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자룡 May 11. 2022

7. 상사하고 정말 안 맞네요.

상사 뒷담화도 회사생활의 재미이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 뒷담화도 하나의 낙이 된다. 뭐, 사람들은 뒤에서 욕하지 말라고 하지만, 뒤에서 욕하지 않고 앞에서 욕을 하게 되면 여기저기서 싸움만 나고 터지는 건 아랫사람이다. 그리고 상사 뒷담화도 회사생활의 재미이다. 사내 소문을 실어 나르는 일도 회사생활에 하나의 재미를 더하지만, 상사 뒷담화에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모두가 같이 한 사람의 상사를 욕(?)하는 재미는 정말이지 너무나 쏠쏠하다. 그리곤 어디선가는 또 나를 그렇게나 씹어대고 있을 수도.. 나도 상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인정한다. 다들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 직장생활 견뎌가지 않겠나..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하고 맞는 상사나 존경할 만한 상사를 만나는 것도 정말이지 커다란 복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를 보면, 아마도 이는 나의 경우만이 아닐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나 오랜 회사생활에서 정말 기억나고 존경하는 상사는 딱 세분이었다. 이 세분은 지금은 모두 회사를 나가셨다. 나는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왜 이 세분은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시고 나가셨을까? 살아가면서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특히나 직장생활에서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아랫사람을 감싸주고, 승진 챙겨주고 등등이 되는데, 책임지는 상사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이 세분은 모두 어떤 사안에 대해 아랫사람들을 지켜 주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그만두신 분들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흘러갔다. 업무에 대해서도 철저하셨던 분들이고, 회사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역시나 존경을 받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만두셨다. 단순하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다.


그분들을 그렇게 존경했고, 지금도 그분들을 존경한다. 그분들은 ‘일은 열심히 해라. 혹시 잘 못되더라도 내가 책임진다.’라는 분들이셨다. 그래서 존경을 받았고, 그렇게 회사를 나가셨다. 멋져 보이는가? 아니다. 존경은 하지만 멋지지는 않다. 만약 회사에 대한 기여나 아래 직원들 챙기겠다고 하셨다고 하면 악착같이 올라가서 아랫사람들도 챙기고, 본인이 생각하셨던 회사의 모습도 만들어 놓으셨어야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기엔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셨다.


반면 우리 잘못도 컸다. 만약 그렇게나 존경하는 분들이었다고 하면 그분 밑에서 일을 할 때 그분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말고, 팀 실적을 만들어가고, 그분이 올라가고 아울러 우리도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더욱더 상황을 분석하고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은 그땐 몰랐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실적 내면 그분이 올라가고, 그분이 올라가면 우리들도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생활에 정답은 없다.


상사하고 안 맞는다고 해서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상사하고 안 맞는다고 해서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선택지는 (1) 대판 붙는다. (2) 모른 척한다. (3) 찍 소리 안 한다. (4) 그냥 아부하는 게 낫다. (5) 이직한다. 등등의 많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정답은 없다. 회사생활이나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이 또 그렇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도대체 왜 그 상사가 싫고, 다들 그렇게나 욕해대는 상사가 왜 그렇게나 잘 나가는지는 생각해 보자. 왜 싫은가? 보통 상사들은 그네들의 상사들에게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좋은 일은 본인이 가져가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러니 욕을 먹는다. 그런데 그네들의 상사 입장에서는 조직도 잘 운영되는 것 같고, 본인한테 잘 맞춰주는 것도 같고, 적당히 아부도 해주고 하니 능력 있어 보이는 것이며, 또한 그게 회사생활에서는 진짜 능력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그 상황이 현실이다.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속 터질 노릇이다. 생각에는 그러지만 않는다면 우리 회사가 더 잘 나갈 수 있는데 말이다.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더한 건 '그래. 회사 일은 좋다. 생각도 다를 수 있고, 업무 수행 방식, 의사결정 방식도 다를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인걸 왜 나한테 시키는 거냐.'라고 하면 심각하다. 만약 이런 상사라면 조직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건 아랫사람 개인이 해결할 문제가 될 수 없다. 말을 꺼내는 순간 찍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정말이다. 회사 차원에서 하다 못해 상사 행동강령이라도 만들어서 제도화를 시켜 주어야 한다. 사람 변하지 않는다. 이런 상사가 존재한다고 하면 아무리 말로 그러지 말라해도 한다. 그러니 제도화를 시켜서 이를 문화로 정착시켜 주어야 한다. 역시나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외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걸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상사에게 맞춰주는 게 속 편하다. 최소한 맞추려고 노력하는 게 회사생활 오래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까짓 거 한 사람 못 맞추랴.' 만약 기업에서 그 상사가 잘 나가는 게 보인다면 더더욱 맞춰주는 게 좋지 않겠나. 내가 그만두거나 정말 영웅 되지 않을 생각이라면 말이다. 부서를 옮긴다 해도, 솔직하게 말하면 옮긴 부서에서도 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걸 견뎌갈 자신이 있으면 그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제발 본인이 상사가 되었을 때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 본인이 상사가 되었을 때는 그러지 말고, 회사, 본인 및 조직원들의 발전을 위해서 아래위로 훌륭한 직원이 되고, 그렇게 해서 사장이 된다면 문화를 확 바꿔주길 바란다. 만약 현재의 아래위 상황이 지긋지긋하다면, 그리고 회사 그만둘 생각이 없다면 아주 지독하게 올라갔으면 한다. 올라가서 바꾸면 된다. 후배 사원과 회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본인을 위해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맨날 상사 욕만 하면서 그 많은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  그 상사도 장이 되기 전에 아마도 상사 욕 엄청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분이 상사가 되었을 때 아마도 본인이 모셨던 상사와 거의 같거나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잘 나간다는 걸 보았으니까 말이다.


원칙적으로 회사에는 좋은 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조금 악명(?)을 떨치는 분들이 눈에 두드러지게 띌 뿐이다. 그리고 그 조금 떨치는 분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죽어날 것이다. 그런데 회사생활이란 것이 딱 뭘로 자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그렇게나 많은 회사생활에 대한 글들이 넘쳐 날 것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포함해서 말이다.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이전 06화 6.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