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9)_익명의 민원인과 실명의 참여인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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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속된 지역교육청의 모든 중학교 연구부장이 '학교평가'와 관련하여 한 날 한 시에 모인 적이 있다. 참고로 학교평가는 이름 그대로 학교를 평가하는 학교의 사업으로서, 학교가 평가 문항을 개발하고 이에 대해 교사, 교직원, 학생, 보호자가 정량적이고도 정성적으로 평가에 참여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차학년도 교육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 학교평가에 대한 논의의 장에서 늘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평가 참여율 제고'에 관한 것이다. 참여자의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의 상황이다. 민원인은 갈수록 많아지고, 특히 일부의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학교 자체가 흔들리기도 하는 요즘인데 뭔가 단단히 모순임에는 틀림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모임의 마지막에 가서야 결국 용기 내어 한 말씀 올렸다.


'익명의 민원인은 많아지는데, 학교 평가의 참여인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무척 모순적입니다. 익명의 민원을 넘어,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학교교육계획과 실현에 참여할 수 있는 성인 대상 학교평가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는 각종 가정통신문과 안내 자료를 준비하여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교육청에서도 이와 관련한 준비를 함께 해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육청에 내가 바라는 것도 결국 '학교평가를 위한 사회정서교육'이었다. '치맛바람', '악성민원'과 '사회정서에 기반을 둔 건전한 교육주체의 학교참여'는 사실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김윤경 선생님의 책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가족 체계와 학교 풍토는 아동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회적 자원이다. 사회정서학습은 교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긍정적인 활동과 다양한 부모 참여 프로그램 SFP(School-Family Partnership)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최선의 결과를 낳고자 한다. 이처럼 생태학적 체계 이론은 교사, 학부모, 학교 관리자, 교육 정책가의 역할과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함으로써 사회정서학습이 효과를 거두게끔 뒷받침한다.'


하긴 모든 연구부장을 모아두고 말씀을 전해주면서 또 말씀을 들어주는 것을 보면, 교육청으로서도 업무를 비교적 사회정서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아주 오래전에는 학교 평가의 수치적 결과만 보고는 고생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다그치고 혼내듯이 평가회를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그런데 혹시 그런 자리에서 뜬금없이 이야기 한 나의 부탁도, 뻔히 아는 처지에서 괜히 조르듯 이야기하는 진상의 언어로 비쳤을까?


다시 만나서 더 이야기를 나누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오해를 풀고 싶은데,

다시 그런 자리는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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