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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Sep 14. 2022

14. ‘회사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이다.

종종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를 본다. ‘회사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요.’ 나는 살아가면서 두 가지는 마음에 두고 산다.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이다. 어쩌다 공짜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돌아보는 습관이 들었다. 회사 일을 하다가 뭔가가 쉽게 풀린다 싶으면 반드시 다시 돌아본다. 긍정적 마인드, 부정적 마인드 이런 사고 측면에서의 일에 대한 확신이나 그런 것은 아니다.


회사생활에서 나는 오래전에 수출 수송 관련 부서에서 만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매일 물건을 싣고 나갈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데, 우리 부서는 선박 지정, 선적 지시, 선적 등 제반 사항을 처리하는 부서였다. 내 기억으로는 단 한 척의 배도 제때에 문제없이 들어와서 물건 잘 싣고 나간 배는 없었다. 그렇게나 많은 선박들이 들어오고 나가는데도 어떻게 단 한 척의 배도 제때 들어오고, 선석이 배치되어 물건 잘 싣고 나가는 배가 없을 수가 있었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 그게 재미가 있었다.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는데, 배가 조용히 들어왔다가 조용히 나가면 그게 더 재미없을 것 같다.


‘회사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요.’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하면, 그거 배부른 소리다, 나 때는 말이다, 선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런 말들을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진짜로 회사생활이 힘들고, 어려워도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본인은 회사생활이 더 어렵게 된다. 이럴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엄밀하게 돈이 새는 일(?)이기 때문이다. 돈이 그냥 줄줄 새 나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신이냐? 부하직원 마음까지 헤아리게.."


장황하게 말을 해갔지만, 최근 나는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3회까지 보다가 말다가 하고 있다. 아직은 반도 안 보았으니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나는 그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은 직원이 나의 부서에 있다고 하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저 담담하게 느낌을 보자면, 처음엔 싫을 것 같다. 말도 너무 없고, 항상 뚱하게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밥 먹자 하면 도망(?) 가고 이런 부하 직원은 도저히 인정하고,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주고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이 전지적 삼자 입장에서 보면, 집이 멀고 하니 편의를 봐주어야 할 필요가 있고, 일에 대한 지적이 있으면, 이를 밤에 다시 보는 성실함도 있고, 본인의 업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실력도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니 만약 이 직원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소통의 통로를 열어 둔다고 하면 충분히 해결 또는 편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작 실제로 이런 설정이 있다고 하면, 그 주인공은 정말 회사 생활하기 힘들 것이다. 상사에게도 문제는 있다. 나는 회사생활의 모든 문제는 우선적으로 상사(리더)에게서 찾는다. 모든 책임과 권한을 안고 가는 것이 리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에도 나는 리더의 측면에서 보고 싶기도 하다. "리더가 신이냐? 부하직원 마음까지 헤아리게.." 그런데 말이다. 그래야 한다. 최소한 내 조직에서의 리더는 공적으로는 직원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려 가야 한다. 조직의 성공과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서 그래야 한다. 그래야 회사 발전에 기여해 갈 수 있다. 리더는 반드시 원활한 소통 채널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리더는 조직에서 가장 바쁘면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니 이건 리더의 몫이다. 반은 리더의 책임이다.


말이 옆으로 가지만, 미국에서 만든 전쟁영화와 우리나라에서 만든 전쟁영화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 전쟁에 소집되어 나가는 장면을 보면 미국 영화에서는 농담이 난무한다. 우리는? 목숨 걸고 나가는 전쟁이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영화에서는 내일 죽으러 가는걸 뻔히 알면서도 헬리콥터 안에서 농담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심각하다. 리더는 가장 바쁘면서도 가장 여유 있어야 한다.


상사(리더)와 같이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그런 조직 하나 없겠는가?


