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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Jul 17. 2022

12. 분명히 망해야 하는데, 안 망한다?

누군가는 지탱하고 있다. 아주 힘겹게.

도대체 왜 안 망하는 거냐?


왤까? 가만히 보면 대표는 횡설수설하고, 임원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고 줄 서기 바쁘고,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은 커녕, 틈만 나면 이직할 회사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 경영 관련 서적이나 강연 등을 보면, 그리고 그 책이나 강연의 내용이 맞다면, - 틀림없이 그게 맞을 것이다. -, 회사는 망해야 한다. 그런데 보면 회사는 나름 선방한다. 도대체 왜 안 망하는 거냐?


의문이다.


'불필요한 곳에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하지 않겠다.'


나는 나의 직업상 전 세계 제철소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통상 제철소는 우리의 포항이나 광양제철소만 보면서 자라 왔기에 나는 다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처음 외국의 제철소를 방문했을 당시의 첫 느낌은 '개판이다.'였다. 어떻게 공장을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가 있는 거지? 먼지는 풀풀 날리고, 심지어는 과자 봉지도 굴러 다녔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이런 공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이 생성되고, 어떻게 재무적 성과를 실현해 갈 수가 있는 건지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궁금했다.


안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공장을 보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정말 궁금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왜냐하면 이렇게 좋은 공장을 이렇게 관리한다는 게 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곳을 지나는데, 그곳은 지금까지 보았던 공장과는 다르게 관리가 잘되어 있고, 보기에도 깔끔하게 보였다. 이후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공장을 견학한 소감을 묻는다.


Impressive.라고 말을 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견학을 하면서 보니까 유독 한 곳이 아주 깔끔하고 하던데 이유가 있는가요?" 아주 정중하게 물었다. 그런데 예상 질문이었는지 웃으면서 "언제 그 질문을 하실까 궁금했다."는 것이다. 그분의 이야기는 비용절감이라 했다. 굳이 고객에게 공급하는 제품의 품질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설비나 장소, 시스템의 관리를 위해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에만 관리를 집중한다는 설명이었다. '불필요한 곳에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하지 않겠다.'


일견 맞아 보인다.


어느 날, 또 다른 제철소를 방문했다. 나는 기존에 방문했던 제철소들을 떠 올리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장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너무나 놀랐다. 마치 내가 광양제철소의 공장을 들어선 느낌이었다. 눈에 크게 띄지 않는 곳까지도 정리정돈 및 관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역시나 직원들의 움직임에도 자신감이 보였다.


한국으로 복귀 후, 3년이 지난 즈음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전에 방문했던 제철소들이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해서 웹사이트를 뒤져 보기 시작하였다. 회사의 성장이나 발전에 대한 결과는 이미 내가 방문했던 당시나 그 이전에 예견될 수 있었던 그대로다. 관리 비용의 절감을 외쳤던 회사는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관리 수준이 뛰어나다고 느껴졌던 회사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었다.


왜 안 망하지? 의심할 필요도 없다. 망한다. 반드시.


다시 서두로 돌아가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정말로 저런 회사가 존재한다면, 그 회사는 망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안 망한다. 회사가 운이 좋아서 뜻하지 않은 시황이 받쳐 주던가, 뜻하지 않게 대박을 쳤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어느 부서에선가 어느 누군가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다. 고군분투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어느 누군가는 죽어라고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회사는 장기적으로 아주 탁월한 리더가 나오거나, 정말 시황이 주야장천 계속되거나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망한다. 반드시.


담배 많이 하고, 술 많이 마시고, 운동은 전혀 안 하는데도 장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담배나 술도 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단명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회사는 다르다. 예외는 없다. 회사는 관리하지 않으면, 건강하게 경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 사람의 수명은 현재로 보면 100년 넘기가 쉽지 않다. 회사는 다르다. 회사는 영원할 수 있다. 그런데 관리하지 않으면 망한다.


왜 안 망하지? 의심할 필요도 없다. 망한다. 반드시.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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