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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의 여행 Jul 03. 2023

바다 너머에서 보내는 사랑편지

매일메일링 6월호. 독일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


 



“아물지 않는 마음을 안고도 가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걷는 이들을 힘껏 응원한다.” 
-정세랑 <살리는 일>

 사랑하는 빛아- 어느덧 독일에 온지 50일이 지났어. 네가 선물해준 편지집을 한주 한 주 힘겨워지는 순간마다 펼쳐보며 위안과 힘을 얻고 있어. 떠나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편지 한 장 남겨놓고 오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 독일에서의 일상은 한국에서의 시간과는 또 다른 감각과 상식을 쌓아가는 시간이야. 처음 와보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내가 평생 쌓아온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일이더라. 첫 한 달은 연대하고 추모하며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한국의 4월도, 새로이 자리잡기 시작한 독일에서의 이슈들도, 어느 것 하나 깊이 내 삶에 들이지 못하고 그 중간 어딘 가에서 둥둥 떠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 외롭고 지칠 때면 네 사랑을 잊지 않으려 그 주의 편지를 펼쳐 읽고, 엄마와 전화하며 칭얼거리고, 문득문득 사랑과 안부를 전해주는 친구들에게 온기를 얻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대하는 애인이 보내주는 글들을 읽으며 한국의 이슈를 들여다보고, 매일의 날씨와 안부, 기도하는 마음을 전해주시는 할머니를 통해 독일과는 다른 한국의 계절을 따라가고 있어. 5월의 너는 내게 전화해 선물을 잘 간직하고 있냐고 물어보더구나. 이 때쯤이면 언니가 어디선가 잃어버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말이야. 웃기기도 어이없기도 했지만 나도 덜렁이는 스스로를 알기에 아주 소중히 잘 보관하고 있어.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상상하며 나를 위해 써준 너의 편지를 따라, 짧은 통화로는 전하지 못한 나의 나날을 전해보려 해. 



 ‘어리고 여린 우리가 한 뼘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깊지 않은 상처만을 주고받고, 잠깐 주저앉았다 가도 다시 앞으로 뛰어갈 수 있기를. 내일을 두려워하고 오늘을 지루해 하기보다는 어제가 소중하고 오늘이 즐거운 하루이기를. 매순간 싫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싫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인간은 싫더라도,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킬 도리 없는 소망만을 끄적인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마음의 힘을, 비록 이러할지라도 라는 말의 힘을, 헛된 소망의 힘을 곱씹는다.’

  지난 겨울방학의 마지막 날에 적었던 일기야.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평소보다 스스로를 다독이게 돼. 지난 것을 돌아볼 때는 비관적일 때가 대부분인데, 시작할 때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지 않더라도 입으로는 긍정적인 말을 뱉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에는 그런 것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어. 긍정, 다정, 밝음 같은 것들. 내가 많이 지니고 있는 것들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언니에게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긴 글들을 적게 됐어.


  언니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건 처음이지 아마? 아직 실감이 안나. 막연한 허전함만 맴돈다. 내가 이 선물을 준비하는 걸 본 사람들이 종종. ‘뭘 그렇게까지 하냐. 평생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진짜 정성이다.’라는 말을 했어. 그래서 잠깐 생각했어. 내가 너무 유난인가- 하고. 금방 답이 나오는 고민이었지. 난 이 선물조차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 풀무에 들어오고서, 아니 그 전부터 받아온 사랑과 마음에 비하면 이 글들은 턱없이 모자라.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는 날이 있었어. 사랑이란 게 이런 거구나, 알 수 있는 날들이 있었어. 지쳐 흔들리고 무너지던 순간에 언니 덕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어. 그 모든 낮과 밤을 언니에게 돌려주고 싶어. 솔직히 감정을 전하는 것에 서툰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뿐이라 무식하게 긴 시간과 종이를 들여, 부디 어설픈 그 마음이 언니에게 닿기를 바라. 늘 사랑해. 어느 때에도 언니를 응원하고 있을 거야.


