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대로 살아가는 나에게
습관이 무섭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나는 그 말이 딱히 내게 와닿진 않았다.
게으른 사람인지라
늘 내 생활 패턴대로 살아왔고,
그게 별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원래 익숙한 걸 좋아하고,
편한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이곳에서
나는 더 많은 것들,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타고난 성향도 한몫했다.
나는 원래 자유로운 걸 선호했고,
이제는 선택하지 않을 자유까지 갖게 됐다.
그런데 자유로움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점점 더 선택적으로만 움직이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고립되기도 한다.
살고 싶은 대로만 산다는 건
언뜻 보면 참 자유로워 보이지만,
문득, 이 자유의 끝엔 어떤 의미가 남을까 싶었다.
이렇게 사는 게 나에게 좋은 방향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불편한 자각이 찾아왔다.
하던 대로, 늘 해오던 습관대로
나는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우리의 언어를 검열했고,
타인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해석했다.
그게 내 방식이고,
내 기준이자 나만의 정의였기에
당연하다고 여겨왔지만—
그건 결국 어마무시한 내 오만함이었다는 걸
무섭게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에
내가 상처받았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이제는 안다.
습관을 바꿔야겠다고 느낀 건
내가 아주 하찮고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 앞에서..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에
머리를 싸매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정작 제대로 힘을 쏟아야 했던 순간엔 어땠나.
무기력하고 나태해졌고, 결국 벗어나야 할 때,
도약하지 못한 채 포기하거나
주저앉는 일이 반복됐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스뎅팬에 달걀 프라이를 하고 나면
자국이 눌어붙어 잘 안 닦인다.
물을 담가두고, 그래도 안 닦이면
몇 시간이고 그대로 방치해 버린다.
사실은 조금만 집중해서 힘을 주면
결국은 닦일 문제인데도 말이다.
귀찮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한다.
몸을 쓰는 일도 그렇지만,
마음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머리 아파 보이는 일, 고민해야 할 문제,
혹은 대화가 쉽게 오가지 않는 사람 앞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지고, “일단 미루자”는 생각부터
앞선다. 그런 사소한 습관의 구조들이
결국 더 큰 일 앞에서도 반복된다.
나는 그렇게, 쉽게 미루는 사람의 삶을 살고 있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놓친 것들,
무심히 넘긴 말과 행동들.
전적으로 나를 중심에 둔 채
흘러가던 하루들.
그래서 오늘,
나는 아주 사소한 습관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단순히 행동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생각이 흘러가는 방향 자체를 바꿔보는 것.
흐름을 멈추고,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연습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완벽한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의 나 사이에서 그 괴리감만 붙잡고
괴로워하지 않고,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움직이기로 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하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일에도
마음을 열어보려 한다.
지금의 나를 더 정직하게 대면해보려 한다.
그런 마음으로, 미루고 또 미뤄왔던
오늘의 브런치를 이렇게 몇 자,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써 내려가본다.
이렇게라도 쏟아내는 이 마음을 시작으로,
다소 무기력함에 빠진 나를
조금 더 생기 있게 움직이게 해 줄 것 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