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묵혀두었던 버킷리스트를 시도해 본 사람

여전히 무서운 게 참 많은 나에게

by Maybe




동네 친구가 최근 클라이밍 회원권을 끊었다.

사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어떻게 하면

동네에 정을 붙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참에,

인생에서 한번 즈음 해보 고프던,

클라이밍을 집에서 오 분 거리에서

해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렸다.

실은 꽤 오래전부터 클라이밍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늘 멀찍이서 “하고 싶다”만 되뇌었을 뿐,

그것은 그저 ‘언젠가 섬’ 안에 고이 넣어둔 버킷리스트였다. 이사와 새로운 도전들 속에서 클라이밍의 존재는 희미해졌고,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곳에서 불꽃 열정땔감들을 부지런히 태우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이사를 하면서 클라이밍장은 집에서 더 멀어진 상황이 되었는데,

마침 영어 수업을 함께 다니는 친구가 그곳을 다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내 눈빛이 반짝이는 그 틈ㅡ을 놓치지 않은 실행력 200% 친구의 손에 이끌려,

나는 결국 어쩌다 보니 그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사실 클라이밍은 지난주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리고선 현재의 페이지 글을 쓰다 근육통으로 저장해 두었다 이어 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잔상은 꽤나 생생하다.


나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선천적인(?) 쫄보다.

운전면허 실기시험에서 네 번이나 낙방했었고,

학창 시절에는 뜀틀 앞에서

단 한 번도 직진해 본 적이 없다.

넘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손목이 부러질 거라는

그 공포심 때문이었다.

끝내.. 뜀틀을 넘지 못한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런 내가, 클라이밍장에 발을 들였다는 것만으로도 남들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도전들이 나에겐 나름 이 시작에서 이미 버킷리스트의 절반쯔음은

해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문턱을 넘고, 안전 동의서를 쓰며 땀이 삐질 나기 시작했지만, 동행한 친구의 격려가 나의 맘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가장 쉬운 코스부터 시도했다.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코스라며 내 마음을 톡톡 당기는, 친구의 말에

반쯤은 용기를, 또 반쯤은 이것도 못하면 망신이다란 생각으로 조금씩 올라섰다.

글로 배운 클라이밍은 분명 다리 힘으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내 다리는 그저 디딤돌만 찾기 분주했고, 나는 아주 찌질하고 처절한 모습으로.. 오직 손가락 아구 힘으로

매달려 필사적으로 버티며 움직였다.

그렇게 한 칸, 또 한 칸 옮기다 보니, 결국 꼭대기까지 올라가 ‘STOP’ 사인을 찍었다.

진짜 공포는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힘을 빼고 안전장치에 몸을 맡기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텍스트로는 쉽지만,

내 몸은 그리 쉽게 그 뜻을 따를 수가 없었다. 되려-

마치 벽에 붙은 돌멩이처럼 공포에 온몸이 굳어버리고 내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땀이 흘렀다.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힘을 빼야만 끝나는 이 게임.

겨우 겨우 한 줌의 용기를 내어 돌멩이로부터,

내 손을 건져내며 힘을 풀었다. 동시에 정신 줄도 잠시 놓았던 것 같다. 보통 이런 순간이라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마음과 시선을 놓아야만 점프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모로 가도 길은 길이었다.

물론 남들처럼 우아한 착지는 하지 못했지만,

주저앉아 그래도 끝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내가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세상 무서웠지만, 세상 놀라운 경험이었다.
버킷리스트에만 고이 넣어두었던 클라이밍은 그렇게 내 삶 속에서 현실이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날의 두려움이 다시 올라와 움찔할 만큼, 그날은 생생하고도 충격적인 공포와 동시에 커다란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버킷리스트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다고 중얼거리며 올라탄 높고 높은 두려움 장벽 너머에는,
살면서 내가 몰랐던 꽤나 멋진 나를 만나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한 건—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만날 수 없던 나를 만난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MaybeMaybe 조만간 또 다른 클라이밍장을 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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