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호흡을 조절하는 사람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 내 속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

by Maybe




겨울이 좋은 이유를 얼마든지

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월의 끝자락부터인가,

하얀 눈이 점점 하얀 쓰레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동네는 강가 앞이라,

영하로 떨어지는 순간 도로가 빙판길로 변했다.

한 발자국도 아파트 근처를 벗어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뚜벅이로서

고립된 채 지내다 보니,

봄이 간절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주 달리다 마주한 봄이 오는 소리!


지난주부터 길가의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하자,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영상 13도의 따뜻한 날씨 속에서 오랜만에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겨울의 달리기는 매력적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목구멍에 맺힌 걱정과 근심이 한순간에 뚫려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첫 달리기 시즌을 지나며,

겨울이라는 계절도 다르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미끄러질 걱정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길이 펼쳐졌다.

흥분된 마음에 속도를 올렸고,

심박수가 170을 넘어섰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

심박수를 체크하라는 것이었다.

내 연령과 키를 고려하면 150 bpm에서

달리는 것이 적당했지만,

오늘은 내 심장이 영락없이 신이 나 있었다.

"진정해 보자."

내 심박수를 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호흡을 천천히 다듬었다.

놀랍게도, 몇 초 만에 심박수가 차츰 내려왔다.

매번 경험할 때마다 신기한 순간이다.

예전에는 내가 얼마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아왔는지도 몰랐다.

내 심박수가 어느 범위에서 안정적인지,

그리고 그렇게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내 호흡을 가다듬고,

내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조절하는 법을 체득해 나간다.

내 속도를 체득한다는 것은 곧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뇌과학적으로도 달리기가 감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달릴 것이다.

(내 호흡을 다듬으며, 내 속도를 조절하면서 말이다.)



달리기를 할 때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순간순간에도

스스로 자신의 속도를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때로 감정에 휩쓸려,

떠오르는 생각대로 행동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나를 살피고,

지금 내 속도가 나에게 맞는지 반드시 "깨어"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달릴 때면, 내 온 감각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기분이 든다.

겨울 동안 다소 무뎌졌던 내 감각들을

다시 깨우기 위해,

나는 오늘, 달리는 사람으로,

그리고 내 호흡을 고르게 다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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