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어느 늦은 밤
어느 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습니다
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남은 건 자꾸만 아려지는 고통뿐
주고 남은 것은 하나도 있지 않아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그대 마음
보잘것없는 숨죽인 가녀린 어깨너머
닿을 수 없는 거리에
툭 툭 떨어지는 투명한 물 자국만 남겨집니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바라는 거라곤..
종이에 써 내려간 글뿐입니다
.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참 아프네요
이제 그만해야 할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많이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요
그래서 이제는 그만하고 싶어요
다시는 소소한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나눌 수가 없어요
제 마음이 너무 기대하고 희망을 하기 때문이에요
너무 욕심을 가지기 때문이에요
부담을 줘서 미안해요
아무것도 하신 게 없는데 이런 마음을 가져서 미안해요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요
이런 말 밖에 할 수가 없게 됐어요
저는 이제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이게 이제 제게 남은 전부예요
마음을 다 줘 버렸어요
제게 남은 건 없어요
.
마음이 닿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아무것도 될 수가 없어서
어떤 의미도 될 수가 없어서
저의 이기적인 마음에
이런 마음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걸
용서해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언젠가는 후회할 수도 있을까요?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어서 흐르길 바랍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다른 거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하는지를
그대여, 이제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