상사와 안 맞든,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고 업무가 너무 많든, 조직 생활 자체에 회의를 느끼든, 사람들이 싫어지든, 일하는 거 대비 월급이 너무 적든, 이런저런 사유로 회사생활이 힘들다고 느낀다면 이를 극복 또는 해결해 가야 한다. 경우의 수를 모두 볼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의 회사생활을 통해서 지나온 나의 경험을 사안대로 나누어 본다면, 그리고 사안들에 대해 나의 지나온 경우들을 대비하여 본다면 누군가는 어느 정도의 팁을 얻어 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게 무슨 뭐 빠진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상사와 안 맞는 문제는 정말이지 너무나 많은 경우이다. 그 많은 경우들이 수백 년,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시원한 해결 방안이란 것이 없는 걸 보면 정말이지 가장 힘든 경우일 수 있다. 나의 경우를 보면 비교적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딱 한 번 상사에게 사무실에서 보기 좋게(?) 들이 박은 적이 있다. 들이박아봐야 상처는 내가 입는 그런 경우였지만,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생각하면 욕이 바가지로 나오는 그런 경우였다. 바람직한 상사와는 거리가 먼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만약 내 자식이 그런 경우를 겪었다고 하면 나는 세 가지 질문을 할 것 같다. '당장 회사를 그만 둘 자신이 있는가?' '상사가 도저히 맞추어 주기가 어려운 사람인가?' '본인만 상사를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회사를 당장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면, 그저 뒷담화를 하는 수밖에는 없다. 아마 욕을 먹는 상사는 주변에 대부분의 부하 직원들이 욕을 해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시간과 기회만 되면 다들 같이 욕을 해대면 된다. 회식만 하면 한 세 시간은 훌쩍 간다. 물론 상사 앞에서는 말고. 상사가 알게 하지도 말고. 때론 같이 뒷담화를 했는데, 한 직원이 배신을 때릴 때도 있다. 이 경우에도 무조건 그런 일 없다고 해야 한다. 결단코 나는 상사 뒷담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사무실에서는 상사가 뭐 같은 소리를 하면 '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겁하다고? 결코 그렇지 않다. 그리고 회사생활 힘든 거의 대부분은 능력 없는 상사 때문이다. 능력 있고, 탁월한 리더가 있는 조직은 아침에 출근을 하고 싶어 진다. 상사(리더)와 같이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그런 조직 하나 없겠는가?


본사에 근무할 당시 나는 부서 선임으로서 매일 우리 부장님보다 30분 일찍 출근을 했다. 부장님이 7시 30분에 출근하시니, 나는 7시에 출근을 했었다. 근무 시작 2시간 전에 출근을 한 것이다. 그때 나는 그렇게 출근하는 게 좋았다. 아침에 들어가서 전일 판매실적 확인해서 부장님 출근하시면 바로 들어가서 실적 보고를 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통상 한 달이면 30일 중 반이상은 일 실적 미달인 경우가 많다. 그 부장님은 미달인 경우에도 깨기보다는 그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이 생산이나 공장 요인이면 바로 공장에 전화해서 해결하고, 우리 마케팅 요인이면 바로 해결책을 협의하는 그런 분이셨다. 그게 재미있었다. 그러다 이후 부장님이 다른 곳으로 가시고, 다른 부장님이 오셨을 때 나는 아침에 출근하는 게 그렇게 좋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렇다고 나는 회사생활이 힘들다고 느꼈던 적은 거의 없다. 나는 회사생활이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지금 시대에는 이런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서 유독 더 힘듦이 덜했다는 생각이다. 이유는 하나다. 우리 세대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먹고사는 수단이 많지 않았었고, 비교 대상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우리 세대에서 그래도 간다 하는 사람들은 판검사, 의사 하는 거고, 기업에 취직해서 다니는 것 외에 정말 크게 사업한다 아니면 생계를 유지해갈 수단이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기왕에 선택의 여지도 없이 하는 거 즐기자는 마음이 많았던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최소한 상사와 안 맞는다면, 너는 짖어라, 나는 너 뒷담화 하면서 내 업무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젤 편하다.


