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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May 02. 2022

6.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

실패하면 네가 책임져라.


종종 기업과 관련된 기사를 보다 보면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는 내용을 보곤 한다. 글쎄.. 기업 전체로는 궁극적으로 실패를 딛고 서서 성공하는 결과를 본다고 하면, 전체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패를 한 직원 개인은? 그냥 놔둘까? ‘실패를 용인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많이 들어온 말이다. 이는 바꾸어서 말하면 도전을 권장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실패를 용인하는 사례가 그렇게 많은지는 모르겠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렇다. ‘도전은 해라. 도전을 해야 발전이 있다. 그리고 실패하면 네가 책임져라. 그러면 네 실패를 딛고 다른 사람이 성공시킬 수도 있다. 성공하면 그 다른 사람은 실패를 딛고 성공한 사람이 된다. 결국 회사에서 실패를 용인해서 성공했다.’ 그 다른 사람은 직장운을 타고난 사람이 된다. 역시나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조금 상황을 극단적으로 묘사 하긴 했지만,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경영목적이 이익실현에 있다고 하면, 실패에 대해 책임여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초기 개척시대라기보다는 안정기를 거쳤고, 이제는 기업의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인 (약간의 발전) 성장을 추구하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도전해라. 실패해도 상관없다. 실패를 딛고 네가 성공해라. 그러면 반드시 보상하겠다.’는 걸 말로 아닌 실제로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제나 예외는 있듯이, 이런 나의 이해에 반하는 사례가 하나 있었다. 나에겐 정말 큰 공부가 된 사례였다. 나는 아직도 이를 마음에 둔다. 상황이나 그 회사의 규모는 차치하고, 그런 기업문화를 일구어낸 창업자 및 경영진분들에게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그런 책임을 만들어가는 위치에 갈지 안 갈지는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정말 큰 배움이었다.


멕시코에 근무를 하면서 고객사(한국에 본사를 둔 대기업)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한국 사람들이 사무실에 많았다. 고객사 담당 부장과 같이 업무 협의를 하고 커피 한잔도 하고 하면서, 왜 저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은지 물어보았다. 그 부장의 말은 한국 본사에서 현지 법인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장을 와 있다는 대답이었다. 한 10명 이상은 훨 넘는 정도 된 듯하다. 역시나 돈이 많은 기업이다. 10명 이상이나 되는 인원을 출장을 보낸다고 하면 그 출장비만도 엄청날 것이다. 그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10여 명이나 출장을 올 정도면 문제가 커도 이만저만 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통상의 경우에 현지법인에서 문제가 발생을 하면 그 대응이 기업마다 다르다. 내가 해외법인 근무를 오래 해서 사례가 해외법인이 되었지만,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기업은 해외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소재를 본사에서 공급하는 한은 한국기업문화를 그대로 가져온다. 대부분의 기업은 우선 그 문제를 야기한 직원에 대한 책임 여부를 추궁한다. 감사가 진행되고, 직원에 대한 징계 여부가 논의된다. 그 문제가 더 많은 이익실현을 위한 도전이 되었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시도가 되었건, 그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시도로 인한 손실 (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손실)만을 가지고 징계 여부가 논의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출장을 갔던 그 기업은 달랐다. 문제가 커도 이만저만 큰 게 아닌 모양인데, 10여 명의 각 분야의 직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장을 온 것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이를 대하는 기업의 문화에 나는 부러움이 들었다. 워낙 중요한 고객사라서 방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얼마 후에 방문을 했음에도 아직도 그 출장 직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우연히 출장 온 직원 중 한 명과 같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언제 복귀하냐고 물으니, 언제 복귀할지는 모르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있을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 문제가 뭔지는 모르겠으나(사외비), 그 문제를 야기한 직원은 본사 복귀했냐고 물으니, 그 직원이 그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직원인데 왜 복귀하냐고 오히려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 직원을 징계하지는 않느냐고 하니, 일단 문제를 해결부터 하고 나서, 만약 그 직원이 회사의 규정을 위반했거나, 일을 함에 사적 이익이 되거나 하는 게 발견되면 징계를 하겠지만, 업무에 대한 개선을 하거나, 그 외 사안이라고 하면 징계가 아니라, 결과에 따라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포상도 받을 수 있다는 답이었다.


이를 간결하게 말하자면, ‘직원이 사심 없이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도전을 하다가 실패를 해서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하면, 회사는 이 문제를 같이 협동해서 해결해 가면서 이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고, 성공한다면 그 직원에 대한 보상도 한다.’라는 이야기인데, 나는 이런 기업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기억에 남는 사례였다.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면 뭔가를 깨고 가야 한다.  

이후 나는 작은 법인의 법인장으로 보임을 받아 법인을 옮겼는데, 실제로 이를 실천해 본 바 있다. 당시 초기 법인이라서 법인 설립, 건설, 셋업 등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를 전담하여 진행하였다. 고객사를 개발하고, 공급 프로세스를 세팅하는 와중에 우리 직원이 의욕이 너무 넘쳐서, 당시 0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우리 매니저들은 나에게 와서 징계를 논의하자 했고, 해고까지도 거론되었다. 그때 나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위에 언급된 사례였다. 우리 매니저들에게 우선 문제부터 해결하자 했고, 위의 사례에 언급된 절차를 생각하고 해 보았다. 각 부서의 협조와 협의를 거쳐서 문제를 해결했고, 결과적으로 손실 없이 마무리되었다. 고객사는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태도를 결과적으로 좋게 봐주었고, 우리는 우리의 판매량을 늘려 갈 수 있었다. 그 직원은? 매니저로 고속 승진했고, 내가 그 법인을 떠난 후에 디렉터까지 올라갔다.


기업에서 실패를 용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실패를 용인한다.’를 남발한다. 그리곤 실제로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만약 한 회사에서 정말 진심으로 ‘실패를 용인하겠다. 그러니 도전을 망설이지 마라.’라고 한다면? 그 기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크게 실패하면? 회사의 존폐까지도 위협한다면? 걱정이 지나치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들이 형성되어 있다. 그 정도의 실패로 기업의 존폐를 언급할 정도의 비즈니스라면 옛날 ‘삼성의 반도체 도전’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만약 회사에서 무엇인가를 도전하려 하면, 주변에서는 다 안된다고 할 것이다. 안 되는 이유가 차고도 넘칠 것이다. 그러면 회사는 도태될 것이다. 제자리걸음이 이젠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이젠 더 이상 현상유지가 현상유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면 뭔가를 깨고 가야 한다.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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