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오트밀 쿠키, 그리고 가벼움

비건 오트밀쿠키 레시피

by 쌀방언니


오트밀 쿠키의 첫인상은 '소박함' 이다.

거창한 장식도 없고, 색색의 토핑도 없다.

그러나 이 쿠키에는 오히려 과장 없는 정직함이 담겨 있다.

오트밀 특유의 납작하고 작은 입자가 쿠키 표면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어

거칠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얇게 펼쳐진 둥그런 형태.

가장자리는 살짝 구워져 연한 갈색으로 물들어 있고,

중앙은 밝은 베이지톤을 유지하는 색감의 농담이 있다.


손가락 끝으로 쿠키를 집어든다.

오트밀이 겹겹으로 퍼져 있어, 가벼운 거슬림이 있을까 했지만

생각보다 부드럽게 손끝에 감긴다.

유채유가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분감 없이 포슬포슬한 감촉이다.


코끝에 가까이 가져가니 첫 향은 무엇보다 고소함이다.

곡물이 구워지며 만들어내는 깊은 담백함과 두유 특유의 은근한 향이 퍼진다.

유채유의 아주 미묘한 향이 어우러져 한층 더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인공적인 향은 없다.

고요하고 깊은 땅에서 온 곡물의 원초적인 냄새, 그 향이다.


조심스럽게 쿠키를 반으로 부러뜨린다.

“바삭.”

딱 그만큼의 소리.

크지 않지만 분명한 감촉의 소리다.


입 속에 넣으니 가장자리는 낙엽을 밟을 때 처럼 고운 '바사삭' 하는 소리를 내고,

조금 두께감이 있는 부분은 '오득'하는 가볍고 건조한 파열음을 낸다.

씹을 수록 얇게 펴서 구운 오트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리듬감이 있다.

음식이 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음식의 결을 전하는 느낌이다.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쌀가루와 감자전분의 섬세한 배합으로 질감은 가볍지만 허술하지 않다.

씹을수록 오트밀이 퍼지는 구수함, 비정제 원당이 남긴 은은한 단맛이

혀끝에 조용히 맴돈다.

두유는 고소함을 부드럽게 감싸고, 유채유는 기름짐 없이 쿠키에 촉촉함을 남긴다.

어디에도 과한 맛은 없다.




오트밀 쿠키를 바라볼 때면 나는 '가벼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건 내가 만드는 디저트 중에서 꽤 가벼운 축에 들기 때문이다.


나는 호탕하게 잘 웃는 사람이다.

누구는 나의 이 웃음소리가 옆사람까지 기분좋게 만드는 소리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뭔가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고 했다.


한동안 나는,

나의 이 웃음소리와 밝은 성격이 타인에게는 '가벼운 사람' 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고심한 적이 있다.


나에게 '가벼워 보인다'는 말의 의미는

책임감이 부족하다, 신중하고 진중하지 못하다, 촐싹맞고 방정맞다 정도의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그러니 자연스레 '가벼움'이라는 단어에 무의식으로 부정이 베어있었다.


어느날 나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단숨에 읽고,

'가벼움'에 대한 인식과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니체는 ‘영원회귀(eternal recurrence)’라는 개념을 통해 존재의 무게를 강조했다.

한 번뿐인 삶을 가볍고 무의미한 것으로 보았고,

오히려 영원히 반복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책임감과 의미를 가진 삶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니체의 사상을 반대로 해석했다.

“반복되지 않기에 모든 것이 가볍고,

그 가벼움은 때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버겁다”고 말이다.


결국 밀란 쿤데라는 말한다.

가벼움은 때로 자유롭지만 외롭고, 무거움은 고통스럽지만 의미 있다.


나는 '가벼움' 이라는 이 단어를 '무거움'에 중심을 두고 생각했던 것이다.

'가벼움'에는 가벼움만의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경쾌하고, 상큼하고, 홀가분하고, 쿤데라의 말처럼 자유롭고.




그렇게 '가벼움'에 대한 인식이 바뀌자 나는 무거운 것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짊어지고 있는 무게를 덜어내고 가벼워지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니,

내게 있어 가장 무거운 것은 '책에 대한 집착' 이었다.


커다란 책장 3개와 작은 책장들.

그 곳에 두줄로 빼곡히 꽂혀있는 샐 수 없이 많은 책들. 두줄로도 모자라 책꽂이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책을 둘 곳이 없어서 '이사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깐.


심호흡을 크게 하고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 찢어진 책들을 버렸다.

두번째, 다 읽은 책을 골라내 책 나눔을 했다.

세번째, 새책인데 나에게 어려운 책, 아직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 시간의 흔적만 남을 책을 도서관에 기증했다.

네번째, 정리하고 남은 책들 중 한번도 읽지 않은 책을 중고서점에 팔았다.


그리고, 한 타임 쉬었다.

다섯번째, 꼭 소장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냈다.

나머지 책들은 위의 방법 중 적당한 방법을 골라 처분했다.

여섯번째, 골라낸 책들 중 100권만 남기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100권을 남기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떠나보낼 수 없는 책들을 안고 몇날 몇일 고민했다.


그리고 드디어 100권을 맞췄다.

그때서야 보이더라.

여백의 아름다움이, 가벼움의 자유가, 해방감의 환희가, 본질에 다가가려는 깊은 침묵이.

이것이 '가벼움' 덜어냄의 대한 미학인 듯 하다.






비건 오트밀쿠키



액상재료

두유 80g

유채유 160g

비정제원당 160g


가루재료


박력쌀가루 220g

감자전분 20g

소금 4g


오트밀 160g

초코는 선택



볼에 두유, 유채유, 비정제 원당을 모두 넣어 주세요.



모든 재료를 잘 섞어줍니다.

비정제원당이 모두 녹지 않아도 괜찮아요.



박력 쌀가루, 감자전분, 소금을 볼에 담습니다.



액상재료와 오트밀을 넣어주세요.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충분히 섞어주세요.



30g씩 소분해 주세요.



소분한 반죽을 최대한 얇게 펼쳐줍니다.

손바닥, 포크, 주걱 편한 도구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얇게 펼칠수록 더 바삭하게 구워진답니다^^



160도 예열된 오븐에서 10분 구운 후

온도를 150도로 낮춰 15분 더 굽습니다.


구워진 쿠키는 식힘망에서 충분히 식혀주세요.

초콜릿은 선택입니다.


30g씩 소분하면 20~24개정도 나와요.

양이 많으시면 재료를 반으로 줄이세요.


https://www.instagram.com/reel/DI0kdRbRarC/?igsh=MTAweHR5bzYzdmYz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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