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의 균열 사이로 불규칙적으로 박혀져 있는
피칸, 마카다미아, 초코칩이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손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의 불륨감에 손으로 빛어낸 자연스러움이 담겨 있다.
금이 간 표면 사이로 솟아오른 견과류와 초코칩이 마치 오랜된 산책로의 정겹고도 단단한 바닥을 떠올리게 한다.
손바닥 위에 올린 쿠키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겉은 바삭하고 눌러보니 안쪽은 손끝으로 폭신함이 느껴진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진 쿠키 속에서 피칸과 마카다미아, 초코칩이 풍성하게 고개를 내밀고, 몽글몽글한 반죽이 공간을 촘촘하게 채운다.
견고하게 보이는 겉과 달리 속은 부러움이 있다.
아직 쿠키에 따스함이 남아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쿠키가 햇살에 데워진 조약돌마냥 쥐고 있으니 안정감을 준다.
코끝으로 가져가니 고소한 향이 먼저 훅 들어온다.
견과류가 구워지며 퍼트리는 진하고도 따뜻한 향이다.
피칸의 묵직한 고소함과 마카다미아 특유의 고운 향이 조화를 이루고,
그 틈을 아가베시럽의 은근한 단 향이 감싼다.
초코칩은 그 모든 향 뒤편에서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달콤하지 않지만 풍성한 향기, 어서 입안으로 가져가고 싶게 만든다.
드디어 한 입.
바삭한 겉면이 입천장을 스치고, 곧이어 밀도 높은 반죽이 입안을 채운다.
놀랍게도, 그다지 달지 않다.
대신 피칸과 마카다미아가 가진 오일리하면서도 단단한 고소함이 씹을수록 살아난다.
지나치게 달지 않은 초코칩이 입안을 마지막으로 살짝 감돈다.
두유의 담백함,
반죽 속에서 씹히는 견과류의 변주들이
‘짙음’과 ‘담백함’을 교차적으로 입 안에서 풍미의 결을 만든다.
바삭하게 시작해 속으로 들어갈수록 촉촉함이 그 소리를 흡수한다.
씹을수록 부드럽고 잔잔해지다 조용하게 끝맺음을 한다.
입 안에서 사라진 쿠기 대신에 혀 끝에 은은한 향이 남는다.
깊고 서정적이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비건 르뱅쿠키다.
비곤하고 가난했던 나의 어린시절은 풍요의 그림자인 '결핍' 투성이였다.
따뜻한 식사 대신에 텅빈 냉장고,
푸짐한 도시락 반찬 대신 김치,
온기가 느껴지는 집 대신 불꺼진 텅빈 집,
웃음 대신 절절한 외로움,
어른들의 횡포에 대한 침묵,
집안일을 도맡아야 하는 중압감,
아이어른이 되어버려 아이들의 세상과의 단절.
거기다 눈치와 수치심, 열등감은 묶음 상품처럼 들어붙어 있었다.
'나는 나의 스무살을 가장 존중한다'의 저자 이하영 원장은 자신의 가난을 색깔과 온도로 표현했다.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는 벽지의 '회색', 고장난 온도계가 가리키던 '영하 18'도라고.
나의 가난은 소리와 맛이다.
떨어지는 '빗방울' 과 짠맛이 가득한 '굵은 소금'
수돗물이 아까워 빗물을 받아다 양말을 빨았고, 동생들의 저녁으로 먹을게 없어 후라이팬에 밥과 소금만 넣어서 볶았던 기억때문인 것 같다.
(195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
그 가난이 안겨준 것들로 인해 나의 삶은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 르뱅쿠키를 볼때마다 다양한 토핑들로 속이 꽉찬 '풍요로움'을 떠올린다.
내가 원하는 재료를 내가 넣고 싶은 만큼 풍족하게 넣어도 상관없는 르뱅쿠키.
그 마음껏이 허용되는 쿠키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며 오로지 생존에만 몰입했던 그때,
나는 하나의 의문을 가졌다.
이후,
나는 '풍요로움' 에는 물질적이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가장 오래된 풍요로움의 언어인 사계절과 자연,
고무줄 놀이를 하다 끊어진 고무줄을 보며 배꼽빠지게 웃었던 웃음은 마음의 풍요,
잠시 멈춰 햇살을 음미하는 감각의 풍요,
책상에 앉아 커피의 향과 온도를 느긋하게 즐기는 여유의 풍요,
서로의 기쁨과 아픔에 함께하는 관계의 풍요,
'풍요로움'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닌,
매일의 태도 속에서,
작은 감각 속에서, 사소한 선택 속에 숨어 있었다.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닌,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느낄 줄 아는 감각.
내가 가진 것이 누군가에게로 따뜻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태.
삶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내면의 속도.
오늘 하루를 지나며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
그것이 '풍요로움' 이었던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 에서
'소박함 속에서 풍요'를 찾았듯 나는,
내면의 충만함이 가득한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소유의 풍요' 보다는 내면의 공간과 시간의 여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가진것의 크기보다 어떻게 느끼고 살 것인지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런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삶을 나는 살고싶다.
통밀 250g
아몬드가루 70g
전분10g
베이킹파우더 5g
베이킹소다 4g
두유90g
식초5g
유채유50g
비정제원당 90g
아가베시럽 50g
초코칩 100g /피칸40g / 마카다미아 30g
두유에 식초를 넣고 몽글몽글해질때까지 거품기로 저어주세요.
원당에 유채유, 아가베시럽을 넣고 섞어줍니다.
두유에 가루 재료를 체에 쳐서 넣어주세요.
가루 재료를 넣은 후 섞어둔 액상재료를 모두 넣고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어주세요.
초코칩, 피칸, 마카다미아를 반죽에 넣고 섞어줍니다.
반죽이 견과류와 잘 섞이지 않으면 손으로 반죽해도 됩니다.
(견과류는 기호에 따라 원하는 걸로 대체 가능)
잘 섞은 반죽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서 30분 휴지 시켜줍니다.
90g씩 소분하여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만들어주세요.
예열된 오븐 160도에 20분간 구워주세요.
(오븐에 따라 구워지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덜 구워졌음 시간을 조금 더 늘려보세요.)
다 구워진 르뱅쿠키는 식힘망에서 충분히 식혀주세요.
https://youtube.com/shorts/g0m7H9bLY64?si=yk49id8K4XTyfg34
집에서 한번 도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