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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대드 Working Dad Jan 16. 2022

내가 땅주인이 될 상인가?

주택 건축을 위한 토지 관리 3종 세트

땅주인이 되는 과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번거롭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법적인 주인이 되기 위한 계약과 대출, 등기와 세금 납부 등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들이었지만, 실질적 사용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몇 개의 관문이 더 있다는 것은 눈 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당신이 혹시 주택 건축을 계획 중이라면, 그래서 토지 매입을 준비 중이라면, 우리 가족이 경험한 아래와 같은 예상 밖 관리 포인트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사전에 체크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지 관리 3종 세트



1. 농작물 철거 요청

간혹 놀고 있는 땅에 농작물을 무단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땅도 그랬습니다. 이전 주인은 땅을 사 놓고는 10년이 넘도록 와 보지도 않고 관리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마을 주민 한 분이 땅 안 쪽 귀퉁이 20평 정도를 개간해서 개인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었나 봅니다. 건축을 시작하려면 아직 3~4개월 남은 시점이고, 무단으로 재배하는 거니 나중에 필요할 때 다 걷어내면 되겠다 싶어, 줄지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알타리무 대가리들을 별 생각없이 지나쳐 왔습니다. 


그런데, 토지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부동산 사장님께 이 이야기를 하니 조금 근심스러운 말씀을 하십니다. 아무리 무단으로 재배하는 거라도 우리 마음대로 농작물을 훼손했다가는 농작물 값을 배상해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 농작물 철거 요청을 하라는 겁니다. '엥? 내 땅인데 내 맘대로 못 한다고?'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생각해 보니 우리집 주차장에 누군가 무단으로 차를 세워놓았다고 해서 그 차를 내 맘대로 부수거나 가져다 팔 수 없듯, 우리 땅이라도 그 땅에 심어진 농작물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니 마음대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 조언에 따라, 우선 임시방편으로 근처 철물점에서 기다란 꼬챙이와 노끈을 사서 땅 입구에 빈약한 바리게이트를 만들고, '곧 건축 예정이니 농작물 재배를 멈춰 달라.'는 간단한 협조요청문을 부착한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1월 22일, 건축사님들과의 미팅을 위해 땅에 다시 들러 상세한 협조요청문을 적어 놓은 육중한 나무 팻말을 텃밭 귀퉁이에 설치해 두었는데, 다음 번에 지적측량을 위해 땅을 방문했을 때는 다행스럽게도 알타리무가 다 뽑혀 있고 더 이상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건축 준비에 적극 협조해 주신 동네 주민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 지적 측량

땅이 다른 재화와 다른 점은 타인의 소유물과 연결되어 있어 내 것의 경계를 명확히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땅인지를 확인하는 지적 측량 작업이 건축에 앞서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건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지적 측량을 담당하는 기관에 의뢰를 해야하고 비용도 발생합니다. 


지적 측량이 왜 중요하냐면, 자칫 내가 건축한 건물이 (혹은 담장이) 내 땅이 아닌 옆 땅을 조금이라도 침범하는 경우,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옆 집이 내 땅을 침범해 있는 경우라면 나의 재산이 무단으로 타인에 의해 사용되어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지적 측량은 LX한국국토정보공사 지적측량바로센터에서 신청하면 되는데, 수수료 간편계산 메뉴를 이용하면 대략적인 수수료를 미리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땅은 90평 정도인데, 수수료가 약 70만원 발생했습니다. 지적 측량 시에는 토지 주인이 직접 측량 형장에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측량 자체는 전문 기사님들이 진행하지만 측량 결과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말뚝을 박는 것은 토지 주인이 직접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신청자가 측량 날짜와 시간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통보받은 일정에 우리의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는 점인데요, 통상 신청일로부터 10일 정도 이후로 측량 날짜가 잡힌다고 하니, 지적측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점을 사전에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12월 14일, 약속된 시간에 맞춰 측량 기사님들이 도착하여 측량을 시작했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20~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우리 부부는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길가에 세워 놓은 차 안에서 잠깐 대기했습니다. 작업이 완료되자 기사님이 우리를 불렀습니다. 