 기나긴 비행 끝에 도착한 독일의 첫날 밤, 숙소에서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공책을 펼친 순간, 가득한 너의 마음에 마음이 울렁여 울지 않을 수가 없었어. 너와 떨어져 보내야 할 1년이라는 시간이 아득해. 요즘 친구들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한 친구가 그러더라. 사랑을 주는 일의 행복이 있고, 그 기쁨이 더 큰 사람이 있다고. 빛아- 네게 사랑을 주는 그 모든 순간은 내게 기쁨이었고 그 사랑이 가 닿은 것만으로도 감사했어. 너에게 사랑과 힘을 주기 위해 다시 일어서 살아낸 순간들도 있었어. 너는 내 가장 큰 사랑이야. 내가 네게 힘이 되어 그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언제 우리 슬빛이가 이렇게 커서 언니에게 그 힘과 사랑을 돌려주는 구나. 네가 나의 편지에 그랬듯, 나는 이 공책과 편지를 펼쳐보며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할 시간을 버텨낼 거라는, 이번엔 너의 사랑이 나를 살길 거라는- 그런 직감이 들어.




April 2-8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 새로운 언어. 새로움과 낯섦이란 것은 종종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더라. 언니라면 나와 달리 밝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제 첫주가 지나갔으니 방도 좀 정리가 되었으려나? 하나 둘 언니의 흔적으로 채워지고 있을 방의 벽을 상상해. 아직 정리할 것도 많고 적응도 먼 얘기겠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면 좋겠다. 오늘 쯤이면 한국에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을 거야. 같이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그곳까지 포근한 꽃내음이 전해지기를! 이번주도 힘내-


 기숙사 방이 황량해서 벽에 한국에서 정성스레 챙겨온 편지와 사진들을 잔뜩 붙여 놓고 책상에 앉았어. 가장 손이 잘 닿는 위치에 꽃아 놓은 네 편지집을 꺼내 펼쳐 들었어. ‘하나 둘 언니의 흔적으로 채워지고 있을 방의 벽을 상상해’ 이 문장을 읽고 나를 너무도 잘 아는 너를 떠올리며 살포시 웃었다. 언니는 평생 쌓아온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낯선 세상에서 이 사회에 몸으로 부딪히며 파악해 나가는 중이야. 독일에 와서 함께 지내고 있는 한국 교환학생 친구들과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니 근데 상식적으로 ~이렇지 않을까? 아니지. 여기선 한국의 상식을 기대하면 안 되지”야. 일상 속에서 사소한 부분부터 새로운 것들이 많은데 일단 독일은 아직도 열쇠와 편지를 사용한다는 것! 모든 서류를 편지로 받아야 해서 아~주 느린 행정 처리를 기다려야 하고 모든 문이 도어락이 아니라 실제 키라서 잠깐 밖에 나갈 때도 꼭 키를 다녀야 해. 칠칠 맞은 나는 적응이 잘 안 돼 자꾸 키를 두고 나가서 곤란한 상황을 몇 번 겪었어. 아 그리고 독일에선 일요일에 거의 모든 가게와 마트가 문을 닫아서 미리 장을 봐 놓고 집에서 밥을 해먹어야 해. 평일에도 6시~8시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24시간 모든 곳에서 어떤 것이든 살 수 있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야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돼. 누군가는 쉼 없이 노동해야 존재할 수 있는, 잔혹한 노동환경에 기반한 편리함이란 걸 말이야. 


