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친구들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

너의 탄생을 축하해 진심으로, 덕분에 우리 이렇게 미국에서 만났다!

by Maybe



일주일에 두 번 출석하던

영어문법 과정이 끝나간다.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했던 친구들이라,

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수업 중, 생일 이야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한 달에 한 번씩 생일자 파티를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다들 좋아했지만, 결국 흐지부지 사라졌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뒤,
러시아 친구 Kensia가 자기 생일이라며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왔다.

수업 시작 전에,
우리는 모두 함께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렀다.
그녀는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Kensia는 늘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소그룹 대화에서도 자주 함께하던 친구였다.
서로의 직업, 가족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면서
깊은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일을 하러 가야 하는 그녀의 삶.
길게 대화할 여유는 없지만,
그 짧은 수업 시간 안에서
서로의 생각과 삶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를 응원하게 된다.

이방인으로 사는 삶은,
외롭고 불안하고,
때론 작아진 자신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 마음은,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과도 완전히 공유하긴 어렵다.

우리는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각자의 나라에 두고,
혹은 그들을 따라 이곳에 와
완전히 다른 삶을 시작했다.

낯선 언어 앞에서 작아지고,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은
때로 외로움과 고통으로 바뀐다.

특히 언어의 문제로 인해
누군가에게 끝없이 의지해야만 할 때,
그게 남편이든, 아이든,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고 작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감정을 이기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다.

더 나은 나를 위해,
내가 지킬 수 있는 작은 성실함으로
이 영어 수업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것.

그건 나뿐 아니라,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챗지피티가 아무리 발달한

영어 못해도 살 법한 세상이라 해도,

이곳에서 살면서-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선
결국 공통언어가 필수다.
이 영어라는 장벽 앞에서,
더 이상 멀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덕에,
이렇게 만나게 된 건

참 귀한 경험이란 생각이 든다.

살면서 나만의 세상 안에 갇혀 살던 나에게,
더 넓은 세상을 느끼고 보게 해 준

이 수업 시간, 선생님,
그리고 함께한 친구들이 있어서

그간 나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이곳에서 만난 몇몇 인연들은 참 특별하다.




다음 주에 생일인 친구가 있어서,
미리 생일 밥을 먹으러 갔다.
평소 맛있다고 생각했던 창펀식당에 모여,
생일 케이크 대신

두유로 짠—하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음에

참 고마웠다.


우리 모두의 미국 생활을,
각자의 시간 속에서 잘 헤엄쳐가길.
건강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해지길 :)


오늘 나는, 친구들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이다.

너의 탄생을 축하해, 진심으로!
덕분에 우리, 이렇게 만났다.




이전 21화오늘, 나는 정리가 필요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