조직이 크면 현재의 상사와 일할 기간은 2년 정도이다. 2년만 참으면 된다. 운 없으면 또 이상한 상사가 올 수 있겠지만, 그건 내 팔자다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때론 내가 상사가 되었을 때 그 상사가 이해되기도 하고 그런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회사에 가면 무엇인가 가슴 뛰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아주 예전에, 한 몇 개월 정도 정말 회사 가기 싫을 때가 있었다. 정말 싫었다. 상사도 싫었고, 일도 하기 싫고, 회사 자체가 싫었던 적이 있었다. 이유도 없었다. 그냥 싫었다. 그 오랜 세월을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시기 한 번쯤 없을까마는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이를 어찌까? 이럴 때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의미를 찾아야 하고, 이를 견뎌갈 동력을 찾아야 한다. 결국 뜬금없지만 카푸치노로 해서 그 몇 개월을 극복할 수 있었다. 힘없이 아침에 출근을 하던 날, 근처 새로 생긴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사들고 회사에 들어섰다. 인사를 하고 나서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다가, 카푸치노에 입을 대었다. 순간 그 카푸치노의 맛이 정말 너무나 좋았다. 대박이었다. 그렇게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카푸치노로 해서 출근길이 당시 심정상 비교적 가벼웠다. 카푸치노라니...


어떤 계기를 찾아야 한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회사 갈 마음이 눈곱만치도 생기지 않더라도, 회사에 가면 무엇인가 가슴 뛰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예로 카푸치노였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 가기가 싫다면, 그리고 이직이나 그런 확실한 대안이 없다면 지금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뭔가 만들어 내거나, 계기를 찾아야 한다. 이유 없이 가라앉을 때도 있고, 이유 없이 힘이 들 때도 있다. 돈을 그렇게나 많이 버는 유명한 연예인들도 '공황장애' 하나씩은 달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다 그럴 때가 있다.


만약 출퇴근 시간이 왕복 2-3시간이라면 정말 아침에 회사 가기 싫을 것이다. 언젠가 얼마 동안 서울 대치동에 있는 회사를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한 적이 있었다. 지방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오게 되어 가족들은 지방에 머무르고 당분간 혼자서 서울로 와서 근무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지방근무 때는 출퇴근이 회사 단지 내 집이 있어서 왕복 30분이 넘지 않았었다. 그런데 서울로 와서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세 시간 정도가 되는 것이다. 단지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게 이렇게 회사 가기 싫게 되는 요인이 되는 줄은 몰랐다. 힘이 들기도 했고, 뭐하나 싶기도 했다. 왕복 세 시간의 의미는 출퇴근에 5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지하철에 자리가 나면 앉아서 잤다. 아마 지하철에서 자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게 반잠이다. 게다가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이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그 반잠이 달콤했다. 한 2주 정도 경과되니 그 달콤한 반잠이 나를 회사로 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다 한 한 달 정도 - 당시 나는 지방에 있었던 집을 처분해야 하는 관계로 한 6개월 정도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을 하였다. - 지나니 내가 뭐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하철에서 100% 앉아서 출퇴근을 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퇴근 시에는 회식이 있고, 이게 새벽까지 이어지면, 잠은 두세 시간만 자고 출근하게 되는데, 꼭 이런 날은 지하철에 자리도 잘 나지 않는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정말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피곤도 피곤이고, 심적으로도 뭔가가 내 커리어가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새벽에 들어와서 새벽에 나가는 경우 부모님께서 잠을 깨시는 경우도 많고 해서 죄송한 마음도 같이 들었다.


결국 한 달 정도 지나고 나서 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힘들고, 부모님께는 죄송하고, 나는 뭐 하고 있나라는 온갖 생각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얼마나 부모님 댁에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지는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우선 지하철부터 생각했다. 100% 확실하게 자리를 확보(?) 하기 위해서는 첫차를 타야 했다. 그렇다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그건 아침식사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 아침을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으면 되는 것이다. 일찍 나가니 아침을 구내식당에서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생긴다. 게다가 나로 인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시는 부모님의 잠자리도 아주 약간은 편하게 해 드릴 수 있다. 지하철 자리가 100% 확보되면 내게 선택권이 생긴다. 자리에 앉아서 자던지 아니면 뭘 하던지. 한두 달은 반잠을 자다가, 이도 좀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이게 이렇게 읽으면 전문서적이 아닌 이상 일주일에 한두 권은 금방 읽는다. 책을 마무리했다는 성취감(?)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하려면 회식도 줄여야 한다. 회식을 줄이는 요령도 나름대로 정해두었었다. 세 번 거절은 말자. 상사가 제안하는 회식은 세 번 중 두 번은 나가자.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광고하자. 지하철은 끊기지 말자.