 독일은 어떤 면에선 엄청 철두철미하고 정확한데 거의 모든 기차는 연착되고 멈추고 취소되고.. 건물 지하나 화장실만 들어가도 데이터가 안 터지는 나라야. 한국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환경이지. 아주 답답하지만 이곳의 속도에 적응해가고 있어. 그리고 독일은 브리타의 나라일 줄 알았는데 수돗물이 깨끗해서 모두 그냥 수돗물을 따라 먹더라. 화장실과 주방에서 그냥 물을 따라 마시는 기분은 아주 생경했지만 ‘여기는 지리산 자연휴양림이다~’ 생각하고 마시고 있어. 특이했던 건 독일 사람들은 박수가 과하다고 생각해서 수업이나 강연이 끝날 때 박수 대신 책상을 노크하듯이 두드린다는 거야. 나는 아직도 자동으로 박수가 나오고 나갈 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데, 몸에 새겨진 한국의 습관을 버리고 독일의 인사법을 익히려고 노력 중이야. 독일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걸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정말로 잘 웃지 않고 무뚝뚝한 느낌이 있더라. 그런 표정과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주눅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행정 처리를 할 때는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오티 기간을 무사히 버텨냈어!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걸 추구하는 면은 잘 배우고 싶어. 여기선 패션도 스타일보다 실용성이 중요해서 미적인 것보다 기능적인 게 중요하대. 사람들이 서로의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아서 매일 똑 같은 옷을 입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쓴대. 신기했던 건 비가 와도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는데 독일 친구에게 왜 하루 종일 날씨가 안 좋다는 예보가 있는데도 우산을 안 챙겨 다니느냐고 물어보니 “좋지 않은 날씨는 없다. 좋지 않은 옷이 있을 뿐이다”라는 독일의 명언을 들려주더라. 신기하지만 잘 꾸미는 것보다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좋은 것 같아. 나도 네가 선물해준 경량패딩과 바람막이를 열심히 챙겨 입고 다니고 있어. 비가 올 때도 두렵지 않아서 아주 좋아! 



April 9-15

한국은 지금쯤 바람결마다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을 거야. 예정대로라면 나는 이번 주에 꽃길 걷기를 하겠다.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던 언니가 떠올라 작년 꽃길 걷기 날 찍은 사진을 선물해. 나는 꽃 중 벚꽃이 가장 좋더라. 풍성히 피었을 때도 아름답지만, 지는 순간에도 아름답다는 게 좋아. 벚꽃이 지는 모습은 마지막 순간보다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출발 같이 보이거든.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날아가는 거지. 벚꽃잎보다도 멀리까지 날아간 언니의 하루하루도 이렇듯 화사하기를, 언니를 싣고 흐르는 바람도 봄날의 것처럼 부드럽고 따사롭기를 바라.


April 16-22

늘 그려주겠다 말만 하고서 넘겼던 것이 계속 생각나더라. 잘 다루지 않던 도구로 그렸더니 아쉬움도 많고, 그리 닮지도 않은 그림이 되었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 언니에게 전해. 저 날 일출 정말 예뻤는데, 기억나? 다음에 또 보러가자. 독일의 일출도 예쁘겠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때 쯤의 나는 언니를 아주 보고 싶어 하고 있을 거야! 사랑해.


 한국의 벚꽃이 만개했다니 얼마나 아름다울까- 내가 변화하는 계절의 감각을 쫓아 봄꽃을 보러 다니는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실감해. 독일은 같은 4월이지만 아직도 영하 1도-영상 5도를 왔다갔다 해. 아주 흐리고 비가 자주 온다는데 다행히 며칠 간 날이 맑았어. 이정도 햇살과 푸른 하늘빛이면 아주 따뜻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피부에 닿아오는 공기는 너무도 차가워서 깜짝 놀라곤 해. 독일의 봄은 어떤 모습일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어. 연분홍빛으로 가득한 한국의 봄과 달리 독일의 봄은 진분홍빛이야. 이름을 알 수 없는 진분홍빛 꽃나무와 하얀 사과나무 꽃으로 가득해. 비슷하고도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봄을 살피는 일이 재밌어. 


  언니는 오티 기간을 마치고 개강을 했어. 영어학 전공수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한 수업들을 찾느라 영어 교육학 수업들을 신청했는데, 어렵고 숙제가 많아서 걱정이야. 독일 오기 전에 상담하면서 내가 스스로 부족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긍정하지 못함을 알게 됐어. 다행인 건 무엇 때문인지 질문하는 습관을 함께 들일 수 있었던 거야. 수업을 듣고 나오는 길에 스트레스 받아 배가 아프더라. 수업 듣고 우울하고 착잡해져 마음이 가라앉는데 털어놓고 기댈 곳 없음에 외로워졌어. 한 번도 이렇게 무언가를 못 알아듣거나 공부의 측면에서 뒤쳐져 본 적이 없는데, 못하는 게 드러나는 걸 제일 싫어하는 내가 잘 못하는 언어로 수업을 들으며 매순간 부족함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었어. 


