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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코맨 Jul 15. 2024

맥주는 샌드위치와 잘 어울린다.

    

나는 더운 여름에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설탕을 넣거나 차갑게 마시면 도저히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 특유의 시큼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좋다. 뜨거울 때는 쓴맛이 강하지만 식을수록 신맛과 구수한 맛이 강해진다. 매번 달라지는 맛에 매료되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여서 아쉽다.



커피는 장소나 분위기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파리의 노천 카페에서 주변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불란서 말을 들으며 마시는 것도 좋고, 나폴리에서 폼페이행 열차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현지인과 어깨 부딪치며 마신 에스프레소도 맛을 잊을 수 없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의 이른 아침 주택가 카페에서 크로와상을 먹으며 마셨던 커피도 일품이었다. 커피는 나라마다 시간과 장소마다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맥주도 커피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료이다. 하지만 내가 술에 약해서 커피만큼 다양하게 맛을 구별하지 못한다. 어느 나라 맥주라도 내 입에는 온통 쓴맛밖에 나지 않는다. 그나마 유럽 맥주는 미지근하고 아시아는 그나마 시원하다는 정도만 안다. 체코 프라하에서 마신 밀맥주는 달짝지근해서 부담 없이 마시기는 좋았으나 질리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유전적으로도 술에 약하다. 분위기에 젖어 호기롭게 두어 모금 마시고 나면 5분 이내 얼굴에서 열이 나고 불콰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이 빨리 뛰고 어지러워진다. 장소를 불문하고 잠이 오다가 두어 시간 지나면 저절로 깬다. 

남들은 취하려고 마신다고 하지만 나는 이러는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저절로 맥주를 멀리하게 되었다. 도대체 왜 마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날 퇴근길에 배도 출출하고 일찍 잠들기 위해서 편의점에 들러 계란 샌드위치와 맥주를 사서 집에 갔다. 샤워 후 마시는 맥주와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다. 샌드위치를 한 입 먹고 입에 조금 남았을 때 맥주를 마시니 호프의 구수한 맛이 느껴졌다. 난생처음 느끼는 맥주 맛이라 놀랬다. 입안에서 터지는 탄산과 남은 것을 청소하는 듯한 개운함으로 입안이 너무 상쾌했다. 다시 베어 먹는 샌드위치 맛이 마치 처음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맥주 한 병을 끝까지 맛있게 먹은 것이 처음이었다. 한 병을 마셔도 취기도 올라오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이날 나는 맥주를 경험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한식은 국이나 찌개. 전골 등에서 국물이 많아 굳이 음료가 필요하지 않다. 굳이 선택하라면 맥주보다 무색무취의 소주와 제일 어울린다. 하지만 워낙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만큼 시원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맥주에 섞어서 마시는 것이다. 식사 때 물을 마시면 살찐다는 소문 때문에 한식에서는 음료가 필요 없다. 


미국식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나 피자는 짜서 달달한 콜라와 어울린다. 동남아 음식은 과일이나 채소가 많아 축축한 음식이라 굳이 음료가 필요 없다. 

맥주와 샌드위치를 경험한 계기로 감자튀김, 후라이드 치킨처럼 담백한 음식에는 맥주가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에서 채소 덴뿌라나 튀김 덮밥, 돈카츠 같은 음식을 먹을 때는 맥주가 맛있었다. 일본 맥주가 유명해진 이유가 아무래도 그들의 음식과 궁합 때문이다. 물론 라멘처럼 달고 짠 음식에는 맥주보다 사케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서유럽에서는 포도가 흔하지만 동유럽이나 북유럽은 보리는 흔하다. 어차피 광활한 평지에 흐르는 강물을 먹어야 하는 그들로서는 정수방법으로 찾은 것이 맥주나 와인이다. 고기와 빵, 치즈를 주로 먹는 식단이라 치즈를 제외하면 음식이 별로 자극적이지 않아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들이다. 하지만 어린이나 여자들 그리고 나처럼 술에 약한 사람들은 탄산수를 마셔야 했다. 이것이 탄산수가 귀한 미국에서 설탕과 향신료 가미하여 콜라가 만들어진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음료를 잘 선택하면 맛이 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가게에서도 여자 손님들이 호기롭게 맥주를 주문한다. 나처럼 두어 모금 마시고 그대로 남기고 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음식과의 궁합을 생각하지 않고 맥주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담백하고 심심한 음식을 먹을 때 꼭 음식을 먹고 나서 입에 조금 남았을 때 맥주를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맥주는 좋은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서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맥주는 커피나 생수처럼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다. 맥주도 빈속에 마시면 금방 취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마시면 맥주 맛도 더 살아나고 빨리 취하지도 않는다. 맥주는 음료가 아니고 또 다른 국이자 찌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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