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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Apr 21. 2022

5. 회사생활에서 밥 먹는 게 그렇게나 중요한가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밥을 빼면 정말이지 뭐 빠진 뭐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밥 먹는 게 그렇게나 중요한가요?’라는 질문이 들어온다고 하면 답은 ‘그렇다.’이다. 중요하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밥을 빼면 정말이지 뭐 빠진 뭐다. 밥이 회사생활에서만 중요한 건 아니다. 삶 자체에서 밥은 중요하다. 여기서는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의 삶에서의 밥을 언급해 보려 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평일이면 아침, 점심, 저녁 세끼 모두를 회사와 연관되어서 때워갈 수도 있고, 최소한 점심은 회사 구내식당이나 주변에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회사 동료나 상사, 후배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때론 혼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은 혼밥이란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그저 깔아뭉갤 수는 없다. 심지어는 혼자 식당을 들어서면 식당 사장님이나 거기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멕시코로 발령이 나서 오기 전에 본사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특별하게 손님이나 다른 부서 직원들과의 점심 약속이 없으면 팀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 이 경우 우리 팀의 막내는 11시 경이되면 메뉴와 장소를 문의하러 다닌다. 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 팀의 경우였다. 팀장부터 바로 위 선배까지 메뉴를 묻지만, 묻는 건 형식상 그렇다는 것이고, 주로 팀장님이 정하면 거의 그걸로 통일이다. 통상 테이블이 세팅된 상태에서 요 땅 해서 말없이 먹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속도는 약 8분 정도이다. 식당까지 이동 5분, 메뉴는 막내가 예약을 하면서 사전에 주문을 해놓았기에 준비 완료되어 있으니, 약 8분 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로 오는데 5분, 점심을 먹고 사무실 복귀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양치질을 하고 나면 약 25분, 30분의 시간이나 남았다. 팀장님 및 선임은 거의 낮잠으로, 그 밑으로는 거의 신문을 읽거나 하는 걸로 보내곤 했다.


멕시코 근무 후 복귀해서 오랜만에 본사에서 근무를 한 기간이 있었는데, 역시나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혼밥이 많지는 않았지만, 늘어는 나있었다. 이 혼밥의 이유는 점심시간 식사 전 30분을 운동을 하거나 뭔가를 배우거나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리곤 구내식당에서 신속하게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면 약 5분 정도가 남게 되고, 5분 동안 양치를 하는 그런 점심 풍경들도 간간이 보였다.


발전적 모습을 보인 것은 저녁 회식이었다. 당일 번개 회식은 거의 없어졌고, 팀장이나 부장이 직원들 데리고 가서 술 퍼마시는 회식은 거의 없어진 듯 보였다. 물론 본사 근무 얼마 후 코로나의 발생으로 회식은 아예 없어졌고, 회사에서 구내식당에서의 식사를 권장하면서 구내식당에서도 거리두기 및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혼밥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혼밥은 여전히 낯선 분위기로 느껴졌다.


‘오바이트하고 와.’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점심시간의 식사나 저녁 식사 등을 인맥 형성에 아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눈에 띄게 되는데, 나의 회사생활 시기에는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최고였다. 나 역시 술 잘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니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아주 옛날 옛적 내가 겪었던 에피소드 몇 개를 적어 본다.


당시 나는 대리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팀장님은 점심식사를 지하 식당에서 드시기를 좋아했는데, 다들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팀 구성원들이 같이 식사를 하곤 했다. 팀장님과 같이 식사를 하러 가면 우리는 팀장님과는 다른 메뉴를 시켜서 먹었다. 통상 그 당시에는 팀장이 김치찌개를 시키면 다들 김치찌개로 통일하거나 하는 시대였는데, 그 당시에는 팀장님과는 다른 메뉴로 식사를 했었다. 팀장님의 식사습관은 뜨거운 것을 좋아하시면서, 동시에 뜨거운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빨리 드신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만약 팀장님이 갈비탕을 시키셨다고 하면, 팀원들인 우리는 비빔밥 아니면 물냉면이었다. 최대한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시키는 것이다. 소위 상사가 음식을 다 드시고, 숟가락을 내려놓으신 후에 부하직원들이 먹는 걸 지켜보면서 기다리게 하실 수는 없다는 인식이었다. 아마도 내가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지금도 그런 문화를 가진 기업이나 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입사한 지 얼마 있다가 팀 회식 (당시엔 계, 과, 부 조직이었는데, 편의상 팀으로 통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엔 총각에 지방 근무여서 회사 기숙사에 거주를 하고 있던 때라서 회식을 하거나 밥을 사준다고 하면 반기던 시기였다. 문제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주량이 그리 크지 않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술을 완전히 끊었지만, 입사 당시의 주량은 소주(당시 소주 도수는 지금보다 더 센 걸로 기억한다.)는 반 병 정도이고, 맥주로는 생맥주 기준 1000 정도였다. 이게 나중엔 소주 2-3병으로 늘기도 했었지만, 당시엔 그랬다. 그러다 보니 회식자리에 가서 주고받는 술을 다 마실 수는 없었다. 당시 우리 팀의 인원이 나를 포함하여 19명이었는데, 한잔씩만 주고받아도 19잔 이상이 된다. 소주가 6잔 반이므로 통상 한잔씩만 주고받는다 해도 2-3병은 그냥 넘어간다. 그러니 주량 반 병 짜리가 팀 회식에 가면 3병 이상을 마시는 상황이 초래된다. 당시에도 역시나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옆에 계신 선배에게 ‘더 이상 못 마시겠다.’는 신호를 보내니, 단 한마디가 돌아왔다. ‘오바이트하고 와.’ 그 한마디를 나는 참으로 충실하게 따랐다. 그리곤 돌아와서 다시 처음부터.