 바로 도서관 가서 공부하려 다가 학교 뒤 숲길에 비치는 햇살이 예뻐서, 간만에 날씨가 좋아서 조금 걸어 보았어. 비 온 뒤 푸릇하게 살아난 들판과 돋아나는 새 잎들, 보송하게 피어난 작은 꽃들과 니비들이 나를 맞이해줬어.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어주고 햇살이 비치면 구름과 어둔 날씨에 가려져 있던 생명력이 뻗어져 나오고, 숨어있던 색들이 살아나 다른 세상, 다른 장면, 다른 생명들 같아 보여. 산책길 끝에 나무의자에 앉아 평온히 햇살을 쬐며 책을 읽으시는 할아버지의 여유로움이 사랑스러워 보였어. 나도 가만히 산책길의 의자에 앉아 눈을 꼭 감고 나를 감싸는 따스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을 느껴봤어. 따사롭게 감싸오는 햇살이 나를 둘러싸고 옭아매던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사르르 녹여주고- 살랑 살랑 불어온 바람이 그를 부드러이 풀어내 날려주었어. 멀리 날아온 이 곳에서의 나날이 마냥 화사하지만은 않지만 너의 소망 덕에 봄날의 것처럼 부드럽고 따사로운 바람이 나를 감싸주었 나봐. 


 곧 사랑하게 될 것이 분명한 산책길을 거닐며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며 서로 스치는 나뭇잎들의 소리, 새들의 지저귐, 산책하는 사람들의 말 소리에 귀 기울였어. 이내 그 순간이 사랑스러워지고 이곳에 머묾에 감사하고 행복해졌어. 힘들 때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익혀가고 있어. 처음에 독일 사람들은 주로 무얼 하고 노냐는 질문에 “산책”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정말 충격 받았었거든. 사실 나는 산책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독일에 와서 걷는 일이 그 중에 하나가 되기 시작했어. 그냥 걷고 싶지 않은 길- 그러니까 걸으며 보고싶은 구석이 없는 도시 빌딩 사이를 걸음 수를 채우기 위해 걷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나 봐. 이곳에선 걸을 때마다 곳곳에 스며 있는 아름다운 건물들과 그 사이에 심겨진 나무와 꽃들, 조금만 마을 밖으로 나가도 펼쳐지는 무성한 숲길에 걷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 걸으며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우니 기분이 좋아져 계속 걷다가 걷는 감각이 주는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고 있어. 독일은 익히 들어왔던 것처럼 비건 천국이라 어딜 가도 채식 옵션이 있고 마트에도 비건 제품이 가득하고 비건인 친구들도 많더라. 신기해서 ‘독일에 비건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독일 친구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비건이 되었다고 말해주었어. 학교에서 환경에 대해 가르치고 비건 선택권도 잘 되어있어서 어려운 선택이 아니라고 말이야. 환경과 동물을 생각해서 비건이 되는 일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특별하고 대단한, 설명하고 알려야 하는 일인데 이곳에서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인 거지. 그게 참 신기하고 부러웠어. 이곳에서 지내며 독일 사람들이 산책을 사랑하는 이유를, 그들이 자연스레 자연을 위하는 감수성을 지니게 되는 환경을 조금씩 체감해가고 있어. 


