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추락에 대하여
0. 요즘 사회는 타인의 추락을 하나의 오락으로 즐기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간절히 타인의 추락을 바라는 듯한 그런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토록 추앙하던 연예인도 그들의 오점을 발견한 순간 그들을 어떻게든 나락까지 추락시키려 하고, 추락한 그들을 보며 비웃는다. 그들이 지금까지 누린 것이 괘씸하다는 듯.
1. 연예인뿐만 아니다. 우린 은연중에 나의 라이벌을, 그리고 우리의 신경을 건드는 무엇이든 추락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같은 평탄한 대로에서 그들과 마주하기보다는 그들의 내리막길을 환영하는 것. 어떻게 보면 타인을 서로 지각해야 하는 '사회'라는 틀에서 '타인의 추락'은 상대적으로 나의 위치를 높여 나의 안위를 지키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2. 솔직히 말하면 타인의 추락은 너무나 자극적이다. 그렇게 잘 나가던 사람이, 그렇게 자신만만한 얼굴이 어느새 그늘 아래에서 딱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그런 반전. 슬픔이란 걸 전혀 모르는 인간이 슬픔에 빠진 그런 모습. 그런 대조적인 자극 덕에 우린 타인의 행복보다 타인의 페이소스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2-1. 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정말 해로운 이들이 자멸해 버리기를. 알아서 망해버리기를. 그런 타인의 추락을 바라는 건 너무 쉽게 마음 한 자락에 굳건히 자리 잡는다.
3. 그러나 난 이런 '쉬움'을 더 열심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을 미워하는 거, 사람을 벼랑에 내모는 일은 '너무나' '쉽다'. 간편하다. 내리막의 속성처럼 타인을 한번 미워하기로 마음먹는 건 좋아하기로 마음먹는 것보다 더 쉽다.
4. 그렇다고 죄가 있는데 죄를 묻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나도 정말 잘못한 이들이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 죄를 지은 자들은 죗값을 치르고, 잘못을 한자는 잘못을 고하고 용서를 받는 그런 건강한 모습을 꿈꾼다.
5. 건강한 모습은 그럼 어떤 걸까. 잘못한 부분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고, 수용하고, 제대로 뉘우쳤다면 아낌없이 격려해 주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7. 가끔 우린 인간에게 너무나 확실한 일관성을 요구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일관성이 깨질 때 실망과 미움을 느낀다. "넌 원래 안 그랬잖아."가 "네가 그럴 줄 알았어"가 되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혐오를 경험한다.
0-1 지금도 우린 누군가의 추락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