이런 생활을 한 6개월 정도 했다. 그때 읽은 책들도 참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뭔가를 하고 있구나, 나름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스스로가 대견했다.


정작 상사는 이런 경우 대부분 모른다.


일에 치이는 경우가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심지어는 정부의 정책상, 또는 회사의 수당 절감 등등의 사유로 일을 집에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다. 집에 일을 가져오지는 말자라 해도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 일이 넘쳐나는 걸 어찌할 것인가? 처음에는 내가 능력이 있어서 일이 모이니 약간의 우쭐함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너무 길다. 이젠 일에 치인다. 아침에 깨면, 오늘도 정말 눈뜨기 싫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잠수 타기도 쉽지 않다. 일 대비 급여도 너무나 작다. 쉬고 싶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온 회사의 예를 한 번 들어보자. (라떼는 말이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아침에 출근해서 주로 하는 업무는 사내 신문 배달, 커피 준비, 복사 업무가 주였다. 복사를 보면 당시엔 '직장생활 잘하는 법' 관련 책을 보면 복사를 할 때 그 복사물이 대부분 보고서나 중요 문서일 경우가 많으니 복사하면서 그 문서를 읽고 숙지하면 능력 있는 직원이 될 수 있다고 서술한 책들이 많았다. 지금 내가 생각을 해보면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하고 싶다. 복사 업무는 복사 업무 자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지금은 어떠냐.. 오랜 기간의 멕시코 주재 생활을 마치고, 본사에서 몇 년 근무 시(지금 여기는 멕시코다. 다시 나왔다.) 신문배달은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커피와 복사는 상하 관계없이 모두가 각자 하고 있었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예전에 커피 준비하고 복사하는 시간에 더 배우고 공부해서 업무파악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최소한 자괴감은 느끼지 않아도 되는 그런 변화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업무로 박터지는 상황이 온다. 정말로 일에 치이는 거다. 실은 이건 바람직하진 않다.


내 말이 틀리다면 틀리다고 이야기해 주었으면 한다.


통상 일에 치이는 경우의 원인은 상사(리더)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세 가지 경우를 보자면, 한 가지는 만약 그 부서에 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사의 업무 배정이 잘 못된 경우이다. 두 번째는 상사의 의사결정이 늦어서 인 경우도 많다. 셋째는 본인만 끙끙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상사는 이런 경우 대부분 모른다.


해외(멕시코)에서 오랫동안 근무(10년 이상)를 하다 보니 서양의 기업 운영 방식에 젖어들게 되는데, 서양에서의 문제 해결 방식을 보면 가장 강조되고 반복되는 것이 '도움을 요청하라.'이다. 처음엔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나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만 했었는데, 그게 그게 아니었다. 내가 용감하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은 모른다는 걸 기본으로 깔고 있는 것이다. 표현에 능숙한 서양 사람들이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 있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일이라면 이를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반드시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대리 시절의 일이었다. 당시 나에게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다고 능력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저 실제 상황을 예로 들뿐이다. 정말 일에 치였었다. 나만 일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실은 다 그렇게들 하고 있었었다. 하루는 도저히 그날 일을 마무리를 할 수가 없었다. 당시 하늘 같은 과장님께 감히 대리가 말을 붙이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용감하게(?) 그날 할 일 리스트를 들고 과장님께 다가가서 드릴 말씀이 있다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나는 실은 당시에 깨질 각오까지 하고 이야길 꺼낸 상황이었다. 예상과는 다른 반전이 있었다. '어, 네가 그렇게 일이 많은 줄 몰랐네. 말을 하지.. 자, 다들 모여봐.'


우리 부서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과장님 말씀으로 시작. '다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리스트업을 하자고.' 본인들이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기도 하고, 놀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어서도 안되니 다들 리스트를 풀어놓았다. 과장님께서는 '구대리의 현재 진행 업무 리스트는 이런데, 아무래도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보자.'라 말씀하셨다. 다들 본 회의의 취지를 이해한 부서원들은 서로 진행 업무를 조정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고마웠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 자식 세대들에게도 주식은 망하는 지름길이고, 딴생각 말고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생활 열심히 하는 게 제일 낫다는 인식이 강하게 심어졌다.

