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 2일 차. 딱히 기대는 없었다.
둔하면 18주 넘어서야 느낀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둔함의 대명사인 나는 아마 20주쯤 태동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가스가 많이 찬 상태라 보글보글 하는 태동과 가스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짝꿍과 함께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초콜릿 케이크와 디카페인 아아메를 사 왔다.
배가 불러 라임이와 산책을 다녀와서는 남은 시간 동안 누워서 밍고에게 "모모"를 읽어주었다.
좀 더 누워 쉬자 하던 와중 느낌이 이상했다.
불룩
불룩
불룩
배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
너무 미세한 움직임이라 짝꿍은 손을 대보고도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에겐 너무나 선명한 움직임이었다.
보글보글이 아닌데..? 이건 불룩불룩인데?
힘차다 힘차.
이건 기계를 빌려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실감이다. 직접적으로 아이의 존재를 처음 느껴본 것이다.
밍고다. 밍고가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