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책을 읽는 일상의 구조를 만들어보는 사람

SNS 디톡스와 함께, 나의 삶을 환기하는 방법

by Maybe


7월 마지막 주간, 3일 동안의 이사를 마쳤다.

미국에서 벌써 여섯 번째 집.

나그네의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이사라는 건, 덩어리로 표현하자면 거무튀튀하고 울퉁불퉁한, 보기만 해도 피로가 몰려오는 이미지다.

그만큼 체력과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잡아먹는 큰일.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본격적인 이사 전, 타주에서 들고 온 짐들—

버리기엔 아깝고 쓰자니 손이 잘 안 가는

계륵 같은 것들을 한 번에 비웠다.

그 비움만으로도 꼭 필요했던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사 후, 가구와 짐을 다시 배치하며,

시선이 바뀌고 생각도 달라졌다.

이사가 주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내 삶에 환기를 주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다섯 번의 미국 이사를 겪으며, 나는 이제 이 과정을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한 장면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물론 “또 하고 싶다”라고는 못 하지만.

이번 이사는 특히 1년 만에, 그것도 ‘셀프 포장’으로 하게 됐다. 수고로웠지만 장점도 있었다.

내가 직접 물건을 싸면서

“이건 새 집에서 어디에 두면 잘 쓸까?”를

미리 생각하게 됐고, 덕분에 도착하자마자 짐 푸는 속도도 훨씬 빨랐다.

새 집으로 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책 읽는 삶’을 더 깊이 자리 잡히게 하는 일이었다.
책을 읽는 물리적 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책 읽기 좋은 환경과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전자책을 오래 읽어왔지만, 최근엔 화면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사 직후, 오래 고민하던 전자책 리더기를 새 주소지로 바로 배송받았다.

이번 이사가, 나에게 책 읽는 일상의 구조를 새롭게 짜볼 기회를 준 셈이다.

무엇보다 바꾸고 싶었던 건, 심심하면 무심코 SNS나 유튜브 쇼츠를 스크롤하던 습관이었다.

그 시간을 책 읽기로 바꾸고 싶었다.

물 마시듯 책을 읽는 삶이란 어떤 걸까...?

책을 읽을수록 내 생각과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끼니,

독서에 대한 갈증은 더해졌다.

미국에 살며 좋은 점 중 하나는,

버스나 공원, 카페에서 휴대폰 대신 책을 읽는 사람을 훨씬 자주 볼 수 있다는 거다.

책을 읽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책 읽는 구조도 단단해진다.

그래서 나는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집 안에

나만의 독서 스폿을 만들고 있다.
아침엔 거실 창가의 긴 다이닝 테이블에서

햇살을 받으며, 밤엔 LP 플레이어 옆, 좋아하는 음악과 달빛을 곁에 두고.
자리를 바꿔가며 읽는 책은,

같은 책이라도 다르게 느껴진다.

저녁 식사 후 남편과 넷플릭스를 보는 시간이 길어질 때가 많았는데, 이젠 그 시간을 조금 줄이기로 했다. 화면 대신 책을 고르는 저녁이 하루의 끝을 더 가볍게 만든다. 새 집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 집 구조뿐 아니라 일상의 구조까지 함께 바꿔가는 일. 생각보다 설레고, 나를 생기 있게 만든다.
이사로 누적된 피로는,

오늘 밤 책 속에서 ‘독파민’으로 충전할 예정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책을 읽는 일상의 구조를 만들어보는 사람이다.



여름 밤과 어울리는 책읽는 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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