 4월에는 멀리 떠나가지 않고 내가 머물게 될 동네, 루드빅스부르그와 슈투트가르트 도심을 걸어 다니며 내가 자리잡고 살게 될 곳을 여행하는 시간을 가졌어. 한 곳 한곳 가본 장소들이 늘어날수록 머리 속에 동네의 지도가 생겨나고 그 위에 기억이 새겨진 장소들이 하나씩 새겨지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 푸릇한 산책길,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장면들과 새로운 공간들이 머릿속 지도에 심겨져. 새로운 길을 따라 산책하며 점점 지도를 넓혀 가고 있어.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고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이곳에 스며드는 중이야. 여행을 일상으로,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어가는 일. 이 곳에서의 삶을 새로운 모험으로 여기며 단편적인 경험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규정지어 놓았던 행위들을 다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다시 시도하며 경험해보려 해. 채 사랑하지 못한 것들을 사랑해 나가는 연습이겠지. 그것들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이내 사랑하게 될 때 내 삶은 얼마나 더 풍성해질까- 산책하는 일, 요리하는 일, 홀로 머물며 쉼과 여유를 갖는 일, 아직 삶에 들이지 못한 사랑을 찾아나서 보고 있어. 나를 살리는 법을 공부하고 연습하고 싶어.



April 23-29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이슬아 <심신단련>


 이제 독일에서의 첫 달이 지나갔네. 벌써 라는 말을 붙여야 할지 이제야 라는 말을 붙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한 달이란 시간은 아주 짧은 동시에 아주 길기도 해서, 특히 처음이란 말은 쏜살 같다 가도 하염없이 느려지는 것이어서 언니의 한 달이 어땠을 지 모르겠어. 마냥 기쁜 일만 있지도, 마냥 슬픈 일만 있지도 않았겠지. 걸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드는 일이 있더라도 기쁜 일이 언니의 곁에 더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 언니는 늘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과 다정하고 따스한 것들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어. 이번 한 주도 힘내!


May 30-6

 밝고 맑고 고요해- 이제 5월이네. 3월이 지나기도 전에 글을 쓰고 있자니 한국의 여름, 가을 같은 말조차 내겐 아직 먼 것이어서 독일의 5월은 어떨지 모르겠다. 한국은 5월이면 두꺼운 옷들이 하나 둘 들어가고 얇고 가벼운 옷들을 꺼내기 시작했으려나.


 지금의 독일이 어떻든 언니라면 벌써 친구를 잔뜩 사귀어 유럽을 즐기고 있을 듯 해 걱정은 안 된다. 언니는 하도 외국인들과 대화하고 다녀 벌써 영어가 훌쩍 는 것은 아닌가 몰라. 3월의 1학년들을 보며 언니의 첫 독일을 그리고 있자니 풀무에 입학했던 때가 떠올라. 그때는 그때의 고민과 힘듦으로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국 모든 게 새롭고 즐거웠거든. 가만히 있어도 열정과 애정이 피어올랐었어. 내 열 일곱이 그러했듯 스물 넷 언니의 지금이 그랬으면 좋겠다. 잠깐 힘들고 지쳤다가도 마냥 즐겁고 신났으면 좋겠어. 새로운 문화와 알지 못하는 언어는 가파른 절벽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난 언니가 지닌 깊은 사랑과 다정한 시선을 알아. 무언가를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야. 늘 응원하고 있어. 2년 전 이맘 때 내가 받았던 가장 큰 위로를 언니에게 전해.

신뢰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나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


 너에게 선물했던 문장이 이렇게 다시 내게 선물로 돌아오는 구나. 이번 주의 나는 주말에 외박 나온 너와 기나긴 통화를 하며 실컷 수다도 떨고 찡찡거렸어. 다른 친구들은 한국 안 가고 싶다는데 나는 벌써 그립다고 칭얼거렸더니 네가 ‘언니는 깊이 사랑하는 게 너무 많아서 그래-‘ 하고 답해주었어. 네 말을 듣고 마음을 달래며 ‘깊이 사랑 해야지. 더 세심히 들여다보며 사랑할 것들을 찾아 마음을 깊어지게 해야지-‘하고 일기를 썼어. 그리고 이번 주를 살아낼 힘을 얻기 위해 네 편지집을 펼쳤다. 


