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한다.
50대인 나는 지금 내가 20대였을 때 보다 돈이 많다. 20대 초반이었을 때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재산은 없었다. 돈 뿐이겠는가? 운동도 20대 때보다 더 많이 한다. 물론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20대였을 때보다는 많이 한다. I don't smoke. I don't drink. 나는 20대에 했던 술도 담배도 안 한다. 담배는 아주 오래전에 끊었고, 술은 내 나이 40대 후반이었을 때인 몇 년 전에 끊었다. 물론 계기는 있었지만, 그게 건강 때문은 아니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끊었다. 계기야 어떻게 되었건 나는 내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한다. 너무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은 가족들과의 사랑과 유대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빠의 담배 냄새가 싫어서 아빠를 멀리 하는 일은 없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디를 가더라도 술을 안 하니 술로 인해서 벌어질 수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 안심할 수 있다는 거다.
나 스스로도 술과 담배를 안 하는 것이 너무나 좋다. 예전에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술은 거의 필수였다. 술을 안 마시고는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술을 안 마신다고 하면 안 따라주는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 술을 마시지 않고는 내가 하는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멕시코엘 가게 되었고, 멕시코에서 술을 끊었다. 술을 안 하고도 충분히 비즈니스가 가능한 지역이었다. 어쨌든 술을 끊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술 생각이 없다.
예전 같으면 소위 고참, 직장선배들이 술자리가 되어서 술을 안 마시면, 어떻게 술을 안 마시고 장사를 하려 하느냐고 하면서 강권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기왕에 끊었으니 끝까지 마시지 말라고 오히려 격려도 해주시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분위기 일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음주문화로 보면 우리 회사도 우리나라에서 만만치 않은 회사였다. 오죽했으면 전에 내가 술을 마시고 다니면서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우리 회사의 음주문화를 바꾸겠다고 후배 사원들에게 이야기할 정도였겠는가? (라떼는 말이야~) 당시 회식자리에서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이제 못 마시겠다."라고 하니, 우리 선배분이 단 한마디 하셨다. "오바이트하고 와." 오바이트하고 와서 처음부터 다시 마셔댔다. 작금의 우리 회사는 건전한 음주문화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선 회사라 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술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분야의 산업이다. 우리 회사에서 이 정도로 앞선 음주문화를 갖출 수 있었다고 하면,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50대, 이제 뭔가를 시작한다고 하면, 술과 담배를 끊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일단 끊어보자. 우리 세대 정도 되면서 조직에 몸담고 있다고 하면 이젠 회식자리에서도 술 안 마시겠다고 하면서 안 마실수 있는 위치가 되지 않았겠나? 전엔 그저 마시라 하면 마셔야 했었지만, 지금은 안 마시고 싶으면 안 마실 수 있는 그런 위치가 되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술과 담배를 끊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젠 끊자. 처음엔 술과 담배를 끊으면 인생 뭐 있나?부터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등등의 온갖 생각이 다 난다. 심지어는 평소 관심도 없었던 철학까지도 들먹이게 된다. 술을 끊으면 안 잡히던 저녁 약속이 부지기수로 잡힌다. 다 거절하기도 어렵다. 연락 없던 친구한테서도 연락이 온다. 술 한잔 하자고.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나에게 선약이 없으면 다 만났다. 그리고 술 끊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상대방이 술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딱 한잔만 하라고 한다. 어려운 순간이다. 처음엔 나 역시 몇 번 넘어갔다. 딱 한잔만 했던 거다. 그러다 두 잔이 세잔이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결국 끊었다.
제일 어려웠던 때가 우리 회사 본사 사장님께서 멕시코에 오셨을 때였다. 멕시코 주재원들이 다 모여서 저녁을 하는 자리였는데, 사장님께서 주재원 모두에게 술을 따라 주시는 자리였다. 내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당시 주재원들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으셨던 분께서 옆에서 여기는 술을 못합니다라고 사장님께 말씀을 드려 주시는 거다. 그러니 아주 오래전 같았으면, 장사를 하는데 술을 못하면 장사할 수 있나? 한잔해. 했을 것인데, 당시의 사장님께서는 "아, 그래?" 하시며 웃으시면서 사이다를 들어서 따라 주셨다.
내가 담당하는 고객사들은 내가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만나 준다.