때론 일은 일대로 치이는데, 월급은 왜 이렇게나 작은지. 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 대부분이지 싶다. 아무리 많이 받는다 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당연하다. 사람인지라.. 그렇다고 만족하시는 분들이 사람이 아니란 소리는 절대 아니다. 그런 분들이 계시다고 하면 정말 복 받으신 분들이다.


소비를 줄여서 저축을 하고, 종잣돈을 모아서 투자를 해가야 한다고 거의 모든 재테크 책들이 이야길 하지만, 재테크 책은 쌓여만 가고, 돈 관련 유튜브 구독 채널은 그저 하염없이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 투자하려면 공부하라 하는데, 우리 부모님 세대가 쌓아온 주식 등 금융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나에게도 강하게 박혀 있는 데다가, 일에 치인다고 했는데, 무슨 공부란 말인가?


실제로 금융지식을 쌓아서 이를 투자로 연결해서 수익을 발생시켜서 작은 월급을 보충해 가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우리 세대는 회사에 충성한다는 게 중요하게 인식되고, 소비 생활 자체가 그리 다양하고 크지 않았고, 초기 몇 년이었지만, 저축 금리가 높았던 시절에 성장을 했기에 금융 투자에 대한 관심도, 공부의 필요성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자식 세대들에게도 주식은 망하는 지름길이고, 딴생각 말고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생활 열심히 하는 게 제일 낫다는 인식이 강하게 심어졌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N잡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는 있지만, 아마도 이도 극히 부지런한 일부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N잡이나 얼마 전에는 코인 등으로 대박이 난 친구들의 소식도 들려오는데,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하나라는 고민들이 밀려 올 수도 있다. 이도 회사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결책은?


사실 돈에 대한 해결책은 잘 없다. 언젠가는 대박 난 사례들만 책들에 수록되다가, 최근엔 월 10만 원~30만 원 하는 아르바이트 하는 방법 등등의 수없이 많은 책들이 나오곤 있지만, 정작 이를 실천해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소식을 내 주변에서는 들은 적이 없다. 내가 오지랖이 좁아서 그런진 몰라도 말이다.


만약 일대비 월급이 적은 것이 회사 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주 요인이라고 한다면, 글쎄... 이도 마음의 문제인 것인지.. 상사 역시 월급 생활자라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상사 역시 같은 비율의 급여를 받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나의 팁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 월급이란 돈에 관련된 사안이라고 하면 어떤 한 가지를 정해서 루틴화를 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재산을 아주 세분화해서 엑셀에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이를 매주 정해서 환율이나 이자 변화 등의 변화를 추적 관리하는 것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변화를 관리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재산이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그 가치는 금리나 환율의 변화, 부동산 가격의 변화 등등의 요인으로 매주 변한다. 그걸 보는 거다. 그걸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재산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소위 돈 공부가 시작된다. 그렇다는 이야기다.


실적에 따른 평가? 정성평가가 10% 이상이면 의미 없다.


회사생활이 힘들다는 것이 심리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를 단번에 해결해서 갑자기 회사 생활이 즐겁게 된다거나 할 수 있는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어떤 작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해결해 갈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나는 운동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당시 시간 관계상 운동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는데, 그렇더라도 하루에 한 번은 엎드려서 푸시업을 하자해서 10개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매일 300개의 푸시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 스쿼트도 100개를 한다. 이젠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몸에 가시가 돋친다. 운동하시는 분들 보면 푸시업 300(세트를 나누어서)개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나에겐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리고, 푸시업이 아무 재미없는 것 같지만, 이를 얼마간 하다 보니 재미있다.


다시 본론으로, 나는 어떤 직원이 '회사생활이 어렵고 힘들다.'라고 한다면 이는 회사라는 조직(상사:리더)과 본인 스스로가 같이 해결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직원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상사'라고 한다면, 그리고 주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상사로 인해 직원들이 회사 생활을 힘들어한다고 하면, 상사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이 크다. 그럼에도 정작 상사는 그걸 모른다. 본인으로 인해서 직원들이 직장생활을 힘들어한다는 걸 모른다. 내가 상사가 되어보니 알겠더라. 직원들이 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상사인 내가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통상 직원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 상사는 조직에서는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회사생활에서는 정말이지 아주 상당한 운빨(?)이 필요하다. '운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상위 조직이 개입하지 않는 한, 그 상사는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조직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고, '안되면 *진다.'라는 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실적도 좋은데 굳이 직원들의 마음까지 살펴가면서 상사인 본인이 변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상사의 상사가 학교 직속 선배라도 될라치면, 게임은 끝이다. 그러니 해결의 기회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젠 우리도 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인재는커녕, 회사 망할 판이다. 세상이 변했다.


