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고백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열병에 시달린 적이 있나요?
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기면
그보다 지독한 고통은 없습니다
삶에서 내가 사라지고
내 안에 그대가 살게 되면
하루하루 메말라 갑니다
꽃에게 물을 아무리 줘도
태양을 보지 못하는 꽃은
죽기 마련입니다
사랑은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 크게 다가오면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은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 거대하게 다가오면
해결책 따위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의지할 뿐
거대한 자연에 섭리에
경험하지 못 한 무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어리숙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차라리 묽은 물감처럼
천천히 나에게 스며드셨다면
잔잔히 내 곁에 머물다 가셨다면 좋으련만
왜 이리 거대한 산처럼
넘을 수 없이 끝없이 펼쳐진 성벽처럼
나에게 다가왔는지요
좋은 마음만
예쁜 마음만
가지고 싶었는데
감당할 수 없는 크기에
사실 저는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사랑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쩌면 당신을 담기에는
부족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멀리 태양이 떠 있는데
빛나는 그대를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울적한 마음만 달랬습니다
저는 어쩌면 당신을 향한 마음이 진심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치기 어린 마음에
당신을 향한 욕심을 품었기에
이런 열병을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