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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Feb 09. 2024

개미마을 답사기

개미마을_안광일

몇달전부터 몸이 너무 무거워졌다. 살이 찐 것도 있지만 오전만 지나면 머리가 무겁고 무기력해지고 에너지가 떨어져서 일이 손에 잘 안잡혔다. 집과 사무실만 차로 오가고 집에선 애기들이랑 놀고 사무실에서는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생활을 하다보니 몸의 에너지가 떨어진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원래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좋아했던터라 또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니 몸상태가 금방 올라오는 듯 했다. 아이들이 다 잠든 밤마다 일주일에 세번씩 달리니 달리는 거리도 시간도 늘면서 재미를 붙여가던 차 개미마을 답사날이 왔다. 

그동안 달동네를 답사할 때마다 숨을 헐떡였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저 높이 쳐다봐야 하는 계단 앞에서 느꼈던 막막함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을 길렀다 자부하며 홍제역에서 내려 야심차게 걸어갔지만 개미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장이 쿵쿵거리고 호흡이 가빠져 있었다.

도로를 따라 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인왕산등산로가 보였다. 인왕산 등산로 입구가 홍제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의 종점이기도 했다. 진즉 알았으면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왔을 것을.

개미마을은 지금껏 답사했던 마을과는 달리 집들의 밀도가 높지 않았다. 개별 주택들의 넓이도 넓어보였고 집의 컨디션도 여태 봐왔던 마을보다 훨씬 양호했다. 공사중인 집들도 있는걸 봐서는 이곳 주민들은 어쨋든 계속 고치면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인왕산 골짜기에 양쪽으로 경사면을 따라 자리잡은 마을이라 한쪽 경사지의 꼭대기에 올라서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서울에 이렇게 한적한 곳이 있을까.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담고 파란 하늘과 낙엽이 떨어진 산을 멍때리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가는줄 모르겠다. 도로나 상하수도 시설 등 인프라만 개선이 되어도 이런 분위기를 찾는 사람들한테 인기 있는 주거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파트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기에는 부지가 작아서 아마 사업성을 이유로 개발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나같은 개발 반대론자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일. 공공인프라만 잘 갖춰져도 서울에 이렇게 자연과 가까운 주거지가 없을텐데. 돈이 좀 있으면 차가 진입할 수 있는 필지를 하나 구해서 실험적인 주택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이 있으면'

개미마을 입구까지 올라오는길이 가파라서 그렇지 마을 자체는 아담하고 아늑하고 깨끗하고 좋은 기분이었다. 좋은 날씨도 한몫했을 터다

홍제역으로 내려오면서 역근처에서 붕어빵을 사먹었는데 3개에 2천원이다.

새삼 물가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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