측량이 완료되었으니 경계 부위에 경계점표지(말뚝)를 직접 박으라고 했습니다. 기사님의 지시에 따라 4곳 모서리와 도로면 중간중간에 말뚝을 박았습니다. 말뚝이랑 망치는 기사님이 주니까 따로 준비해 갈 사항은 없는데, 단단한 땅에 나무 말뚝을 여러개 박다보니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남성분이 반드시 동행하여 말뚝 박는 일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땅은 옆집 땅이나 도로가 침범한 부분 없이 깔끔하게 측량이 마무리 되었고, 현장에서 바로 기사님이 지적측량결과 서류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3. 옹벽 설치와 성토(흙 채우기) 

11월 22일, 설계를 위해 건축사님들이 처음 땅을 방문했던 날, 조금 심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땅은 남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건축을 하려면 남쪽 면에 옹벽을 세우고, 옹벽 안쪽으로 흙을 채워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작업은 설계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토목 업체를 직접 섭외해서 진행해야 하고, 3월에 착공하려면 12월~1월 사이에 미리 성토를 해 두어야 흙이 단단하게 다져져서 건축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설계를 맡기면 설계사무소에서 다 알아서 해 주는 건줄 알았는데... T.T 어떤 업체를 찾아가서 뭘 어떻게 요청해야하는 건지... 비용은 또 얼마나 들지...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직접 부딪쳐 보는 게 최선이라는 믿음으로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고, 아내가 파주에서 다양한 토목 공사를 진행 중인 업체를 찾았습니다. 삐까뻔쩍한 홈페이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블로그에 올라온 다양한 공사 사례와 친절한 설명 등을 보니 왠지 신뢰가 갔습니다. (업체명 : 제이케이건설)


설계사무소에서 만들어준 토지 도면을 보내 주고, 사장님께 필요한 공사 내용을 유선으로 설명드렸더니 대략적인 견적을 보내주셨는데, 3~4백만원 수준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2~3개 업체의 견적을 받아서 비교해 보려고 했는데, 제이케이건설 사장님이랑 몇 번 통화하다보니 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 주시고 왠지 믿음이 가서 견적 비교 없이 그냥 여기랑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계약에 앞서, 사무실을 한 번 방문하면 좋겠다는 사장님 요청이 있었는데, 마침 토지 잔금을 치르기 위해 파주를 가야 해서, 그 날 건설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공사 계획과 공사에 사용될 자재에 대한 상세 설명을 듣고 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계약금은 단돈 10만원, 노쇼방지용으로 받는 거라면서 카톡으로 보내달라는 사장님의 쿨한 말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계약금을 송금하고 일어나려던 차에, 사장님이 우리 부부를 붙잡았습니다. 5분만 시간을 더 내달라시더니 이후에 건축 공사를 할 때, 전기나 수도 관련해서 이것저것 미리 챙기면 좋을 것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몰라서 안 했으면, 나중에 불편했을) 부분들을 짚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토목 공사만 하지만 예전에는 건축도 직접 했었기 때문에 자잘한 공사들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사장님의 말에 연고 없는 파주에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제이케이건설에서 찍어준 현장 사진

1월 11일, 아침 8시부터 시작된 공사는 오전 11시 30분도 되기 전에 마무리가 되어, 우리 가족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공사가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이 날 정말 무진장 추운 날이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우리 땅을 위해 고생해 주신 사장님과 인부들께 많이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탓에, 쓰레기와 잡풀로 뒤덮여 보기 흉했던 땅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니, 앞으로 지어질 집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토목 공사 Before & After


이 날은 처음으로 두 아들놈을 데리고 가서, 우리 집이 지어질 땅과 마을을 구경시켜 주었는데, 집이 지어질 공간과 마당으로 사용될 공간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마당에서 공놀이도 하고 수영도 하고 캠핑도할 생각을 하니 아이들 못지 않게 제 마음도 설레었습니다.  


큰 아들 인터뷰


사장님과 우리 가족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공사 현장 방문을 마무리했는데, 

"지난 번 미팅 때까지만 해도 신혼부부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아이들이 있는 줄 몰랐다."

"같이 사진 찍을 줄 알았으면 양복을 챙겨올 걸 그랬다."는 사장님의 유쾌하고 기분좋은 말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협업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d...




집짓기 Lessons Learned


[집짓기 추가 발생 비용]

- 지적 측량 : 70만원

- 토목 공사 : 300만원

    > 공사 내용 : 보강토 옹벽설치(15헤배)와 성토(재활용토사 15대)


[지적 측량 신청]

- LX한국국토정보공사 지적측량 바로 처리센터 : https://baro.lx.or.kr/main.do


[파주 토목 공사 추천 업체]

- 제이케이건설 : https://blog.naver.com/jjkksy2021


* 우리 땅 토목 공사 포스팅도 벌써 올리셨네요.

https://blog.naver.com/jjkksy2021/22261949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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