“잠깐 힘들고 지쳤다 가도 마냥 즐겁고 신났으면 좋겠어. 새로운 문화와 알지 못하는 언어는 가파른 절벽 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난 언니가 지닌 깊은 사랑과 다정한 시선을 알아. 무언가를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야.”


 이 문장을 읽고 눈물이 났어. 너는 어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 필요한 말을 건네어 줄까. 모든 것이 즐겁지만은 않음에, 내 사랑과 즐거움과 다가가고 싶은 용기를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에 씁쓸해지다 애써 힘을 내 적은 문장이었는데 네가 편지에서 건네 준 문장이 연결되어 신기했어. 너를 통해 다시 내가 지닌 사랑의 힘을 되새겨- 강한 네가 그리 말해주니 내게도 강한 힘이 있겠지. 나는 오늘도 너를 깊이 사랑하며 강해져! 그래도 이제 한 달이 지나가니 조금씩 영어로 대화하는 일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영어로 누군가 대화해야 할 때면 그 사람과의 ‘대화’보다 ‘영어로 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긴장되고 속으로 문장을 고르며 스트레스 받곤 했거든. 그런데 이제는 두려움이 조금 내려놓아지고 영어로 잘 말해내는 것보다 그 사람과의 나누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어. 비로소 언어의 장벽을 조금 허물어내고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 맺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멀리서 지켜보던 애인이 내게 그래도 잘 긍정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 같다고, 간혹 스트레스를 받다 가도 그걸 삶의 원동력으로 끌어들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해주어서 기뻤어. 아직 무언가 성장한 것 같진 않지만,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지금의 나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가파른 절벽에서 고꾸라져 떨어지더라도 울고 웃으며 마음껏 유영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  



May 7-13

배움나들이 때 찍었던 사진이야. 윤슬 가득한 물 위에서 휘날리는 깃발이 마음에 들더라고. 바다 위를 홀로 떠다니는 깃발을 보고 언니가 생각났어. 깃발이란 매순간 바람에 휘청이면서도 동시에 그렇기에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것이잖아. 당장은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휘청이는 듯 보여도 멀리서 보면 그 깃발은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것처럼. 파도와 바람에 흔들릴 때에도 언니는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걸 거야. 그게 위안이 되는 날이 있기를. 이번 주도 힘내-


 힘든 날 의지할 곳 없는 타지에서의 삶이란 참 힘겹구나- 생각하다가 아껴 둔 이번 주의 편지를 읽었어. 눈물이 울컥하더라. 너는 오늘도 나의 위안이 되어주는구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런 거라고 인지하면서도. 좋지 않다고 여기는 미운 마음들, 부정적이라고 여긴 감정들을 긍정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자기 자비”를 연습하자고 되뇌이면서도 종일 힘겹고 기분이 좋지 않아 매순간을 휘청이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냈어. 내가 꿈꾸었던 교환학생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싶어 울적하더라.  그렇지만 오늘도 바람에 휘청이고 파도에 넘어지면서도- 바다 위에서 열심히 깃발을 펄럭이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나아졌어.


 여기서 재밌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서로의 라이프스타일과 마인드셋의 차이에 대해 파악해 나가는 거야. 사회학도의 기질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을 느낄 때마다 거의 질적조사를 하고 있어. 미국 사람, 이스라엘 사람, 터키 사람, 프랑스 사람, 독일 사람, 이탈리아 사람과 대화를 해보았는데 그 이야기는 너무 길어 여기서 다 풀어낼 수가 없으니 나중에 따로 전해볼게. 그들이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마인드셋 차이로 가장 크게 느끼는 지점은 모두 ‘의사표현과 요구’더라고.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잘 알고, 그것을 요구하고 하고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데 아시아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아시아 여성들은 특히 더 그렇다고 항상 웃기만 하고 그들이 뭘 원하는지는 잘 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 나도 그렇게 자라와서(여기서 좀 벗어나는 중인 것 같지만) 서글프더라.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필요하고 나도 연습해보는 중이라고 했더니 한 친구가 해준 말이야. 


“There are both way. If you don’t mind other people’s mind, it can be rude and not good. But if you don’t mind yourself like what you want and what you don’t want, it is not good for you.”


