 의문을 표했다.

"증거가 있어요." 박지원이 말했다.

"증거요?"


박지원이 작은 USB를 꺼냈다.

"내부 문서들, 실험 계획서, 그리고... 제 증언."


박지원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직접 나서서 진실을 공개하겠어요."


민우는 박지원의 변화에 놀랐다.

지수에 대한 진짜 사랑이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 같았다.


"좋아요. 그럼 장현우의 대결전과 동시에 우리도 진실 공개 행사를 열어요."

"어디서요?"

민우가 웃었다.

"유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요."


박지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우씨... 정화 프로그램을 거부한 게 정말 옳았다고 생각하세요?"


민우는 단호하게 답했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옳은 선택이었어요."


그 순간, 박지원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후회의 그림자가 그녀 얼굴을 스쳤지만, 그 안에는 처음으로 희미한 희망도 함께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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