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찹쌀 밤 파운드 레시피
찹쌀밤파운드는 단정하면서도 화려하다.
봉긋하게 부풀어 있는 윗면과 그 옆은 미세하게 균열로 잡혀져 있다.
파운드에는 오렌지잼이 듬뿍 올려져있고, 그 위를 조각난 밤이 하얀 슈가파우드와 함께 장식하고 있다.
오렌지잼의 아래 부분은 단호박가루의 노란빛이 오븐에 구며워지면서 같은 오렌지빛으로 미세하게 번져 있다.
색은 총 네 가지로 나뉜다.
통밀가루가 구워진 껍질의 짙은 갈색,
찹쌀반죽의 옅은 크림톤,
맛밤의 검은 단면, 그리고 그 속의 노란 속살.
단면을 자르면 입체적 구조가 뚜렷하다.
마치 겹으로 층층이 나뉘어진 지형을 보는 듯하다.
재료를 따라가며 그 결을 읽고 있음 단계별로 그 식감이 상상이 된다.
쿠키처럼 단단하지도 않고, 케이크처럼 푹신하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독특한 밀도를 가진 파운드를 집어든다.
통밀가루와 아몬드가루가 만든 파운드층은 탄탄하다.
표면은 거칠고 건조하지만, 오렌지잼이 유연하게 감싸고 안쪽은 폭신한 부드러움이 손끝을 감싼다.
말랑한 찹쌀층은 젤리처럼 튕겨나오지는 않지만,
분명한 저항과 함께 손끝에 ‘무게감 있는 쫀득함’을 전달한다.
코끝에 닿는 첫 향은 오렌지의 달콤함이다.
반을 가르면 통밀의 고소함과 단호박의 풀 내음으로 원시적인 향이 난다.
그 뒤를 잇는 찹쌀은 자체적으로는 거의 향기가 없지만,
구워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살짝 구운 쌀떡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마지막은 밤이다.
익은 밤의 달큰하고 고소한 향이 전체 향의 밑바탕을 만든다.
입에 넣는 순간,
오렌지잼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 단맛은 둥글고 부드럽다.
둥글고 부드러운 단맛이 통밀을 만나면서 담백함과 어우러져 한층 더 깊음 단맛을 쏟아낸다.
찹쌀은 뒤이어 혀의 중간에서 맛을 펼친다.
쫄깃함과 밋밋함이 깊은 단맛과 만나 옅은 은은한 단맛과 포근함을 선사한다.
다.
밤은 단맛의 마지막 그리고 중심에 있다.
밤을 씹는 순간 입안은 풍성하고 고급스러운 달달함이 감돈다
고요함과 달짝지근함만 입안에 존재한다.
찹쌀밤파운드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청각이 아니라 촉각의 연장이며,
입속에서 소리의 부재가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든다.
밤이 부서질 때는 미세한 파열음이 느껴지다 다시 고요함을 유지한다.
이윽고 입안에는,
혀끝의 부드러운 오렌지의 입자감, 통밀의 정직한 밀도, 그 아래 찹쌀의 점성,
그 속의 단단하면서 천천히 으깨지는 단밤
이 모든 것이 동시에 담긴다.
통밀과 아몬드가루 단호박가루에다, 찹쌀 반죽, 그 속에 밤까지.
구워지고 난 다음에는 오랜지잼까지 얹져지고 그 위를 다시 밤조각과 슈가 파우더로 마무리되는 이 찹쌀밤파운드.
하나에 하나만 더 해도 충분한데, 도대체 몇가지를 자신의 품에 가져야 만족하는지,
욕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파운드를 나는 '참 욕심 많다.' 를 넘어 '탐욕스럽다.' 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이 파운드가 '참 나를 많이 닮았구나.' 생각한다.
'탐욕(Greed)' 하면,
1995년 상영된 모건 프리먼과 브래드 피트 주연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이 생각난다.
범죄, 스릴러로 성서의 7가지 죄악을 따라 발생하는 사건을 추적하는 영화다.
그 7가지 죄악은 '식탐, 탐욕, 나태, 분노, 교만, 욕정, 시기.' 다.
영화에서 '탐욕(Greed)' 의 희생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는 부유한 변호사다.
탐욕은,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그림자와 같아, 처음에는 작은 욕망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커져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괴물이 된다.
결국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타인의 고통이나 사회적 책임은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세븐의 부유한 변호사처럼.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지만, 그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 마실수록 갈증은 더 심해질 뿐.
그래서 고대 철학자들은 '탐욕'을 악덕 중 하나로 보았다.
플라톤은 '국가' 에서 탐욕이 영혼의 조화를 깨뜨린다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에서 중용의 덕을 강조하며 탐욕을 비판했다.
불교에서는 탐욕을 '삼독(三毒)' 중 하나로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했다.
현대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 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사람들을 탐욕의 노예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는 인간은 생리적 욕구를 충족한 후 안전, 사회적 관계, 존경, 자아실현의 욕구를 순차적으로 추구하는데, 탐욕은 이러한 욕구의 균형을 깨뜨린다고 말했다.
탐욕은 도파민 과다 분비로 인해 강화되며 이는 중독과 유사한 매커니즘을 가진다고 한다.
이렇듯 탐욕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비어있음에 대한 공포이다.
그러나 나는 '탐욕'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적절한 욕망과 열정은 개인의 자기실현을 위한 내면적 에너지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곧 자아를 확장하려는 본능적 시도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꿈을 꾸게 하는 불씨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의 열정과 집착도 일종의 ‘탐욕’이 아닐까,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는 ‘탐욕’이 혁신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탐욕스러움' 은 내가 무엇을 갈망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비춘다.
이것을 어떻게 다루고, 어디로 향하게 할지를 고민하는 것.
그렇게 나는 성숙한 인간으로 한걸음 더 다가선다.
가루 재료
통밀가루 190g
아몬드가루 30g
단호박가루 15g
베이킹파우더 8g
소금 2g (한 꼬집)
액체 재료
유채유 40g
두유 210g
아가베시럽 40g
비정제 원당 50g
찹쌀 속 재료
찹쌀가루 50g
비정제 원당 10g
소금 1g
따뜻한 물 (약간)
맛밤 (속 재료용)
볼에 유채유, 두유, 아가베시럽을 넣어주세요.
비정제 원당을 넣고 거품기로 잘 섞습니다.
액상재료에
통밀가루, 아몬드가루, 단호박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체에 쳐서 넣어주세요.
액체재료와 가루재료를 거품기로 섞은 후 주걱으로 가볍게 마무리합니다.
찹쌀가루, 비정제 원당, 소금을 섞고 따뜻한 물을 조금씩 넣으며 반죽합니다.
손으로 너무 무르지 않게 반죽합니다.
찹쌀 반죽을 소량 떼어내 그 안에 맛밤 한 개를 넣습니다.
너무 두껍지 않게 동그랗게 감싸줍니다.
(찹쌀반죽이 너무 두꺼우면 덜 익을 수 있습니다.)
기름을 바른 파운드 틀에 전체 반죽의 약 20%를 먼저 깔아줍니다.
그 위에 맛밤을 감싼 찹쌀 반죽을 중앙에 올립니다.
남은 파운드 반죽을 위에 부어 평평하게 정리합니다.
예열된 오븐에서 150℃로 10분 굽고,
온도를 140℃로 낮춰 추가로 13분 더 구워줍니다.
오븐에서 꺼낸 후 식힘망에서 충분히 식혀주세요.
오랜지잼을 올려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