나는 주중 5일 회식이 있다고 하면 하루도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당연하다. 술로 인해 지치는 일이 없다. 다음날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다. 내가 담당하는 고객사들은 내가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만나 준다. 예전의 나는 술을 마시면 폭주하는 습관이 있었다. 소위 자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아주 끝까지 마시는 거다. 그러다 보니 회식이 있는 날은 새벽에 들어갔다가 한두 시간 있다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식이나 저녁 약속을 연이어 이틀, 삼일 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지금은 부담 없다. 주중 5일 연달아 할 수도 있다. 맨 정신으로 있으면 어렵지 않으냐고 한다. 처음엔 당연히 어렵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말이 는다. 그러니 시간을 채워갈 수 있다. 처음엔 준비와 연습을 했다. 회식이 있거나, 저녁 약속이 있으면 당일 할 이야기들을 생각했다. 회식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과 몇 번의 자리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취했을 때 어떤 말이 나올지도 알 수 있다.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런 시기가 있다. 아마도 대리, 과장, 차장 직급에 계신 분들이면서 회사가 술을 마시지 않고는 매출을 일으킬 수 없는 그런 경우도 많을 것이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직장생활에 있어서는 행운아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많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50대는 다르지 않을까? 정보? 알만큼 알고, 이제는 정보를 생성해 가는 그런 나이이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는 다 파악할 수 있고, 인간관계도 맺을 만큼 맺어왔다. 그 정도면 됐다. 충분하다.
지금 이 나이에 꼭 그래야겠니? 그렇습니다. 충분히 그렇습니다. ^^
멕시코에서 술을 끊은 후에 내가 가장 걱정했던 건 멕시코 고객사와의 미팅이었다. 미팅 후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술을 안 마시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가져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술을 안 마신다는 이야기를 해야 했고, 왜 끊었는지도 설명이 되어야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고객사 만남의 횟수가 전보다 늘어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객사가 친구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몇몇 고객사에게 물어보니, 통상 한국 회사의 사람들과 미팅을 하고 식사를 하게 되면, 술을 너무나 많이 마시게 된다는 거다.
처음엔 그저 그렇게 해야 하나 보다 라고 술을 마시게 되는데, 통상 멕시코에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거의 술을 안 하고, 하더라도 와인 한두 잔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회사와 미팅을 하고 식사를 하게 되면 너무 많이 마신다고 했다. 그리곤 처음엔 그런 분위기도 있구나 하고 재미도 있었지만, 이게 이어지면 미팅을 하고 싶어 지지 않는다고 했다. 막상 그 회사를 다시 만나면 그때 그렇게 술을 마신 이야기도 웃으면서 추억 삼아 이야기하곤 하지만, 다시 만난 그 자리도 그 정도의 술을 또 마시게 되면 힘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나 듣기 좋으라고 했기도 하겠지만, 내가 연락이 오면 언제든 술에 대한 부담 없이 만나게 되고, 언젠가는 본인이 기억도 안나는 이야기를 한국 회사에서 결정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나와 만나게 되면 비즈 이야길 하더라도 언제든 확인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실제로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예전 술 마셨을 때보다 고객사 미팅 수락 횟수가 늘어났다.
회사 업무 특성상 끊기는 어렵다고들 한다. 나는 오래전에 운송부로 입사를 해서 마케팅 관련해서는 전략, 투자, 판매, 수출 수송, 해외법인 설립, 건설, 경영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험이 있다. 내 세대에 기업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거의 비슷하지 싶다. 결론은 다 끊게 되면 처음엔 업무 진행도 어렵고 안될 것 같지만, 일정기간 경과 후에 보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많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 우리 세대 사람들이 조직에 있다고 하면 이젠 조직의 변화를 가장 크게 가져올 수 있는, 즉 어느 정도 결정권을 가진 그런 위치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 조직에서의 막바지에서 크게 바꿀 수 있다. 시작을 술과 담배를 끊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를 화두로 던져본다.
만약 50대 이면서 술과 담배 둘다를 하고 있다고 하면, 이제 술, 담배만큼은 그만큼 했으면 충분히 했다. 그러니 이젠 끊어보자. 소위 획을 확 긋는 것이다. 술, 담배 하기 전과 후로 말이다. 실제로 만약 내가 지금도 술과 담배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면, 내가 지금 이런 만큼의 삶에 대한 밝음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 같다. 20대나 30대라면 친구들과 동료들과 담배하고 술 마시면서 재미있을 수 있다. (라떼는 말이야~) 나 역시 아직도 대학 다닐 때 군사훈련 (당시엔 그런 시간이 있었다.) 실습을 마치고, 교련복(당시 학생들이 군사교육 시간에 입었던 제복)을 입은 채로 친구들과 종로에서 (당시엔 실내에서도 흡연이 가능했다.) 담배 피우면서 생맥주 한 잔 했을 때의 시원함과 웃음소리를 잊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50대이다. 끊어도 된다. 지금부터의 추억은 끊고 나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지금 이 나이에 꼭 그래야겠니? 그렇습니다. 충분히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