 독일로 떠나오며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시원씨는 왜 스스로의 욕구와 감정에 귀기울이고 스스로를 위해주지 않냐는 말이었어.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스스로를 무시하고 있어 그런 걸 테니 스스로 정말 무엇을 원하는 지 들여다보고 그걸 선택하는 연습을 하라고 말이야. 그게 왜 그리 힘든가 몰라.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하길 선택하는 내가 몸이 지칠 때는 누군가 만나기 싫어지곤 하는데 완벽히 친절하고 따스하게 대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단 생각을 했어. 예민하고 칭얼거리는 나를 보이기 싫은데, 그러지 않기 위해 쓸 에너지가 없는 거지. 그럴 때 유일하게 어떤 에너지도 쓰지 않고 칭얼거리고 의지할 수 있는 네가 없는 일상이 참 힘겨워. 여기서 함께 지내는 친구들이 ‘시원 은근히 웃으면서 할 말 다한다고, 가끔 엄청 단호하고 직설적’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그냥 수다 떨다가 가볍게 나온 이야기인데 한 번도 그런 평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너무 직설적이었나 혹 아플 때 예민하게 굴었나, 돌려 말하지 못했나, 더 배려하지 못했나 또 혼자 열심히 곱씹었어. 그러다 이내 좀 그랬으면 어때~하고 땅굴은 그만 파기로 했어. 네가 옆에 있었다면 언니는 좀 그만 호구같이 굴고 좀 더 단호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이기적으로 굴라고 말해줬겠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내 마음에 따라 행동할 자유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려고. 웃는 가면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도 사람들을 대하고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가고 있어.


May 14-20

나는 ‘살다live’라는 동사에 ‘열심히hard‘라는 부사가 붙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중략) 자기를 몰아붙이듯이 살았다는 것인지, 별다른 재미없이 살았다는 것인지, 열심히 산다는 게 그녀에겐 올바르다는 가치의 문제라는 것인지, 삶의 조건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인지 말이다.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중

지난 한 주도 잘 보냈어? 또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네. 적응하랴 공부하랴 아주 바쁘게 보내고 있을 것 같다. 멀리 떠나간 곳에서의 의미를 찾기 위해 너무 무리하고 있을까 걱정이야.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열심히‘란 단어는 올바름과 이상적임에 가까운 것인데, 그곳의 사람들은 다르게 느끼겠지. 멀리 간 만큼 그렇게 다른 결의 생각을 낱낱이 느끼고 언니 것으로 만들고 오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겠지만, 그를 위해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지 않기를 바라. 오늘 하루도 봄의 따스함이 함께 하기를!
 
 May 21-27
 독일에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 한국과는 다른 문화를 즐기는 곳이니 어떤 걸 하고 놀려나 모르겠다. 뭐든 언니는 잘 놀고 있을 것 같지만 말이야. 사진을 뒤지다 이 사진이 계속 눈에 밟히더라. 언니가 마음에 든다 했던 것도 있지만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미소가 툭툭 눈에 띄어. 독일에서도 그 사진처럼, 이 그림처럼 미소 지을 일이 많으면 좋겠다. 좋은 하루 보내! 

 


 사랑하는 빛아-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너의 예상처럼 언니는 또 관성적으로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채우려 노력하고 있어. 독일에 오며 이곳에서 다른 속도와 여유를 연습해보는 것을 목표 삼았는데, 몸에 쌓여온 관성이란 무서운 것이라- 다시 몇 시간이고 눈이 아파오도록 집중하고, 생산적으로 무언가 해내려 하고 그 전의 속도로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타박하게 되더라. 주말에는 열심히 놀고 평일에는 그 여파로 열심히 수업 듣고 과제를 해야 하는데, 한국어로 했으면 별것 아닌 과제들을 영어로 하려니 몇 배의 시간이 걸려 고생 중이야. 수업 마다 영어 교재를 읽어가야 하는데 영어로 읽으려면 시간이 4배 씩 걸리니 힘겹고 답답하고.. 지난 주엔 너무 답답해서 페이지 당 걸리는 시간을 체크해가며 읽다가 느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는데 마공의 연락 덕에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 


