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불금이면 나도 쉬어요_여전히 께레따로

유럽보다 저렴하게 중세시대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멕시코 께레따로로!

by 문간방 박씨

한국이 금요일 저녁으로 접어들면 나도 그제야 한숨을 돌린다.

회사 일 때문에 찝찝하고 고민이 된다면 나는 지체 없이 나의 갤럭시 북을 열어서 끝날 때까지 모든 일을 끝내 놓고야 만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대학생 때 S회사 사장이 새벽 4시에 메일을 보낼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당시 모 대기업에 다니던 삼촌께 사장님은 잠도 안 주무시고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삼촌은 그 사장 밑에 일하는 직원들은 얼마나 고달프겠냐며 나의 기대와 다른 대답을 했다.


나는 현재 사장도 아니고, 아주 말단 직원도 아니지만, 매 순간 숫자로 평가를 받는 소차장의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결정이 되고, 내년의 월급 인상도 반영되기까지 한다.


한국에서는 나에게 멕시코에서 잠도 안 자고 일을 하냐고 하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오히려 화끈하게 일을 하고 반신욕 한 후에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 편히 푹 자는 게 내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기분이다. (반신욕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숙면을 취하기도 한다)


다소 일중독 같아 보이는 나도 아직까진 불금, 불토가 기다려지고 신이 난다.

오늘은 한국의 불금이니, 나도 께레따로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할 수도교를 관광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나서 1시간 뒤 살짝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저 멀리 유럽에서나 보던 수도교가 보였다. 아! 교토에도 수도교가 있긴 하네
멕시코엔 빈티지 차들이 참 많다. 박스테이프로 차를 대강 수리한 후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다행히 내 거래처 사람은 깔끔한 흰색 일본 차를 타고 다닌다


8년 전 처음 과달라하라에 왔을 때 보라색 꽃이 활짝 핀 나무를 보고 신기하고 너무 예뻐서 사진을 마구 찍었던 기억이 난다. 3월과 4월에 보라색 꽃이 절정을 이루니 이왕이면 봄에 멕시코를 가볼 것을 추천한다.


수도교 근처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근처에 있던 성당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교회는 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멕시코 성당은 전부 개성이 있다. 멕시코는 꽃이 싸기 때문에 모든 성당에 놓인 꽃은 생화다
십자가에 끈(?)을 두른 이유는 멕시코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성당 옆에는 조그마한 분수가 있었다
어딜 가나 탐나는 스페인 타일. 한국에서는 스페인 타일이 정말 비싼데 여기는 주변에 깔린 것이 스페인 타일이다
께레따로에서 유명한 수도원에 왔다. 영화에서 수도원에 대한 비리, 성폭력과 관련된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수도원에 와도 경건한 마음이 별로 없다
그래도 께레따로에 왔다면 수도교 근처에 위치한 수도원은 꼭 가봐야 한다. 과거 수도교에서 흘렀던 물이 이 수도원으로 흘렀다


사실 이 수도교의 이름은 '사랑'의 수도교다.

과거 께레따로를 관리하던 높은 사람이 이 수도원에 있던 수녀를 사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수녀를 위해 수도교를 세워서 수도원까지 물을 공급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유부남이었다고 하는데 이걸 사랑의 수도교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멕시코에는 전설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니 이 또한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 정도로 흘려듣기로 하자,


께레따로의 구도심에 위치한 이 수도원은 중세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랑의 물이 수도교를 지나 수도원으로 흘렀다. 과거 물이 흘렀던 흔적이 아직도 보인다


몇 백 년이 지난 나무와 과거 설거지를 하던 장소 그리고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우물까지 아직도 그대로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하니 께레따로에 왔다면 꼭 방문해 보자. 나는 성당 가이드를 끼고 투어했는데 설명을 들으니 정말 좋았다


멕시코에는 열대 나무들이 정말 많다. 하늘은 새파랗고 나무는 짙은 연둣빛이 예뻤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을 한눈에 보는 것도 즐거웠다
이 수도원은 한 때 왕의 감옥으로도 쓰였다. 3일 갇혀 있다가 처형당했다고 하는데, 3일 동안 그 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3일 째 되는 날 해가 뜨지 않길 바랐을까?


멕시코는 한 낮 기온이 30도로 햇빛은 따갑지만, 그늘로 들어오면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편이다. 우리나라 여름도 멕시코만 같으면 견디기 쉬울 텐데...


이 수도원은 박물관이면서도 아직까지 수도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2층에는 실제 수도승들의 방이 있고, 다른 공간에는 수도승이 되기 위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8년 간 공부를 한다. 수도승 치고는 교실이 시끌시끌해서 오히려 인간적이었다. 쉬는 시간에는 수도승들도 잡담하고 군것질 정도는 해야지.


참고로 수도원 안에 화장실이 딱 하나 있는데 이 화장실도 600원 정도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다.

동전이 충분히 없어서 거래처 사람이 100원을 줘서 겨우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해외에 나가면 왜 이렇게 화장실 인심이 각박한지 모르겠다. 수도원 들어갈 때 입장료까지 냈는데 화장실 값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