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정리가 필요한 사람

나그네 삶의 숙명 같은 것, 비우고 비워내기

by Maybe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온다.

불과 이주 전만 해도 눈이 내리던 겨울이었다.

봄은 인사할 틈도 없이 스쳐갔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또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감지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나그네처럼 살아야 할까.

"미국 이사"를 생각하면 여전히 골칫거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목적지 없는 이사.
여름 이후의 계획이 백지상태다.

현재를 준비하는 삶.
쉬어가는 시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비자 문제, 이직 문제, 단 1%도 예측불가한 미래.
지금까지 꽤 파란만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조차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얽혀버렸다.

그래도 이것만큼은 이제 안다.
위기는 늘 기회였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눈앞의 문제들이 넘을 수 없는 산 같아 보여도,

지나 보면 또 어떻게 굴러간다는 걸.

연달아 걱정해 봤자 달라질 게 없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 보자!

그리고 즐기자 현재를!!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은 먼저 옷장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이고 지고 살아온 것들을.
맥시멀리스트 같았던 나의 삶을.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면서도

쉽게 비우지 못했던 시간들.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
다른 것들로 나를 채우기 위해서.

오래된 옷장을 열었다. 자주 입던 셔츠,

손때 묻은 청바지,

사이즈 이슈로 한 번도 입지 않지만

아까워 남겨뒀던 옷,
하나씩 꺼낼 때마다 손끝이 멈칫했다.

추억을 소중히 하는 것도 좋지만,

보내줄 때를 알아야 함을 말이다..^^

보내는 기준은, 망설여지는 것들은

그냥 다 보내는 것이다.

확신을 갖는 것들은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비우고, 비우고, 비웠다

비운다는 건
다시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일이다.

떠나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 우리의 삶에선
비워내는 건 피하지 못할 숙명 같은 일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배운 것도, 짐 하나가 더해질수록,

오히려

달리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무어든 가벼워야-

더 멀리, 더 자유롭게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경험에.

오늘 나는, 정리하는 사람이다.
아직, 목적지가 불분명하지만

“어디로든” 가볍게, 멀리라도 훨훨 떠날 수 있게.






우리는 어딜 향해 가고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