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강하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다. 졸업을 앞둔 4학년이기에 새로울 것 하나 없던 학교였지만, 너를 만난 이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 오기 급급했던 내가 네 수업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내가 끝나길 네가 기다렸다. 우리에게 스터디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보름쯤 지났을까, 학교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중 네가 내게 말했다.
“오빠.”
“응?”
“오빠, 술 좋아해?”
“아니. 그냥 그런데, 왜?”
“우리 술 시킬까?”
“갑자기?”
“응, 좀 별론가..?”
“아냐, 시키자.”
잠시 후 직원은 소주 한 병을 가져왔고, 네 표정이 잠시 굳은 듯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밝고, 내가 첫눈에 반했던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는 너였다.
소주를 들고 이리저리 흔들더니,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네가 말했다.
“이거 막, 어떻게 하면 회오리도 되고 하던데.”
“뭐야, 술 잘 먹는데 여태 숨긴 거야?”
“아니야. 나도 보기만 했단 말이야. 되는 게 없네, 정말.”
툴툴거리며 소주의 뚜껑을 여는 네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자, 오빠부터 한잔!”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온 우리는 늘 그랬듯이 함께 기숙사로 향했다. 호기롭게 술까지 시켰지만 결국, 한병도 채 비우지 못하고 자리를 뜬 우리였다.
“이제 밤에도 덥네.”
“술 마셔서 그런 거 아니고?”
“아니거든, 나 술 잘 마시거든.” 너는 장난스레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오빠도 나 기숙사까지 안 데려다줘도 되겠네..”
“그러게, 이제 기숙사도 곧 끝이니까.”
우리는 항상 잠시 쉬어가던 기숙사 앞 공원에 들어섰다. 늘 앉던 벤치로 향하다 내가 물었다.
“근데 술은 왜 시켰어?”
점차 뒤처지던 네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술이라도 마시면 말하기 힘든 말도 할 수 있을 줄 알고.”
“무슨 말이길래? 마침 나도 하려던 말이..”
말을 하며 돌아보자 멈춰 선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네가 보였다. 달빛에 비친 네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