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8)_슬픔을 공부하지 못하는 슬픔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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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선생님이 그의 대학 수업에서 '짜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이미 널리 알려졌다. '짜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너무 많은 감정들이 매몰되어 버린다는 것. 나는 이에 십분 공감하면서, 한 번은 '짜증'이 뭔지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적이 있다.


* 짜증: 마음에 꼭 맞지 아니하여 발칵 역정을 내는 짓. 또는 그런 성미.


국어사전은 우리가 흔히 짜증 난다고 하는 표현의 한계를 명확히 알려준다. 짜증을 내는 것은 구체적인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발칵'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주목해 본다면 짜증을 너머 무엇인가 더 알아보고 알려주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고, 김영하 선생님은 이것들을 언어로 형상화할 때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작가는 사회정서교육 연구가이자, 모든 사회정서교육 연구가는 일종의 작가일지 모른다.


김윤경 선생님은 사회정서학습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이론들의 가정 처음으로 '차별적 정서이론(Differential Emotions Theory)'을 들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슬픔의 정서는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슬픔에 대한 지각, 이해와 추론, 타인과의 공감, 언어적 표현, 친사회적 행위 요청, 행위를 위한 동기적 정서 활용, 친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아동은 정서 시스템과 인지·행동 시스템을 연결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서가 인지와 행위를 이끈다는 것이다.

차별적 정서이론에 기초할 때, 사회정서학습에 꼭 필요한 요소는 <정서적 지식, 정서 조절, 사회적 기술> 세 가지다. 따라서 차별적 정서이론에 근거한 많은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들은 정서를 확인하고 이름 붙이는 활동, 즉 정서 문해력(emotional literacy) 습득을 중요하게 여긴다.'


보통 읽어야 할 책이 저절로 생겨나서 책을 스스로 구입하는 적이 적을뿐더러, 또한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편이기도 한 나이지만 몇 번이라도 책을 구입하고 몇 번이라도 읽고 선물까지 하는 책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신형철 선생님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슬픔이라는 말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슬픔을 함께 공부하다가 몇 번이고 몹시 슬퍼졌지만 그래서 종내에는 슬픔을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다.

이것이 말하자면 정서 문해력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었을는지.


슬픔도 한 권의 책이라면, 기쁨도, 즐거움도, 놀람도, 분노도 모두 책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짜증만 내고 있기에는 계속 이어지는 짜증의 굴레에 벗어날 방도가 없을 것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것은 슬프지만, 슬픔을 공부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슬프다. 그리고 짜증을 공부하는 것은 짜증 나지 않는다. 짜증은 정서와 반대적인 속성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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