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뉴욕의 오후, 미술관 속을 거닐다.
뉴욕 여행 중 만난 네 곳의 미술관—
구겐하임, 휘트니, 모마,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각기 다른 건축과 시대, 예술의 결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예술의 다양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행의 반 이상은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덕분에, 우산을 접고 들어간
미술관 내부에서 보내는 시간은
조용하고 안정적이었다.
뉴욕의 화려함과는 다른, 도시 속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거리의 분주함 대신 사람들의 걸음이 느려지고,
각자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한다.
멈춰서도 좋고, 각자의 속도대로 즐길 수 있다.
나 역시 그 안에서, 가장 보고 싶던 그림,
내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다.
현대미술관은 회화뿐 아니라
사운드 아트, 영상 아트, 오브제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집약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현대미술은 때로
나의 지식이나 시각만으로는
쉽게 해석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을 총동원해 바라보게 되고,
익숙한 시선이나 흐름,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
그 점에서 현대미술관만이 주는 힐링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애정하는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그림을 바라보면
그의 자유로움이 폭발하듯 분출되는 감정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모든 감정선을 하나하나 읽어내긴 어렵지만,
그의 색감과 낙서처럼 흘러나온 그래피티는
그 자체로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또 새로운,
몰랐던 작가들을 채집해 가는 시간도 되었다.
이렇듯 어느 미술관을 가든,
미술관 투어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내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그림들을
만나게 된다는 데 있다.
그렇게 그림을 따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미처 몰랐던 나의 취향을 거꾸로 깨닫게 된다.
스스로 찾아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다.
훨씬 본능적이고, 직감적으로 깨닫는 순간—
그때 비로소 나의 감각이 한 올 한 올
제대로 숨 쉬는 기분이 든다.
지쳤던 여행의 피로감 속에서
나는 다시 생기를 얻고,
다시 여행길을 가뿐히 나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