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7)_침 한 번 삼킬 시간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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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근에 교사로서 겪은 일 중에 잘한 것이 있고 못한 것이 있다.


그중에 먼저 못한 일.


교무실에서 다음 수업을 들어가려고 하는데, 남학생 두 명이 내게 쭈뼛쭈뼛 다가오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놀다가 선생님 화분을 엎질렀습니다."


중학생이면서 아직도 교실에서 포켓몬스터의 몸통박치기 기술을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더구나 기말 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여러 가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이런 때일수록 뭔가 쿨하고 멋지게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겨우 내뱉은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아유, 그래 알겠다. 그래도 양심적이네.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하렴!"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순간 나는 나에게 취했다. 시험기간에 도대체 무슨 정신이냐고 따져 묻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자진신고한 양심을 칭찬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내용까지 담은 나. 이 정도 가르침이면 꽤나 쿨하지 않은가! 하지만 잠시 후, '차라리 이렇게 된 마당에 이 이야기까지 했으면 훨씬 쿨하면서, 오히려 학생들로 하여금 더 반성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하고 문득 생각난 말이 있었다.


'화분보다 너희가 훨씬 소중하지. 화분은 다시 심으면 되거든. 그나저나 너희 다친 덴 없니?'


그렇게 두고두고 아쉬워하다 바로 다음 날엔 잘한 일.


평소 일정하게 학교에 늦어서 지각이 잦은 학생이 하나 있었다. 그래도 설마설마 시험날까지 지각할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회를 하고,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응원까지 하면서 나오는 데도 오지를 않고 있었다. 준비령은 바로 15분 뒤! 바로 내려와 전화를 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는 상황! 부랴부랴 일어는 났냐며 메시지라도 보내기 위해 내용을 적고 있는데, 옆에서 뭔지 모를 인기척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하면서 옆을 보는데, 정말 그 아이가 있었다. 평소 말수가 적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이렇게 긴박한데 어떻게 옆에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워낙 나름으로 걱정했던지라, 속으로 '정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왔구나.'라는 마음을 우선 발견했다. 그래서 전한 말,


"정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왔구나."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먼저였다. 잠시였지만 제대로 발견한 나의 마음과 그에 따른 할 말을 먼저 전하자, 그제야 나도 더욱 침착해졌는지 마저 휴대폰도 걷고 주의사항도 전달하고 응원까지 나름으로 전한 뒤에 예비령이 울리기 전에 교실로 올려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다음날은 늦지 않고 잘 왔다.


김윤경 선생님의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최근 많은 심리학자들이 정서에 특히 주목해, 인간 행동에서 정서의 역할을 연구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특별히 교육 분야에서는 이성을 압도하는 감정의 격발과 그러한 정서를 잘 통제하는 능력의 메커니즘을 밝혀, 아동이 정서를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실수를 줄이고 긍정적인 정서를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가르치는 방법들이 주목받았다.'


그러고 보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스치듯이 말씀해 주셨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몇 마디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힘들면 침 한 번 꿀떡 삼키거라.'


침을 한 번 꿀떡 삼킨다고 침 속의 성분이 안정을 찾게 하고 지혜를 샘솟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닐 터.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는 침 한 번 꿀떡 삼킬 잠깐의 시간이라도 가질 때 나의 진정한 정서를 발견하고 그를 바탕으로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 같다. 무학(無學)의 노인도, 그렇게 사회정서교육을 삶으로 배우시고 그것을 내게 일러주셨던 것이다.


할머니가 남겨주신 말을 사회정서를 하는 요즘에야 깨닫고는 침을 삼키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정서란 것도 전보다 더 맛있게 삼켜본다.


꿀떡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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