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외할머니께,
5월 1일,
새벽에 배가 너무 아파 눈을 떴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는데도
귓가에는 찬양이 너무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침
카톡이 왔다.
할머니가 방금 소천하셨다 한다.
가신다고 나를 깨우셨나...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다.
죄송해요 할머니,
할머니 가시는 길을 옆에서 지켜드리지도 못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바라던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고통 없이 편히 쉬실 수 있는 거라고.. 애써 슬픔을 달래 본다.
보고 싶은 영원한 나의 외할머니,
미국에 살게 되면서부터,
나는 만날 때 혹은 전화를 드릴 때마다,
끊기 전에는 늘 아낌없이 사랑고백을 해왔다.
외할아버지와 달리 더 무뚝뚝하신 할머니지만,
나의 고백에 늘 나도 사랑한다, 고맙다 연거푸 말씀해 오셨다.
작고 여린 몸의 할머니 모습이
지난 2주간 생생하게 그려졌다.
어릴 적부터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시던 두 분이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나이 들어가시는 게 가끔은 무서웠다.
상상도 하기 싫던 그 언젠가가.
이렇게 올 거라고...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일 주간은 미친 듯 목놓아 울어보기도 하고
할머니와 찍었던 사진을 찾아내기도 하고
할머니와의 추억들을 남편에게 두서없이 늘어놓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같은 아파트 앞 동에 살고 계셔서
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하며 자랐고,
그곳은 나에게 하나의 따뜻한 피난처 같았던 것 같다.
지금은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게 어려운 사람으로 커버렸지만
어릴 적엔 늘 내가 원하는 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당당하게 조부모님께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무조건적인 큰 사랑을 받았다..
떠나기 전까지, 침상에서 괴로우셨을 텐데
할머니는 늘 아파도 절대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법이 없었다.
말씀하셨더라면.. 미리 알지 않았을까,
모든 것이 아쉽고... 모든 것이 죄송하다.
보낼 수 없지만
할머니께서 내 마음은 분명 알아주실 거라
믿고 싶다.
할머니는 늘 그러셨듯 괜찮다고 하실 거다.
이제는 할머니 좋아하는 여행도 많이 하시고
천국에서, 좋아하는 불고기도, 활어회도, 게장도 많이 드세요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바람대로 손주사위 많이 사랑하면서 살게요.
우리 할아버지 너무 슬퍼하지 않게
할머니가 천국에서 기도 많이 해주세요.
저는 여기서 기도하며 다시 만날 날 기다릴게요..