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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주 Dec 02. 2024

굳이

태도의 디테일

낭만을 찾으려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고. 사는 거 뭐 있나. 제철 음식 찾아 굳이 거기까지 가서, 굳이 줄을 서고, 마침내 고대해 온 음식을 앞에 두고 이 계절을 기념하듯 잔을 부딪치는 그런 거지. 한겨울 방어 먹으러 모슬포에, 늦겨울 새조개 먹으러 천수만에, 이른 봄 도다리쑥국 먹으러 통영에 '굳이' 가는 그때야말로 비로소 제철을 아는 어른의 세계에 진입한 기분이 든다. '산지가 바로 맛집'인 제철 음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귀찮음의 여정에 몸을 싣는 사람만이 제철 낭만을 누릴 자격을 얻는 법. 효율 같은 것만 따져서는 한 번뿐인 인생이 팍팍해진다. '언제까지 낭만 타령이나 할 거냐'는 말에는 '평생'이라는 답을 미리 준비해 둔다.

책 <제철 행복>


어떤 사람과 만나야 하냐는 후배들의 질문에 나는 ’굳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면 좋다고 얘기해 준 적이 있다. ’굳이‘ 춘천까지 가서 전시를 봐야 하고, ‘굳이’ 제주도에 가서 고등어회를 먹어야 하고, ‘굳이’ 평창에 가서 조성진의 피아노를 들어야 하는. 수많은 ’굳이‘를 나와 함께해 주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나이가 들어도 우리만의 낭만을 지켜나갈 수 있기에. 그것들이 결국 삶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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