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이상하게도 상처에 딱지가 생기면 계속 뜯고 싶어진다. 나도 모르게 손이 닿아 아물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 조금씩 틈을 만든다. 틈을 벌리다 보면 자칫 피가 새어 나오고 딱지가 반쯤 뜯겨 덜렁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잠시 참고 딱지를 뜯어버린다. 처음 상처와는 다르게 살이 차올랐지만 아직 붉고 쓰라린다. 딱지는 다시 생길 거고 그땐 건드리지 말아야지.
막무가내로 밀러오는 울적한 감정에 몰입해본다. 어쩌다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를 지나치거나 몸이 기억하는 냄새와 계절의 촉감을 느낄 때면 감정이 풍부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땐 애써 외면하지 않고 온몸으로 곱씹는다. 슬프고 아련하고 아플때도 있지만 이런 내 모습이 낯설면서 좋다.
매년 봄이 다가올 때마다 벚꽃엔딩 노래가 날씨와 어우러지면 심장에 박히는 기억 하나가 불쑥 올라온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애통함이 코 끝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이긴다.
15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과 친구들을 볼 때면 노란 나비가 가슴속에 날아다닌다. 주말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면 옷은 뭐 입을지, 돈은 얼마나 챙겨가면 좋을지, 밥은 어디서 먹을지 등 서로 이야기하면서 준비할 때부터 신이 나 있다. 하물며 봄날의 제주도 수학여행은 오죽할까.
세월호 8주기. 노란 나비들은 올해의 봄에도 내 가슴속 아물지 않은 딱지에 날아 들어올 것이다. 그럼 또다시 건드려 본다. 쓰라릴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내 손은 멈추지 않는다. 약간 짓무른 벌건 살갗을 깊숙히 들여다본다. 언제 생긴 상처인지도 가물거리지만 들여다본다. 한순간 상처가 아물어져도 없어지지 않는 흉터가 되어 매년 봄마다 그 자리에 날아와주길.
나는 온 몸으로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