한 번은 퇴근 무렵이 되어서 갑자기 팀장이 회의에서 돌아오셔서 오늘 부장님이 우리 팀 저녁 사주신다고 하니 다들 참석하라고 하셨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는 선약이 있어서 참석하기가 어렵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래. 알았어.’ 한 마디 하시고는 자리로 돌아가셨다. 나는 눈치 없이 그날 내가 한 약속 장소에서 식사를 했고,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출근을 하니, 팀장님이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셨다. 지나고 보니 상사가 뜬금없이 커피를 하자고 할 때는 거의 깨진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당시엔 뭐 아침에 커피 한 잔 좋지 정도로 가볍게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박살 났다. 부장님이 바쁘신 가운데 오랜만에 시간을 내셔서 우리팀하고 식사를 하시겠다는 게, 그 많은 날들 중에 하필이면 그날 약속을 했냐고 아주 박살 났다. 이게 그렇게나 깨지고 박살날 일인 줄은 몰랐지만, 나는 반성하고 다시는 부장님이 당일 퇴근 시간에 저녁 하자고 하시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회식자리에 출석했다. 이후엔 부장님 주최 회식에 단 한 번의 지각도 결석도 없었다.


언젠가 출근을 해서 오전에 일이 너무나 빡세서 거의 뭐 하나 부술 준비 만땅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우리 계장님이 내 자리로 오시더니, ‘점심 약속 있냐? 칼국수나 먹으러 가자.’ 하시는 거다. 점심시간이 되어 따라나섰는데, 우리 계에서 아무도 계장님과 나를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단 둘? 이 어색함을 어쩔 것인가?’ 칼국수 전문 식당에 들어가서 칼국수 두 개를 시키고 앉았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다 조금 뜸을 들이시고는 ‘구 대리, 힘든 거 알아. 일도 많지? 조금만 견뎌봐. 직원들 일하는 거 딱 보면 알아. 열심히 하는지 안 하는지 다 보이게 되어 있어. 그냥 그렇게 해. 고생 많아.’ 아.. 결국 계장님 칼국수 한 그릇에 넘어가서 수십 년을 다녔다.


우리나라의 회사에서의 밥 문화는 정말이지 많이 바뀌었고, 코로나 상황으로 또 바뀌었다. 이런 변화들은 긍정적이고 발전적 모습이 되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이야기들은 얼핏 보기엔 너무 권위적이고 딱딱해 보이겠지만, 정작 나는 그때가 너무나 그립다. 오바이트하라고 한 선배, 칼국수 한 그릇 사주신 계장님 등 너무나 그리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밥 문화들이 당시엔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그게 끈끈한 정이라고 생각되었던 시기였다.


분명히 시대 상황이 변했다. 그러니 변화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나는 막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가 밥 사준다 하면 되도록 같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 생활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그 많은 식사 비용을 다른 사람 것까지 대주면서 할 수는 없다. 회사가 넉넉하면 팀장님 보유하신 법인카드로 팀워크 향상 활동 명목의 회식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내 돈 안 들이고 밥 먹을 기회도 많을 것이다. 한번 거절, 두 번 거절하면 한 번은 같이 먹는 그런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3번 이상 거절이면 그다음부터는 같이 먹자 물어보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회사에서 회식하자 하면 분위기도 그렇겠지만, 주량이나 술주정하는 상사 등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술잔 돌리기는 없어진 걸로 안다. 그렇다면 자기 주량대로 먹고 마시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건 그 부서의 장의 몫이다. 그 부서의 장이 그런 문화를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위 장이 되면 팀원들을 모으길 좋아하게 된다. 낮에 회의도 회의지만 밤 까지 잡아 두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장이 되면 장이 마시고 싶은 만큼, 먹고 싶은 것으로 본인이 원하는 양만큼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위기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회식 하면서 술 취한 척하면서 팀원들을 깰 수도 있고, 반대로 격려도 맛깔나게 해 줄 수 있다. 그러니 건전하고 건강한 회식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들이 그 문화 변화를 선도해 가야 한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서도..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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