“시원아 내가 요즘 배운 건 천천히 하기야. 사실 어떤 일이든 빨리 할 일이 없는데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그걸 계속 하게 되는데, 빠르게 하는 만큼 내 안에 빠름이 쌓인대. 그래서 요즘은 천천히 하는 감각도 몸에 쌓아주고 있어! 그거 참 재밌더라! 천천히를 자각하기-“


 마공은 정말이지 내 자존감과 영혼과 속도 지킴이야- 마음이 가라앉고 느린 속도가 답답할 때마다 몇 번이고 마공이 말을 곱씹었어. 천천히 해나가는 감각을 몸에 쌓아주고 내 몸과 마음의 속도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주기를 가장 최우선 순위에 두려고. 내가 독일에 와서 가장 크게 느끼는 유럽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마인드셋 차이는 ‘여유’야. 누구도 무리하지 않고 무리 시키지 않는 것. 속도가 느려질지 언정 적정 시간만을 노동하고 모두가 함께 멈추는 것. 주말에는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햇살이 드는 잔디밭에 앉아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고 뛰어놀 수 있는 여유. 그건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음가짐과 삶의 패턴이 더라고. 관성적으로 계속 무리해서 무언가를 해내려 하지만 다만 여기에서는 열심히 놀고 열심히 쉬고 열심히 밥 해먹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한 달에 한 번도 요리할까 말까 하던 내가 매일 요리해서 밥을 챙겨 먹고, 편안한 마음으로 요리하고 치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서 일정을 짜고, 열심히 공부하다가 중간중간 그저 음악 듣고 찜질하며 눈을 쉬어 주고, 놀고 싶거나 자고 싶으면 과제도 그냥 대충하거나 포기해버리는 자유도 스스로에게 줘보는 중이야. 이렇게 조금씩 연습하면서 지내다 보면 1년쯤 뒤에는 이곳의 속도와 여유를 익힐 수 있겠지. 


 평일에 열심히 과제만 할 때는 좀 괴롭지만 네 바람처럼 즐거이 활짝 웃는 순간들도 매일 한 번씩은 있어! 다행인 건 시간이 지날수록 낯설고 두려운 것들, 괴로운 순간보다 새롭고 즐거운 것들이 많아지고 있단 거야.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모험하며 다른 사회와 존재들을 만나보고 있어. 우린 1년 동안 어떤 시간을 살아내고 다시 만나게 될까. 꼬옥 끌어안고 이야기 나누며 세밀히 살피고 돌봐 줄 수 없는 시간 동안 너무 아픈 일은 생기지 않길 매일 기도해. 언니는 좋아하지 않는다 정의 내렸던 것들에 스스로 씌워 놓은 멍에를 벗겨내고. 세세히 들여다보며 다시 좋은 점들을 찾아보고 있어. 그렇게 사랑하는 것들을 늘리며 삶에 들이며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고 나를 사랑해주는 법을 익혀가는 중이야. 사랑하는 것들을 늘리는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해보려고. 밖으로만 뻗어져 나가던 사랑을 나에게도 돌려줄 때인 거겠지. 


 네가 나에게 건네 주고 싶은 위로와 긍정의 말을, 언니가 네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네가 너에게, 내가 나에게, 우리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길. 사소한 즐거움이, 따스함이, 다정하고 연한 사람들의 강인한 사랑이 너에게 깃들길. 네 마음을 붙들어 줄 무수히 빛나는 순간들이 너에게 찾아오길 바라. 무엇보다- 언제든 무엇이든. 서로에게 짐이 될 걱정을 하지 말고 함께 나누자. Shattering Water- 마음이 산산히 파도쳐 부서지고, 상태가 마음을 넘어서는 순간에 함께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곁이 있단 것을 기억하자. 언제나, 어떤 너라도 사랑하고 지지하는 언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 멀리 바다 너머에서 깊은 사랑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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