아마도 지금의 한국 기업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파해 가기 위하여 다면평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조직의 장들에게도 보고와 종합 업무 외에 개별 고유 업무를 하게 하는 등의 제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나 쌓아왔던 역사적 기업문화는 뒤로하고, 그저 흉내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채용? 우리와는 안 맞는다. 수시채용을 하려면, 중고등학교부터 수강신청에 의한 학점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실적에 따른 평가? 정성평가가 10% 이상이면 의미 없다.


'회사생활이 힘들다.'는 모든 경우의 수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고,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 주어야 한다. 이를 개인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회사의 손실이 너무나 크다. 채용비용, 교육비용, 시간당 임금, 퇴사 비용 등등의 비용도 계산이 되어야 한다. 돈돈돈 하는 것 같지만 회사가 뭔가? 비용으로 환산되어 손실을 명확하게 따질 수 있어야 조직 차원의 개선이 된다.


실적을 바탕으로 한 평가와 보상은 상사(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생활에서 평가와 보상은 언제나 어려운 화두가 된다. 적정하고 공정한 평가와 그에 걸맞은 보상은 힘든 회사 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회사 경영에서 최고경영자들은 많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인사나 노무 부분에서의 경영자들은 아마도 평가와 보상에 대한 고민을 무지하게 하고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제도의 시행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그게 그거다라는 인식이 강할 것이고,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다는 느낌이 적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회사가 공정하게 한다고 해도 실은 그게 어렵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연초가 되면, 거의 모든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제도를 개선한다고 신문에 크게 나는 경우도 많았다. 어느 기업의 경우엔 매년 조직개편, 인사제도 개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도 모자라도 올해는 일본의 어떤 기업 벤치마킹, 다음 해가 되면 미국의 어떤 기업이 유명한데 거기 벤치마킹에 의한 조직개편 등으로 정신이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만약 위의 사례 중 하나의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면, 정말 변했는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양의 채용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크게 변하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평가와 보상은 철저하게 실적에 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인이다. 이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기존 기업문화의 특성상, 조직 관리의 특성상 지연, 학연 등을 무시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아니다. 친구 자녀가 내 밑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면 그 친구를 인사평가에서 아무리 못한다 해도 C를 줄 수 있겠는가? 이때 C를 줄 수 있는 명분은 실적이다. 실적이 미달하면 C가 되는 그런 확고한 제도가 필요하다.


실적이 바탕이 되면, 상사 때문에, 일 때문에, 급여 때문에 회사생활이 힘들 필요가 없어진다.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경험해온 많은 제도의 시행이 있었지만, 나는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목표 설정에 따른 실적 달성을 기반한 평가와 보상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실적을 바탕으로 한 평가와 보상은 상사(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목표 설정 단계에서 직원과의 깊은 숙의를 통해서 적정한 목표를 설정하여 승인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널널하거나, 불가능한 목표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상사(리더)는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과 업무와 시장환경에 대해 모르고는 적정한 목표 설정이 어렵다. 리더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목표는 미달했지만, 너는 최선을 다했으니 평가에 S(최고등급)를 준다?' 멕시코 소 법인의 법인장으로서 주재 근무 시 나에겐 이런 사례는 없었다. '목표를 아주 많이 초과 달성했으니, 너에겐 S를 준다.' 이런 사례도 없었다. 목표를 20% 이상 초과 달성했다는 사례가 있었다고 하면, 목표 달성 과정부터 다시 봐야 한다. 소위 뒤에 숨겨둔 숫자는 없는지..


말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나의 괴로움 따위 아무도 모른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어렵고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본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해결의 시작점은 본인부터여야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만약 정말 어려운데, 도움을 요청하기 조차 어려운 조직 문화라고 하면, 더 힘들어지기 전에 이직을 하던 무엇을 하던 대안을 실행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말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나의 괴로움 따위 아무도 모른다.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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